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예쁜 용종, 지켜볼 것도 없다

by 박배

건강검진에서 위용종이 발견됐다. 결과지를 들고 대학병원에 갔다. 교수는 내시경 영상을 들여다보더니 “크진 않은데 모양이 안 예쁘다”고 말했다.


“1년 후 다시 확인하자”는 교수에게 나는 망설임 없이 “그냥 수술해달라”고 부탁했다. 교수는 “좀 더 지켜봐도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나는 “어차피 언젠가 떼어내야 할 불확실한 덩어리라면 조금이라도 작을 때 제거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던 건 가족력 때문이다. 할아버지도, 아빠도, 작은아빠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도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누구나 언젠가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암은 ‘언젠가’가 아니라 ‘언제든’이었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도 혹시 모를 암의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걸 안다.


몇 년 전 고모의 건강검진에 따라간 적이 있다. 대장내시경 화면 속 대장의 벽에 하얀 돌기들이 몇 개 비쳤다. 의사 선생님은 화면을 가리키며 “표면이 매끄럽고 동그란 것을은 괜찮은데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한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모는 따로 날을 잡아 용종을 모두 제거했다. 그때는 그저 고모가 괜찮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울퉁불퉁한 모양은 경고’라는 게 내 무의식에 깊이 각인됐다.


복강경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전신마취로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깨어났고, 입원은 3박4일이면 충분했다. 연차도 이틀로 커버됐다. 통증은 크지 않았으며 체질이 좋아 회복도 빨랐다.


퇴원 후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다시 갔을 때 교수는 그것이 암이었다고 확인시켜줬다. 가능성은 염두에 뒀지만 막상 들으니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공포보다 안도감을 느꼈다. 1년간 지켜만 봤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암세포는 내 몸속에서 얼마나 더 커졌을까.


위용종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통계에 따르면 약 10~15%는 선종이나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내시경으로 보이는 작은 변화가 때론 암을 드러내는 사인이 되는 것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조사 결과 초기 암의 80% 이상이 ‘모양 비정형’이었다.


수술 후 3년이 지났다. 매년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서 늘 깨끗하다는 결과를 듣고 온다.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은 내 결정을 두고 “정말 현명했다”며 주변 사람들과도 공유한다. 그들 대부분은 의사의 말대로 추적관찰을 택했을 테니까.


나처럼 가족력이 뚜렷하지 않다면 의사조차 위험이라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술하겠단 말이 안 나올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수술 자체를 두려워한다. 마취, 흉터, 회복, 그리고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합병증까지 머릿속에 떠올리며 주저한다.


의학은 통계와 확률의 영역이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은 그 사람의 상황과 경험, 그리고 직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건강은 타이밍이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 덩어리는 지켜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은 시간을 먹는다. 안 예쁜 용종이라면, 지켜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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