대퓨님과 진짜 네 첫사랑
넌 쉽게 날 잊지 못할 걸
어느 날 깜짝 나타난 진짜 네 첫사랑
Love exists but with an absence of eternity.
사랑은 존재하나, 영원의 부재와 함께한다.
이제 감히 영원을 약속할 수 없지만,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에게.
9월이 되었어도 아직 너무 여름이다☀
여름에 당연히 들어야 하는 노래♪도 있지만, 나의 여름은 땀 흘리는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고,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고, 말리부 해변은 아니더라도 한강에서 물 파란 동해에서 '에프엑스 f(x)'의 짜릿짜릿한 쇠맛 노래를 듣는 것. 이게 제맛이다♬
독창적인 음악 스펙트럼과 독보적인 컨셉. 그에 못지않은 독특한 이름을 가진 '에프엑스 f(x)'는 변수 'x'의 값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함수(function)'처럼, 빅토리아, 엠버, 루나, 설리, 크리스탈 다섯 멤버의 다양한 매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겠다는 포부와 함께 2009년 9월 5일 디지털 싱글 '라차타(LA chA TA)'로 데뷔했다.
민희진 대퓨님의 첫사랑이자, 에스엠의 대표 작곡가 켄지(Kenzie)의 최애. 시대를 앞서간 난해함의 아이콘에서 2세대 대표 아이돌이 되기까지. 케이팝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디스코그래피와 앨범 아트로 에프엑스를 수식하는 말이 많은데, 나는 그중에 '함수니들'이라는 애칭을 제일 좋아한다.
비록 수학은 K-학생 때부터 삼각함수의 첫 등장과 함께 조금 멀리하게 되었지만, 함수니들은 마치 '첫 사랑니'처럼 어느 날 깜짝 나타나 ❤최애❤ 밖에 모르던 덕후의 세상을 조금씩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그래. 차라리 수학이라면 명쾌할 테다. 하지만 온통 0과 1뿐인 세상에 사는 K-개발자에게도, 오랜 덕후에게도 '덕질'이란 이 완벽하게도 불완전한 사랑은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어야 한다는 기본기본 사랑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첫눈에 빠져 그대로 감겨버린 덕질도 있었고, 입덕 부정기를 오래 겪는 덕질도 있었지만, 결국 시작해 보면 이 사랑은 매일 수백 번 상상하던 것보다 좋았다.
몇 초짜리 티저 영상을 보고 컴백을 며칠 기다리는 것과 새 앨범의 타이틀곡과 수록곡을 찾아 듣는 것도, 음방과 예능, 무대 비하인드와 버라이어티를 다 본 후 직캠까지 챙겨 보는 것도. 내가 지금 하는 사랑이 정(正)이든 반(反)이든 또는 정반합(正反合)이든, 덕질은 시간과 모양은 달라도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가끔 최애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반짝이는 세상을 볼 때 내 세상엔 그늘이 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덕질도 결국 여느 사랑처럼 나만의 감정을 모두 주고 배로 받는 것임을 알아가는 건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덕후의 보라색-정확하게는 펄 라이트 페리윙클-으로 빛나는 덕질의 나날에도 이런저런 '레드 라이트(Red Light)'가 들어왔지만, 경력보다 덕력이 오랜 덕후가 에프엑스, 우리 함수니들의 활동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은 또 아니다.
온라인 활동부터 음악방송과 콘서트 같은 오프 활동까지. 오늘의 덕질도 물론 짜릿하지만, 오랜 K-덕후에게 그 시절은 끝내주는 덕질을 할 수 있던 시기였다.
지금의 프라이빗 최애 메시지 구독 서비스인 '버블(Lysn)'이 생기기 전, 그 시절 어느 날엔 'UFO 타운' 에프엑스 대표번호로 과금 문자-300원-를 보냈다. 답장을 해준 함수니는 아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일상 속에서 돌려받은 단어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제트별(Jet)' 타고 그때로 날아가곤 한다.
함수니들이 한창 '첫 사랑니'로 활동할 때, MBC 음악중심에서 에프엑스 f(x)를 포함해 엑소(EXO), 투애니원(2NE1), 카라, 씨스타, 걸스데이, 비스트, 포미닛, 에이핑크, 틴탑, 빅스, 제국의 아이들, 비에이피(B.A.P) 등 2세대 아이돌들을 한데 모아(▼) '2013 대한민국 음악대향연' 공개 음악방송을 했다.
다시 이 친구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운 좋게 표를 구했지만, 속초에서 진행하는 녹화 방송이라 이른 아침부터 고속버스를 타야 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함수니들 덕분에 친구랑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마약김밥이랑 닭강정 또 먹으러 가자!-도 많이 먹고, 멋진 무대도 실컷 봤으니 이것이 나의 여름 나기. 완벽한 '바캉스(Vacance)'다.
뭐든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고 했나. 이 계절쯤에 하는 함수니들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 건, 아마 다 지난 열대야 때문은 아닐 테고, 결국 우리 소설의 'Ending Page'를 너무 일찍 마주하게 된 아쉬움일 거다.
첫사랑도 아니면서 이런 미련을 남기는 건 '종이 심장(Paper Heart)'을 가진 덕후에게 완전 큰 반칙이다. 오랜 시간 많은 덕질을 했고, 지금도 나의 사랑은 진행 중이지만 유독 에프엑스의 덕질은 힘들었다.
에프엑스는 데뷔 7년 만인 2016년에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 'DIMENSION 4 - Docking Station'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3일간 진행했다.
내가 다녀온 콘서트 첫날의 무대 영상은 다시 보고 싶어도 DVD로 나오지 않았고, 유튜브에도 많이 없다. 역시 후회는 얼마큼 하더라도, 언제 하더라도 속상할 뿐이다. 고민하지 말고 한 번 더 갈 걸 그랬다.
에프엑스는 첫 콘서트의 마지막 날 에프엑스 공식 팬클럽, '미유(MeU): me(you)'의 이름을 공개했다. 나를 포함한 에프엑스 팬들은 하도 오래 서로를 '함수니 덕후', 줄여서 '함덕'이라 불러 함수니들이 직접 불러주는데도 낯설었다. 나는 실은 지금도 그렇다.
Love is 4 Walls. 앞에 뒤에 옆에 돌아보면 온통 사랑이라 이 덕질엔 출구가 없는 줄 알았다. 2009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0년, 그리고 또다시 2024년 9월까지 5년. 15년 동안 너로 채운 신비로운 미로의 밖에 선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지소앞소영소 소녀시대'는 여의도 윤중로에 소녀시대숲(위치), 그 바로 옆에는 '빛나는 샤이니'의 샤이니숲(위치)이 있고, '예삐예삐뽀삐예삐, 에스파'는 광야 사옥과 서울숲, 난지한강공원에 윈터숲(위치, 위치)이 있지만, 에프엑스 함수니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제 새 앨범이 나오면 굿즈 사러 꼭 들르던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은 없어도, 그래도 가끔 우리의 그때가 생각나면 찾아올 수 있는 곳(▼, 위치)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혹시 다른 곳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나는 또 함수니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사랑하는 나의 'X'.
영원한 'Summer Lover'이자 'Traveler'.
아,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너무나도 많은 여름 여행이었다. 하늘을 나는 바람을 감는 구름을 걷는 우리의 이번 비행은 끝이 났지만, 어느 날 제법 괜찮은 핑계가 생겨 꼭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데자뷔(Déjà Vu)'처럼 우리가 다시 또 만나길. 함께하게 되길.
옳지 잘해 그래. 수고했어, 고마워.
Goodbye Summer, 안녕 나의 여름✨
p.s. 나는 아직 너의 노래로 된 이름을 써.
#에프엑스 #fx #미유 #함덕 #meyou #meu
#에프엑스데뷔15주년축하해 #15yearswithfx
#빅토리아 #엠버 #루나 #설리 #크리스탈
#Victoria #Amber #Luna #Sulli #Krys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