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어깨를 짚고
손바닥에 가득한
손가락의 나이,
독방 창살 사이로 스며들던
햇볕보다 좁아진 마음이
세상의 그래프에 키를 맞추려
까치발을 든다
쉰넷,
출판 기획자의 눈치를 읽고
플랫폼과 세대와 숫자의
목덜미를 붙잡고
탓을 연습하던 날들
마뜩잖은 문장 앞에서
허리를 접어 누르며 누른 ‘좋아요’
그것은
타인을 향한 제스처가 아니라
나에게 되돌아온
비겁한 구걸에 가까운 위로
아날로그의 긴 면이
디지털의 점으로
요약될 때
인생은
비로소 파노라마라는 말을
획득한다
나는 임종을 예습하듯
모든 ‘탓’을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새벽 채혈실
차가운 바늘이 지나간 자리엔
척추에 내려앉은 통증과
맞바꾼 암 수치의 하강
부서진 뼈의 무게만큼
삶의 의지는
이상하게도 가벼워지고
봄날의 품속에 숨어 있던
겨울의 서늘한 진실이
두 귀를 열고 나서야
정직하게 들려온다
나는 어둠을 탓하지 않기로 한다
가장 눈부신 것들은 언제나
가장 깊은 어둠의
어깨를 짚고
일어섰으므로
이제 나는
봄으로 가는 겨울의 등을 밀며
내게 도착한
작고 낮은 흔적들을
가만히,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