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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Nov 03. 2024

건축학개론

기억은 늘 습작이듯, 인생도

기억은 늘 습작이다

기억은 시인의 말을 애써 이어줄진 몰라도 시인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지난날의 말과 행위 사물들은 현재에서 반복되듯

재발견되고 재생산되고 재진술된다

그저 과거와 오늘을 이어 놓고 싶을 뿐이라 찾아든 공간 거리 그리고 그 집 앞

몇 번인지 모를 고쳐쓰기에도 말은 시가 될 수가 없기에 시인은 말을 믿지 않는다


기억은 언제나 과거 완료형이고

쉽게 지워내고 고쳐 쓸 수 있는 어릴 적 일기장은 방학숙제 밀려쓰기에나 유효한 법인데

기억은 늘 습작이다 고쳐 쓸 수 없는 습작이다

그저 매운탕 같은 오늘이 무어라 무어라 이름 붙인 지난 옛날을 마음대로 호명한들

기억은 늘 습작이다


습작의 습작을 깔아 그 옛날 그 집 앞을 지난다 해도 기억은 지우거나 고쳐 쓸 수 없는 이름도 없는 매운탕 같은 좌절의 반복이고 날마다 연습하듯 게워낸 말은 그저 조각난 이름없는 시가 된다

현재의 과대망상을 지탱하는 반복의 일상 위에 찍어 둔 작은 점들을 이어내 겨우 인생이라 부른다


영화 <건축학개론>

https://brunch.co.kr/@parkchulwoo/1059

애써 기억을  올릴 때도 있지만,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찾아 오는 기억의 습격도 이따금 경험하기 마련이다.  기억 중에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도 있지만, 다시는  올리기 힘든 후회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런 기억들을 애써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 기억들이 놓치기 싫은 추억인지, 굳이 뿌리치고 싶은 후회거리인지 가름하지 않는다. 그저 찾아 드는 기억을 그저 그렇게 바라 보라고 말하는  같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자의 가장 납득할  있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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