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하지 마라 2

어둠의 어깨를 짚고

by 박 스테파노

손바닥에 모여 사는

시간의 마디들

빛은 늘

창살을 먼저 배우고

마음은

그보다 늦게 좁아진다


수평을 맞추려

까치발을 드는 하루들

숫자는 키를 재고

나는 그림자를 재운다


목덜미에 남은

여러 개의 이름들

닳은 문장들이

서로를 밀치며 지나가고

눌린 표정 하나가

조용히

신호처럼 깜박인다


긴 면은 접히고

점은 늘어난다

사라진 길이만큼

시야는

갑자기 넓어진다


끝을 연습하듯

되돌려 놓는 손동작

원인과 책임이

제자리를 찾을 때

침묵은

비로소 제 무게를 갖는다


새벽,

금속의 차가움이

몸을 통과하고

어디선가

수치가 내려간다

무언의 교환

덜어진 것과

더해진 것 사이


가벼워진 것은

뼈가 아니라

붙들고 있던 의지

몸은 낮아지고

귀는

계절의 바닥을 듣는다


가을 안쪽에서

겨울이 말을 건다

서늘함은

항상

진실의 형식이다


이제

어둠을 부르지 않는다

눈부심은 늘

그 어깨를 딛고

형태를 얻었으므로


나는

계절의 등을 따라

천천히

밀려가며

도착한 흔적 하나를

손끝으로만

확인한다


<Ragpicker>, Eugene Atget. MoMa.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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