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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의 초혼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by 박 스테파노

죽음은

언제나

옆방에서 재채기하듯 찾아온다


우리는 태어난 날을 기억하지만

죽을 날은 아무도 연습하지 않는다

젊음은 늘,

내일이 있을 거라 믿는 종교와 같다

그러나 그날 밤,

노래처럼 흘러간 이름들이

한꺼번에 멎었다


나는 그 이름들을 부른다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들

하늘과 땅 사이,

너무 멀어서

소리는 자꾸 허공에 부딪혀 돌아온다

그 메아리가 내 안에서 자라

울음이 된다


지붕 위의 사람,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북쪽을 향해 세 번 외친다

“아무 동네 아무개 복—”

그때 바람이 몸을 흔들면,

그것이 혼이 되돌아오는 길이라고

옛사람들은 믿었다


소쩍새가 울고

산이 숨을 멈춘다

누군가는 그 새를 ‘초혼조’라 불렀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는 세계,

그곳이 애도의 시작이다


장례는

어쩌면

슬픔의 축제다

죽은 이를 위하여,

산 자들이 울며 먹고 마신다

곡소리와 술 냄새가 뒤섞여

삶이 다시 움직이고

향을 피운 학생부군신위 처럼

죽음은 언제나 산 자들의 이야기다


이름도 남기지 못한 자들,

배움의 길에 머물던 학생들의 신위

그들은 아직 배우고 있었다

사랑하는 법,

돌아오는 법,

죽음의 이름으로 불리는 법을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는

조용히 하자고

그러나 나는 안다

침묵은 애도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울지 않으면,

그들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니 나는 부른다

목이 터져라, 부른다

억울한 이름들을,

헛된 청춘들을,

우리의 무심을 향해 던진다

그것이 나의 초혼이다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시대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당신의 죽음이 내 입술에 남아, 끝내

애도의 말을 배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길'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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