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월출

늦은 아침 생각의 시창작 12

by 박 스테파노

달은

해가 숨어 들어야만

비로소 얼굴을 드러낸다

해가 서쪽 바다 속으로 깊게 잠길 동안

달은 이미 동산 위에서

자신의 부드러운 부양을 감춘 채

묵묵히 기다린다


일출은

해가 동쪽 수평선 위로

살짝 얼굴을 내밀 때부터

눈에 들어오지만


월출은

달이 이미 떠 있어도

해가 물러나기 전에는

그 존재를 알 수 없다


찬란하고 강렬한 빛은

소박하고 은은한 빛을 덮어버린다

햇살이 세상을 가득 물들이며

울긋불긋한 색채를 쏟아낼 때

달빛이 천천히 드리우는

깊은 밤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얼마나 고마운가


빛나지 않아도

고마운 것

빛나지 않아도

소중한 것

그 가치를 깨닫기에는

삶은 너무나 짧다


영글어 가는 것은

달빛만이 아니다

일상 속에도

서서히 익어가는 은은한 빛이 있다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는 숨은 빛들

그 조용한 결실 속에서

삶은 깊이를 더한다


오늘도

모든 날들이

찬찬히, 그러나 분명하게

익어가기를

조용히 숨을 들이키듯

달빛처럼


* 세상의 모든 '나홀로'와 '단둘이'에게. 추석밤


내 사진을 변환. AI Sora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