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퇴사는 용기가 아니라 전략이다

by 박배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활동적인 노년의 개념이 바뀌면서 40대는 더 이상 중년이 아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나이의 퇴사는 예외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퇴사 소식을 전하면 “용기가 대단하다” “진취적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 등 돌아오는 반응이 비슷하다. 그 말들 안에는 “나는 못 해요”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 암묵적인 선긋기 같기도 하고. 듣고 나면 묘한 거리감이 남는다.


나는 모험가가 아니다. 계획 없이 뛰어드는 스타일도 아니고, 위험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다. 그냥 앞으로의 30년을 생각해봤을 때, 지금이 변화할 적기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좋아하던 일을 더 오래 하고 싶었다. 더 깊이 파고들어 다른 영역과 연결해서 확장하길 원했다. 조직 안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의 범위는 그보다 넓었다.


저마다 퇴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경우는 그 일을 포기하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전문적으로, 오래 하고 싶어서였다.


세상은 정말 빨리 바뀌고 있다. 일하는 방식도, 나이에 따른 역할도 예전과 다르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됐고, 개인 브랜딩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40대 중반의 선택만큼은 여전히 옛날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 같다. 안정된 직장을 떠나는 것이 여전히 ‘용기 있는 일’로 여겨진다.


생각해보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지 않나. 고정된 틀에 머무르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조직 밖으로 나왔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일을 한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문성을 발휘할 뿐이다.


물론 처음엔 막막했다. 혼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고,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도 있다. 조직을 떠나니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기자 경험이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관찰, 분석, 구조화, 전달. 그 모든 역량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걸 하루하루 부딪히며 체득하는 중이다.


50대부터는 좀 더 여유 있고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몇 년간은 새로운 세상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일과 삶의 판을 다시 설계하는 시간이다.


이런 전환을 겪는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겉으론 조용하지만, 일의 무게 중심을 바꾸는 선택을 누군가는 이미 했고, 누군가는 이제 막 시작할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 내 이름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 앞으로의 인생을 더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욕구. 이런 마음들이 결국 비슷한 선택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이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더 재미있게,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전략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라면, 소속감 대신 동질감으로 함께 힘을 내고 있을 것이다. 길은 달라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변화를 선택하는 마음만큼은 같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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