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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Feb 08. 2022

"한복", "조선족", 그리고 "혐오"

혐오의 수사학


1.

90년대 중반 러시아 모스끄바에서 교환학생의 경험이 떠 오릅니다. 당시 구 소련의 체제가 허물어져 문호가 개방이 되고, 여행과 유학이 자유로워졌지만, 아직 냉전의 어색함이 곳곳에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안기부(현 국정원) 파견 무관은 수시로 연락을 해서, 북한 사람이나, 공산국가 출신과 접촉이 있는지, 불가피하지 않으면 회피하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요일마다 한인 미사가 열리는 폴란드계의 성당을 방문하는데, 미사가 끝나고 성당 문 앞에 늘 "두부 파는 할머니"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저도 가끔 한모, 두모 사가곤 했는데, 어느 날 그분에게 "고려인"이냐고 물으니, "상주 출신 간도인"이리고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자세한 출신 성분과 생경한 북한식 사투리에 움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

"조선인"은 "재외동포"중 "재중국 동포"의 옛 표현으로 설명됩니다. 사실 청나라 때부터, 장제스의 중화민국 시절에는 "한민(韓民)", "한교(韓僑)"라고 불렸지만,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조선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합니다. "조선족"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 내의 소수민족들을 전부 통제하기로 결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들을 민족(民族) 단위로 관리하기로 구분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50년에 시작된 민족식별공작 제1단계부터 중국 내 조선인들을 (중국 조선족) 조선족(朝鲜族)으로 묶어버렸습니다. 이후에 중국계 조선인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조선인을 지칭하는 말로 조선민족(朝鲜民族)이라고 따로 표시하였고, 조선족(朝鲜族)으로 표시한 경우는 보통 중국의 조선족을 지칭하는 표현이 되었다는군요. "조선족"이라는 명칭 자체가 비하를 주는 의미는 본디 없습니다. (나무 위키 등 참조)

"조선족"에 대한 인식

3.

'재외동포 특별법' 등이 제정되고,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중국 동포"라는 용어로 변화하려다가, 10년 간의 보수 정권의 반중 성향과 중국의 동북공정 등 "배타적인 역사 인식"으로 다시 "조선족"으로 부르는 것이 고착화됩니다. "조선족"이라는 말에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도우미 아줌마? 범죄? 가리봉동? 만주? 북한? 아마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 오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범죄도시>, <황해> 등에서도 험악하고, 무지막지한 범죄 집단만 묘사하고 있고, 실제 생활에서도 무시하고 홀대하기 일쑤였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족"을 비하의 이미지로 만들고 있는 것은 여기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인 것이지요.


4.

현재 재중동포는 대략 200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추산의 이유는 중국 국적자 중 "한국계"로 집계되지 않는 "샤이 조선족"도 존재하기에 조사 때마다 들쑥날쑥입니다. 역사적으로 고조선, 부여, 고구려, 고려 이야기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한민족"으로 보기 어렵고, 조선시대의 4군 6진의 북방 경계가 심화되면서, 실제 한민족이 간도나 만주로 진출한 역사는 1,600~1,700년 대로 보는 것이 주류 사관으로 여기어집니다. 조선시대, 그리고 일제 강점 이후의 간도인들은 사실 "경제적 이유"로 이주를 한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세금, 조공이나 군역, 그리고 일제의 세금과 지방 관리들의 폭정을 경제적으로 이겨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1950년대의 문화혁명으로 중국 정부에 순화되고, 나름 항일세력으로 인정받아 1970년 대까지는 중국 내에서도 괜찮은 위치에 있었다고 합니다(소수민족 최초의 자치주). 다만. 등소평의 "선부론(먼저 부자가 되는 세력을 만들어야 뒤 따라 부자가 된다)"에 동부 해안 지역에 경제 개발이 집중되면서 상대적 소외가 진행되어, 급속 추락하게 되어, 끝내 북한과 한국으로의 유입이 진행되었다 합니다.

"재중국 동포" 현황

5.

조선족은 국적상으로 중국인이고, 스스로도 '중국인'이라고 말합니다. 4050 세대는 오히려 한국어가 어눌하지만, 최근 MZ조선족들은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인식해,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특이점입니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지만 미국처럼 소수민족이 스스로 "국가관"으로 동화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소수민족의 독립을 허용하는 순간 국가가 분열된다 생각합니다. 전체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민족을 말하는 게 자유롭지 않다. 현재 독립의식이 강해 강도 높은 탄압을 받고 있는 티베트족이나 위구르족의 경우를 본다면, 중국 조선족이 가지는 "정체성"대한 한국인의 오해는 대부분 풀린다.


6.

이 지점이 최근 동계 올림픽에서 대두된 "한복사건"에 대한 중국의 자가당착입니다. 실제 "국가의식"이나 "민족의식"을 강하게 표하거나 의식하는 것조차 "당"에 대한 도전으로 보면서, 56개의 "소수민족"이라는 "다양성"의 레거시는 차지하고 싶은 수가 얕은 속셈이니까요. 중국은 "대국"이라는 자의식에서 몸부림치는 중입니다. 거대한 "시장"이 가장 큰 무기가 될 줄은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본토의 정사적 부침으로 정작, 중국의 본토인들은 "정화의 원정" 이후 아시아 각지에 정착해 "화교 상권"을 구축한 경제 활동의 노하우를 본토에 주입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화사상"의 토대를 만들 "문화적 본거지"가 애매한 것이지요. 청나라는 만주족의 나라이고, 명ㆍ수ㆍ양 제국은 끝이 좋지 않았고, 거대 원나라는 몽골의 것이니까요. 그래서 문화혁명 때 태동한 것이 "정신은 죽이되 거죽은 가져온다"라는 "민족식별공작"이 승계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지, 원나라도 청나라도 자랑스러운 중국의 것이 되니까요. 그것이 확장하다 보니 티베트, 위구르, 그리고 조선족까지의 문화적 도발이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의 자가당착, 아이러니

7.

개인적으로 중국인들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아시아계 친구들도 일본인들은 가까워져도 중국인들은 힘들었던 기억이 그 옛날 모스끄바 국립대학 국제 학사에서부터 있습니다. 길을 나설 때면 여권을 지참하던 이유가 "кита́йский?", "중국인?"이냐고 묻는 무장 경찰들의 불시 검문도 이유가 있지만, 아직 공산국가의 국민과 접촉을 한다는 것은 큰 불편과 오해를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연장인지 "고려인과 조선인은 다른 경우"라는 또 다른 갈라 치기 가짜 뉴스도 성행합니다. 이번의 언론과 보수진영의 "한복 논란"에 대한 기저의 비판 의식은 당연하지만, 자칫 "혐오"를 부추기는 선동이 될 수 있어 위험해 보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외교적"이고 "실리적"이며, "역사인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혐오하고 차별해서 표는 얻을지 몰라도, "리더"의 자격은 없어집니다.


8.

재미교포, 재일동포, 재유럽 교포들도 그 사회에서는 "조선인"처럼 인식될지 모릅니다. 한복에 대한 문화적 도발을 비판하면서, 우리의 "인식"을 점검해 보았으면 합니다. 재중국 동포에 대한 선입견,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인지를 점검하였으면 합니다. 그거 아시나요? 재한 외국인중 동남아, 특히 베트남ㆍ캄보디아ㆍ네팔 출신들이 고학력이고, 미국인들의 학력이 가장 낮다는 것 말이죠. 학원의 원어민 강사들 만나시면 학력ㆍ자격증 검증 반드시 해보시길. 무자격자 엉터리들이 아닌지 말이죠. 그리고, 한복. 한국인들은 한복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나요? 특히 방송인들?

한복이라는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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