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그리며
한철 장맛비에 마음까지 젖지 말아라.
빗줄기 거세도 고운 햇살은 언젠가 다시 얼굴을 내민다.
가는 것은 가고, 올 것은 오기 마련.
흐림 끝엔 언제나 해가 뜬다.
그러니 오늘은 그저, 고요히 기다리는 일.
비가 예고 없이 쏟아지는 새벽 하늘을 마주하듯,
삶도 때로는 무방비한 순간에 우리를 적신다.
하지만 우산을 들고 나가는 사람은,
비를 이길 준비보다는 젖을 마음을 다잡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우산 하나 챙기는 일.
어제와 오늘이 이어져 어느덧 일 년이 되고,
그 일 년이 여러 해를 넘는다.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터널은 예상보다 깊다.
하지만 우리는 믿고 싶다.
이 장마 끝 어딘가에 맑은 출구가 있을 거라고.
무더위도, 비도, 고단함도
하루를 견디는 이의 어깨 위에선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 울림조차 메아리 되어 터널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래도 우리는, 비가 와도 해는 뜬다는 말을 믿는다.
한철 장맛비는 지나가고,
햇살은 반드시 우리 얼굴 위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젖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해,
우산을 들고 나서야 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