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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Park Jun 19. 2017

너희를 만나기 전

29.

직장생활에 지쳐 갈때쯤 만난 사람.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어 가정을 이룬지 2달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생활에 지쳐 있었을때라 빨리 출산 휴가에 육아 휴직까지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지독했던 입덧도 기분좋게 잘 견뎠던것 같다.


임신 7개월째..

첫 태동 후 활발한 태동이 잘 없었던 터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어느순간 태동이라는게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불안해하다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도 나도 퇴근 후 긴장한 서로를 괜찮을꺼라 토닥이며 도착한 병원.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힘들었다.

제발 아무일이 아니기를 그냥 나의 별남이기를..


진료 순서가 왔고 확인한 초음파 속 아이는 심장이 뛰고 있지 않았다.


의사선생님의 표정이 모든걸 말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그리고 남편은..


임신 7개월때 아이를 잃었었다.


그때부터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 되었다.

다음번 임신을 위해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기로 했고 나는 촉진제를 맞아가며 가족분만실에서  무려 13시간의 진통 끝에 첫 아이를 보냈다.


품에 한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보지도 못하고 얼굴도 마주보지 못하고 그냥 보냈다.


밤마다 잠들다 납작해진 배를 만지며 울었었고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를 보낸 죄책감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3개월을 쉬고서 다시 직장에 복직하고서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몰랐었다.


주변 임신한 직장 선후배 동료들은 나에게 미안해 했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행동해야 했었다.

돌잔치 초대는 받아도 가지는 않았다.

출산 예정일과 2개월 차이나던 시누이의 둘째를 볼때마다 잃은 아이가 생각나서 괴로웠었다.

남편은 내가 눈치 챌수 없도록 조금씩 아이 용품을 정리해 나갔었다.


남편도 나도 서로를 다독이며 그냥 그렇게 지냈다.


그 일이 있은지 1년 후 우린 또 다른 새 생명을 만났다.


기뻐하던 우리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던지 그 두번째 생명도 임신 7주만에 계류유산으로 잃었다.


두번이나 그런일이 있은 후 우리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집에 계속 살고 있으면 마음 아픈 생각으로 내가 견뎌내기가 힘들것이라는 시부모님의 생각에 따랐다.


어떤날은 남편에게 이혼을 말했다.

뱃속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나를 만나 평범한 가정도 이루지 못하고 산다고..


또 어떤날은 입양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혼 이야기보다 입양에 대해서 남편도 희망적이였었다.

미혼모의 집과 보육원을 방문할 계획을 하다가 내가 포기했다.


내 자식 같은 아이를 만나 사랑으로 아이를 키웠는데 친 부모를 찾겠다고하면 마음이 너무 아플것 같아서 그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힘들것 같아서 포기 했다.


친정엄마 손에 이끌려 유명하다는 한의원에도 다니고 한약도 여러채 먹고 침도 맞아보고 했었다.


우울증이 와서 견뎌내는게 너무 힘들 지경이였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서 더 버티기가 힘들었었다.


매달 배란테스트기로 확인하고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는게 지쳐 갔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언제나 실망으로 다가왔고 그럴때마다 절망스러웠다.

남편은 더는 매달 확인하는걸 하지 말라고 했다.


어느순간 나는 매달 남편 몰래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하고 몰래 버리고 있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였다.

임신테스트기를 위생용품 사이에 숨겨두고 남편이 출근하면 바로 확인하려고 아침 소변도 계속 참고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고서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확인했는데.

기다리던 두줄이 아니였다.

꿈이 너무 좋아서 꿈 풀이도 너무 좋아서 기대가 컸었는데 역시 아닌가보다하고 실망하고 한껏 울고는 다시 봤는데..


무언가 눈에 보인다.


두줄이였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두줄이였다.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또 울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짠~하고 놀래켜주려 했는데..

입이 너무 간질 거려서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임신테스트기를 찍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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