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내의 손톱

늦은 아침 생각의 시창작 13

by 박 스테파노

처음 만나 잡아본 아내의 손

그 끝의 손톱에는 반달이 떠 있었다

누군가 정성 들여 티 나지 않지만

고상해 보이는 그 손길에 아트라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우아한 반달


비 오는 가을날 아내의 생일날

집행관에게 단칸방에서 쫓겨나 카페 한구석에 앉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화를 이리저리 돌리던 날

우연히 바라본 아내의 손톱은

저 짧게 자른 메마른 골이 파인 껍데기


이런저런 죽고 살 날을 건너

아내와 간만에 마주보고 앉아

국수를 먹다 바라본

아내의 손톱이 미안하고 사랑스럽다


울긋불긋 긴 손톱을 어찌 못해

검지를 주욱 펴고 엄지와 중지로

어릴 적이라면 무척이나 혼구녕이 났을

젓가락질하는 짙게 화장한 여인들 사이에서

로션 몇 방울 바르고 나선 아내의

곧고 예쁜 젓가락질이 자랑스럽다


아니 그 손으로 나를 살려내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 내일(10월 8일)은 사랑하는 아내 여니 작가의 생일입니다.


건강했던, 그리고 여유있던 어느 날. 내사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월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