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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Apr 16. 2022

집값이 진짜 떨어질까요?

(feat. 누구의 집값? 내 것 말고 다!)

떨어질까요?

'초미의 관심사'라는 말이 어울리는 현생의 한 단어를 고르라면, 아마 '집값'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권이나 언론, 학자들은 '주거 안정', '주택 경기', '부동산 시장'이라는 그럴 듯 하지만 모호한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일반인의 마음에는 모두 '집값'이라고 읽히기 마련입니다.


관심은 '눈썹에 불이 붙은 모양'으로 다급해 보이지만, 정작 실제 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은 늘 반대로 움직입니다. 전망과 희망은 절망과 폭망으로 가기 십상이고, 정부의 정책이란 것이 늘 반대로만 작용하는 것 같고, 뉴스나 언론은 온통 알아듣기 힘든 제도, 이론, 법칙 타령입니다. DSR이니 LTV니, 상한 이니 자기 한도니, 도통 외국어 같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값'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부동산 이야기'는 늘 흘려듣게 됩니다. 상관없거나, 말 같지 않거나, 너무 어럽다고 생각이 드니까요.


https://alook.so/posts/o7tndbL


이런 시기에 새로운 정부의 인수위가 '집값'의 이야기를 또 '부동산 정책'으로 제시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1. 규제 완화, 2. 세금 인하, 3. 대출 확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경기 부양의 대책입니다. 마치 부동산 시장이 불황일 때 나올 법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요.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일 것입니다. 석연치 모하고, 예상치 못한 정책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늘 제한적으로 그러하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책은 뒷북이거나 변죽이기 늘상이고, 시장을 전망하고 분석하는 이들은 모두 야바위꾼의 '운'에 기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유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 즉, '집값'은 '경제'의 영역을 벗어난, 사회문화, 사회심리의 문제, 즉 '사회 문제'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집값'은 욕망과 절망 사이의 현실


개인적으로 '집값'이 고민의 우선순위에 있지는 않습니다. 넉넉한 형편에 기인한 것은 아니고,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적게 남았고, 아들들의 인생은 '지껏'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산의 형성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주거의 지출이 '비용'인지 '자산'인지 고민 중에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는 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값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게 되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호기심과 궁금함을 던진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집값'관련 쉬우면서 주장 명료한 몇 안 되는 부동산 잔문가 이광수 애널리스트의 글을 자주 찾아봅니다. 아래 첨부한 칼럼은 한 자 한 자 읽어 볼만하고, 이런 필자가 이 공간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추천드립니다.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849


미친 듯이 오르던 주택 가격이 주춤하고 있다.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집값이 진짜 떨어지나요?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답을 들어도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향이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집을 가지고 있다면 집값은 절대 떨어질 수 없다. 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아니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속 답이 정해진 상황에서 집값을 전망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 -기사 본문 중-


아광수 애널리스트는 이런 이야기도 다른 칼럼에서 곁들었습니다.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많은 정책을 발표했다. 분명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정책 탓에 집값이 급등했다는 이야기는 아이스크림이 잘 팔려서 에어컨도 잘 팔린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대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스물한 번에 걸친 정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규제를 풀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줬다. 심지어 빚을 내 집을 사라면서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사용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은 하향 안정됐다. 그렇다면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켰던 정책이었을까?"


이처럼 '집값'은 경제의 이론, 시장의 법칙, 기타 연구로도 쉽게 전망, 분석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지요. 왜 그런지 아주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정말 집값이 떨어지기를 원할까?"

"누구의 집값이 떨어지기를 원할까?"

투자시장=되먹임(feedback)시장

흔히 주택시장을 '되먹임(feedback)' 시장이라고들 합니다. 무엇의 되먹임일까요. 부동산 시장을 카테고리로 넣자면 '투자시장'입니다. 그렇기에 투자시장의 본질 때문에 발생하는 근본적인 제약이 존재합니다. 투자시장은 피드백으로 움직이는 시장입니다. 투자화된 시장에서 참여자들은 되먹임 현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투자시장에서는 과거나 현재에 얻는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의도된 행동을 유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매물을 늘리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했으나 오히려 매물이 감소할 수 있는 것이지요.


투자 시장에서 '피드백'은 대부분, 바람과 욕망에 의해 각색이 됩니다. 특히 부동산, 주택시장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내가 팔 집이나 소유한 집은 올랐으면 좋겠고, 내가 사고 싶은 집은 내렸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수요와 공급자의 피드백을 윤색하기 마련입니다. 내 마음속의 답이 정해졌기에 피드백 자체가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예측하고 방비하는 정책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떡하라고


운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할 모양입니다. 거래가 활발해지면 '정상'에 수렴한다는 '시장 균형론'을 믿는 듯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참여자들의 되먹임 현상에 따른 의사결정, 정치적 과정의 이해관계 제약, 시장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로 부동산 정책은 실제 영향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부동산이 '경제'가 아니라고 비약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상적인 시장 경제 활동이라면, 피드백을 조정하거나 유도하고, 정치 과정에서의 견제, 도덕적 해이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구조적으로 잘 다듬어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대부분의 거래가 국가의 거시지표에 잡히지 않는 '중고거래'이기 때문이지요. 마치 고가의 골동품 같은 양상을 띄고 있으니까요. 욕망과 기대가 거래를 지배하니까요.


GDP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 관련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거용 고정 투자 (Residential Fixed Investment, RFI)입니다. RFI는 주택 건축, 다세대 건물 개발, 그리고 리모델링이 전체 GDP에 기여하는 비중을 볼 수 있습니다. 신축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주거용 건물 리모델링, 중개인 비용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두 번째는 주택 서비스(Housing services)입니다. 여기는 세입자가 지급한 렌트 및 전가된 렌트(Owner's imputed rent), 그리고 관리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전체 거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주택 매매는 '고가 중고품' 거래가 됩니다. 국가 경쟁력과 무관해 보이니, 제도적 미비는 개선될 기미가 없습니다. 미국처럼 임대시장과 리모델링이 일반화된 경우 GDP의 17%나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1,000조에 육박하는 주택 거래시장은 '국민 총생산'에 거의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거시 지표인 '가계 부채율'에 민감한 것입니다. '집값'이나 '부동산 경기'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국가의 금융 건전성이 우선 고려되는 조치이니까요.

전망만 무성한

얼룩소의 오리지널이 주목 못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상의 본질에서 핀트가 나간 것이지요. 경제학 교수님보다 사회 심리학적 '한국에서의 자가 주택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더 신선하고 공감되는 문제가 되니까요. 욕망과 피드백을 다스릴 방법은 '주거 소유와 비용의 고찰'같은 사회학적이고 소비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뉴스가 떠들어 대니, 새로운 정책 기대감으로 매물이 감소하고 가격이 다시 움찔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 시장에서 바람이나 대세에 기대는 것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집은 주식이나 코인처럼 오늘 샀다가 내일 팔아야지 하며, 자주 거래하는 자산이 아닙니다. 우선 집을 소유할지 사용할지부터가 고민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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