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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Feb 24. 2022

물적분할? 그건 모르겠고 "떡상"이라며?

엉터리 자본시장의 엉터리 해법들



한국 자본시장, 쉽게 이야기하면 "주식시장"이 요란합니다. 기업가치 총추산의 마지노선이라는 2,800포인트가 깨지기 일쑤이고, IPO, 기타 공모에 개미들은 좌로 집합, 우로 집합하느라 혼비백산입니다. 이곳에도 "투자", "주식", "엔솔", "공모" 이런 이야기들 많이 나오는데, 자본시장의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투자"는 깨진 독에 물을 붓는 일보다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론도 정치인도 학계도 양심적이고 충분한 해설, 진단, 그리고 해법을 내어 놓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LG 에너지솔루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은 대중의 구미에 맞추어 "청약 경쟁률", "상장가", "떡상" 같은 근거 없는 삐끼 놀음만 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작전'으로만 돈을 벌었는지, 연일 "과세 부담"에 대한 엉터리 공약만 쏟아 냅니다. 과연 이들은 작금의 문제인, "물적분할"과 "스플릿-오프/업"에 대한 이해는 하고 있을까요? 이해한다면 설명은 어디에 있나요? 그래서 나름 대신해 봅니다.


*"물적분할"이 뭔가요?

: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형식의 기업 분할 형태를 말합니다. 사실 매우 기형적인 합병ㆍ분할의 기법인데, 그 시작은 IMF였습니다(1998년 말 상법 개정으로 허용돼). 외환 위기로 도산 위기에 있는 기업 집단에서 Good company와 Bad company를 분리해서, 잔존 가치가 있는 사업을 살리려는 궁여지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매각을 예로 들어 보면, 좋은 사업만 따로 분할해 파는 것이 통째로 파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나쁜 사업을 몰아 파산, 정리하는 것도 유리하지요. 또한 신사업을 분리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존슨 앤 존슨"의 소비재 분할

최근 존슨 앤 존슨이 "소매부문"을 분리하여, 제약ㆍ바이오 부문으로 집중하고, 적자구조인 소매부문의 구조조정을 쉽게 한 것도 일종의 "분할 효과"입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LG 엔솔"과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엄밀히 그 방식은 "스핀오프", "인적분할"입니다.


흔히 "반대 개념"으로 오해되는 인적분할은 기존 (분할)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의 기업분할입니다. M&A업계나 미국의 IT 공룡, 소비재 회사 등이 채택하는 "스핀오프(Spin~off)"의 개념과 같습니다. 인적분할은 주주구성은 변하지 않고 회사만 수평적으로 나눠지는 수평적 분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적분할이 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며 분할 후 곧바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습니다. 이전 삼성네트웍스(SDS의 전신)의 사내 벤처였던, "네이버"의 탄생이 이와 같은 과정을 통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 한편 물적분할의 경우 분할회사(기존 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됩니다. 즉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차이는 신설법인의 주식의 소유권이 "기존 회사의 주주"와 "기존 회사 법인 자체" 중 누구에게 주어지느냐로 나뉩니다. 여기에서 "지옥문"이 열립니다.


기업분할 중 물적분할은 본디, 기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인수·합병(M&A)을 쉽게 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악용에 악용을 거듭하여 "총수의 지배구조"만 강화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물적분할이 되면, 반대하는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적분할의 자본은 원칙적으로는 모회사가 100%로 투입해야 하는데, 법제의 빈틈을 노려 IPO를 통한 진주 공모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지요.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헷갈리는데"?

: 일단 LG화학의 주주 입장에서 보면, LG화학이 "잘 나가는 사업부-배터리 부문"을 분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손실입니다. 잘 나가는 사업부가 아닌, 보통 적자나 부채가 많은 부문을 떼어 내어 처분하기 위한 것이 "분할"의 목적인데,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잘 나가는 부문"을 떼어 내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떼어 낸 회사는 보통 100% 모회사가 지분을 유지하며, 시장에 적응ㆍ반응할 때까지 기존 모회사인 LG화학의 "자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분할과 동시에 "IPO-기업공개"를 하여, 추가 자본을 외부에서 공모로 가져옵니다. 그 공모주의 권리는 우리 사주 조합과 신규 공모자로 국한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LG화학의 주주들은 "디스카운트 효과"로 손해를 볼 게 뻔해집니다. 신규 공모자들이 투자 수익을 올리니까, 시장의 총량으로 보면 이익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될 리가 없습니다. 이유는 기형적인 재벌의 "지배구조" 때문입니다.


아래의 기사를 참조하면 그 "우려"가 이해될 수 있습니다.


과연 물적 분할한 회사를 상장만 하지 않으면 물적분할이라는 제도는 문제가 없는 걸까. 오너 일가가 지분 30%를, 기관 및 소액주주가 나머지 지분을 가진 A 상장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사가 어느 날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B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B사는 A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돼 A사의 오너 일가는 B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70%의 의결권을 가진 나머지 주주들이 A사를 통해 B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B사는 단일 주주 회사라 주주총회가 없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A사 오너 일가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다. 공시 의무도 사라진다. A사 주주들이 B사를 감시·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생긴다. B사를 매각하든, IPO를 하든 이제 모두 A사에 달렸다. 엄밀히 말하면 오너 일가의 결정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물적분할로 B사는 A사 뒤로 숨었다. B사가 IPO를 하지 않아도 이미 A사 주주들은 자신의 권리를 일부 빼앗기게 된다. 이것이 물적분할의 근본 문제라고 생각한다.


B사가 상장하면 이런 문제가 더 극대화된다. A사 주주는 B사의 수익을 B사의 새로운 주주들과 나눠가져야 한다. 당연히 B사의 주총에도 초대받지 못한다. 현금흐름이 약해진 A사의 주가는 당연히 떨어진다. 이른바 ‘지주사 할인’이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은 대주주의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을 모회사 소액주주에게 전가한다. 상장을 하지 않아도 문제고, 상장을 하면 더 큰 문제다.- 기사 본문 중-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방안은 현행 상법과 충돌한다는 게 정설이고, 주식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은 시행령 등을 개정하면 추진할 수 있다고 이야기는 합니다. 그러나, 물적분할의 문제 논의가 소액주주 보호 방안 마련이 전부가 아닙니다. 최근 대한민국 공룡기업들의 물적분할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기업 분할"

해외에서 한국과 같은 "물적분할" 후 동시 상장은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적분할이란 제도 자체도 없는 나라가 대다수이며, 자모 회사가 동시 상장한 경우는 없습니다. (구글은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오직 "알파벳"만 상장) 오히려 사내 벤처의 사업이 유망하다면, "스핀오프"로 분할하여 지원과 배후의 힘이 된 후, 훌륭한 스타트업으로, 유니콘으로 독자 생존하게 하는 것이 산업의 생태계였습니다. 한국에서도 2000년 초반의 "인터넷 기업"의 탄생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네이버가 삼성에서 넥슨이 한국 IBM의 "독자 솔루션 파트너"라는 지원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것이었지요.



유망 부문의 물적분할 후 재상장은 기업이 IPO를 통해 손쉽게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묘한 지분관계로 작은 지분으로 계열 지배구조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 후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가 됩니다. 신사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라는 명분으로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도모할 것이고 그때마다 한국은 디스카운트에 디스카운트가 되겠지요.


이렇듯 한국의 자본시장은 "엉터리"입니다. 노동자와 연구진, 그리고 사무직, 영업직들이 밤새워 일구어 놓은 레거시를 경영 총수, 의사 결정자들이 깎아 먹습니다. 태생이 그러합니다. 그 기본적인 것을 간과하면 패가망신하기 딱 좋습니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시가 총액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재벌"들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빈틈을 기관, 외국인이라 하는 암수 자본들이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이지요.


정작 분할해야 하는 사업집단은 꽁꽁 묶어 두고(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묶어도 시원치 않을 회사는 찢어 버립니다(카카오 등). 한국 자본시장은 이렇게 난장판입니다. 개미들은 필패, 폭망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단언은 성급하다고요? 아닙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저의 사회생활 초반은 대기업의 PR/IR팀이었습니다. 창업 총수의 재산을 지키는 부동산, 자산, 그리고 평판 관리가 주 업무였지요. 자본시장의 장외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야합과 작당모의가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것만 확언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주식은 일봉, 월봉, 추세선을 보고 "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 꾸준한 혁신, 그리고 주주들에게의 합당한 보상으로 "투자"하는 것입니다. "배당"보다 "떡상"을 기대했다면. 솔직히... 당해도 쌉니다.

떡상... 그러다 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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