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생각의 시창작 24
우리는 늘 키를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방향은 선택의 문제라고,
의지만 충분하면 항로는 수정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바다는 언제나 먼저 온다.
말을 건네지 않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몸을 적신 뒤에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
허락된 진실이 있다면 선택이 아니라 도착이다.
파도는 질문을 모른다.
산티아고가 잠들었을 때,
아프리카의 사자들이 꿈에서 걸어 나와 바다를 본다. 그들은 승리도 패배도 말하지 않는다.
젊은 날의 해변과 사라진 힘,
끝내 거두지 않은 시선을 데리고 그저 바라본다.
바라봄이 마지막으로 남은 능력이라는 듯이.
삶은 화려한 결정의 얼굴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결정 이후에 남겨진 것들,
되돌릴 수 없어 품게 된 무게들과 함께 시간을 견디는 일에 가깝다.
놓고 온 것들, 지나치며 남긴 상처들,
끝내 처리하지 못한 마음들까지 모두 안고 가는 일.
그 길을 우리는 감당이라 부른다.
그 말을 입에 올리면 차가운 공기가 혀끝을 스친다.
젖음을 감수하는 체념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의 각도를 조정하는 일.
버티는 것이 아니라 서 있으려는 선택에 가깝다.
오늘은 어제의 퇴적물이다.
말했던 예와 말하지 못한 아니오,
하지 않아도 되었던 일과 기어이 하지 않았던 선택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살결을 이룬다.
흉터는 지워지지 않지만 새살이 자라는 방향을 기억한다.
미워했던 마음도, 밀려났던 기억도
이제는 벗을 수 없는 옷이 된다.
살아 있음이 남긴 자국,
도망치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오래 덧나고 아물기를 반복한 병마마저
어느 순간 곁에 앉아 숨을 고른다.
싸우는 법이 아니라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사이, 살아낸다는 말은 비로소 무게를 갖는다.
기쁨만으로 채워진 날은 없었다.
당위조차 버거워
밤마다 흔들리던 시간들이 이마와 눈가에 고요한 선을 남겼다.
그 골짜기마다 아무도 부르지 않은
나만 아는 깃발이 꽂혀 있다.
내일도 파도는 온다.
피할 수 없는 몫들이 이름 없이 밀려온다.
나는 이제 도망치지 않는다.
조금 더 넓어진 어깨를 조용히 내어준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심장이 뜨겁다는 뜻이다.
삶이라는 무대를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는,
가장 낮은 목소리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