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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Park Jun 21. 2017

너희를 만나기 전

돼지코 만나기

임신 테스트기의 두줄을 확인하고서 병원에 가기위해서 일주일을 기다렸다.

정확히 생리시작날 확인한것이라 병원에 가서도 확인이 힘들거라는걸 잘 알기에..


2주를 더 버텨야 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너무나 커서 임신 확인 후 일주일만에 병원을 방문했다.


초음파 검사를 위해 누웠을때에도 긴장의 연속..


제발 잘 자리잡고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초음파 확인 결과 아기집이 너무나 작아서 아직 섣불리 임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선생님의 말씀.

임신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일주일만 더 기다렸다가 보기로 했다.


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면서 나도 남편도 혹시 모를 일을 위해 주변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친정엄마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기다리던 일주일이 지나가고 병원에서 오라고 한 날이 되었다.


그동안 입덧을 시작해서 먹은것을 다 개워내고 있었고 직장에는 임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입덧을 참느라 힘겨웠었다.

입덧이 심하면 심할수록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마음편히 지내기도 걱정스럽게 지내기도 했던 일주일.


진료 순서가 다가왔고 진료실에서 만난 선생님은 내 얼굴을 보더니 입덧을 시작했나보다고 입덧이 힘들수록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우리 기분 좋게 만나보자고 하셨다.


침대에 누워 초음파로 확인하는데..


어? 어? 어??!!!!


순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뱃속 아기집이 돼지코 모양으로 보였다.



뭐지?

선생님 이거 혹시..?


우리에게 쌍둥이가 왔다.

돼지코 모양으로 자리잡은 아기집.

이란성쌍둥이.


남편은 어릴적 꿈이 이루어졌다면서 좋아했고 담당 선생님도 그동안의 아픔을 아셔서 그런지 더 없이 기뻐해주셨다.


자리도 잘 잡았고 아기집 주변 뭉쳐있는 혈흔은 없으니 마음 편히 잘 지내면 될꺼라는 인사를 받고서 드디어 산모 수첩을 받았다.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 친정엄마께 전화를 걸었다.


나 한테 이런일이 생겨서 어쩌냐고 나 힘들어져서 어쩌냐고 했더니 엄마는 또 좋지 않은 일을 겪은줄 알고 괜찮다고 다독여주시는데..

아니야.. 엄마.. 나 임신 맞아.. 쌍둥이야.. 했더니..

엄마도 잠깐 조용하시더니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아기집이 두개야 이란성이래 나 쌍둥이 엄마됐어.. 했더니 너무너무 잘된 일이라고 너무 축하한다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기특하다고 해주셨다.


2주뒤 아이들의 심장소리까지 확인하고서 직장에 임신 소식을 알렸고 최대한 빨리 출산휴직을 할꺼라 이야기 했다.

시부모님께는 임신 8주차에 말씀드렸더니 두번의 아픔이 두배의 기쁨으로 왔다고 큰 축복이라고 기뻐해주셨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다가 하혈을 하는 바람에 산부인과 응급실로 달려갔었다.

병원 가는 길에 나는 계속 기도했다.

제발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고..

이번에도 이 아이들 잃으면 정말 살 수 없을것 같다고.

비가 내리던 자정이였는데 남편도 긴장했던 탓인지 알던 길도 못찾아서 둘러둘러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


당직 선생님만 있던 상황 아이가 잘못되면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였던같다.

작은 수술실 같은 곳에 누워있는 위쪽에서 간호사들이 수술도구들을 꺼내고 있었다.


당직선생님이 오시고 초음파 확인을 하는데..


쌍둥이냐고 물어보시고는 왜 왔냐고 물으신다.

하혈이 있어서 왔다고하니 두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시고는 엄마 몸이 힘들어지면 하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특히 쌍둥이들은 한 공간을 나누어 사용해야하니 이러는 경우가 종종 있을꺼라면서 아기집도 잘 자리 잡았고 아이들도 심장 소리 좋다고 3일정도 누워 지내라고 하셨다.


작은 수술실 밖으로 나가보니 남편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더라.

여보.. 괜찮대.. 

남편은 아무말 없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다음날 직장 상사분께 사정이야기를 하고서 이틀 휴가를 냈다.


이틀동안 잘 쉰 덕분인지 붉은 혈흔도 멈췄다.

분명 혈흔이 보이지 않아 출근 했는데..

출근 후 일을 시작한지 2시간채 되지 않아 다시 하혈이 시작되었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대학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를 봤는데..

아이들은 다행하게도 잘 있어줬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쌍둥이에게서는 흔할 수 있는 하혈이지만, 나는 한번의 사산 한번의 유산 경험이 있어 자궁이 튼튼하다고 할 수 없으니 하혈이 완전 멈출때까지 움직이지 않는것이 좋다고 하셨다.

병원에서 선생님이 작성해주신 진료확인서를 들고 직장으로 들어와 출근이 힘들것 같다 알리고 그주 후임자가 올때까지 일을 하겠다고 했다.


어찌보면 좀 나만생각한 이기적인 행동이였지만. 그때 나는 두번이나 한 직장에서 아이를 잃어서 더는 이곳에서 아이를 잃기 싫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임신12주차에 휴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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