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생각의 시창작 14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하나는 죽음이 없는 길이었고
하나는 죽음이 너무 가까운 길이었다
조르바는 두 길을 다 걸었고
그 끝이 같다는 것을 알고도 웃었다
삶은 봉우리의 그림자였고
죽음은 아직 오지 않은 낮이었다
그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곧 사라지는 법을 배우는 일
그는 그 법을 춤으로 써 내렸다
바람이 광산의 흙먼지를 일으킬 때
조르바의 노래는 금속처럼 반짝였고
그 반짝임 속에서 육체는 생각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는 사유보다 먼저 숨 쉬었고
그의 철학은 심장의 리듬으로 쓰였다
오늘의 인간들은 너무 오래 산다
너무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러나 감각은 점점 작아진다
기계의 온도에 길들여진 피부
시간표 속에서 숨을 쉬는 폐
죽음을 삭제한 삶은 이미 죽음의 다른 얼굴
조르바는 묻는다
너는 정말 살아 있느냐고
여름의 수국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색을 바꾼다
푸른 슬픔에서 붉은 분노로
보랏빛 망설임으로
그 변화의 리듬은 흙의 산도처럼 불안하다
수국은 자신의 뿌리를 숨기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감응하기 때문이다
조르바는 그 감응의 인간이다
삶의 산도가 바뀌면 그는 그에 맞춰 물들었다
고통이 깊을수록 더 푸르게
슬픔이 짙을수록 더 투명하게
그의 춤은 체념이 아니라 응답이었고
살아 있음의 가장 순수한 반응이었다
죽음을 기억하라
그러나 그 기억에 갇히지 말라
조르바는 메멘토 모리를 철학으로 배우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손톱 밑의 흙으로 기억했다
하루의 끝에서 마늘국을 끓이며
그의 몸은 죽음을 기억했고
그의 영혼은 다시 피어났다
삶은 언제나 파국을 품는다
그러나 그는 그 파국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는 춤을 췄고
그 춤은 해답이 아니라 생의 호흡이었다
죽음을 이기지 않고 죽음을 통과하는 리듬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은 스스로 빛을 냈다
어느 날 그는 말했다
길은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것은 걷는 태도라고
수국은 그 말을 이해했다
꽃잎을 닫지 않았고
그저 그날의 빛과 흙에 물들었을 뿐이다
이제 묻는다
너의 산도는 무엇이냐고
너는 어떤 토양 위에 서 있느냐고
너는 죽음 없이 사느냐
아니면 죽음을 피하며 사느냐
그리고 어느 쪽이든
너는 지금 살아 있느냐고
조르바는 말 대신 춤을 남겼고
그 아래에서 수국은 조용히 색을 바꿨다
그 색은 사라지는 빛이었고
사라지지 않는 생의 증거였다
살아 있음이야말로
우리가 매일 새롭게 피워내야 할
유일한 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