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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Apr 09. 2022

기축통화? 기축통화국가?

바보 팔씨름 같은 대선 토론

0.

어제 토론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후보의 "에~"하는 추임새와 "기축통화국"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입니다. 이미 언론에서도 국가 부채 비율을 이야기하면서 '기축통화국'이 아니라서, 부채의 수준이 위험하다는 기사는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대선 때문에 옛 기억이 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666346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TV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최소한의 지식이 없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기사 본문 중-

1.

저는 90년대 중반에 라시아 모스끄바로 교환학생 유학을 하러 갔습니다. 당시 상태가 일종의 국가 부도 상태인 '모라토리엄'선언 직후라, 러시아의 경제는 공산주의 연방 해체의 여진으로 바닥에 바닥을 치는 중이었습니다. 많은 기억과 추억이 교차하는데, 이번에는 "루블화와 덜러"의 기억이 소환되었습니다. 당시 루블:달러의 환율을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7자리 단위의 환전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공서나 과외선생, 그리고 경찰도 노골적으로 "달러"를 요구한 숨은 기억도 있네요.


2.

기축 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란, 국제단위의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해외에서 제약 없이 환전은 물론 유통이 쉬운 통화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무언가의 "요건"이 아니라 "개념"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1960년대 미국의 트리핀 교수가 주장했던 용어인데, 금 보유에 따른 통화량을 정하던 금본위제 이후의 금환본위제도(金換本位制度)가 대두됩니다. 금이 무한정이지 않으니, 국제금융의 중심 특정국의 통화를 금에 대신하는 환으로 사용하자는 것이었지요.


3.

. 종래의 특정국은 영국 뿐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미국이 대표적 특정국이 되었습니다. "달러의 전성시대"는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현재 기축통화로 취급되는 통화는 엄밀히 미국의 달러화뿐입니다. 미국 경제 위상과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보다는 낮아져 EU의 유로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기축통화의 후보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신뢰도와 사용도 면에서 달러화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이에 따라 달러화의 위상은 현재까지 우위에 있습니다.

역대 기축통화

4.

어제 대선 토론 내용과 빗대어 보면 좀 갸웃되어집니다. 윤석열 후보가 발단입니다. 확장 재정에 대한 비판으로 "비기축통화국은 국채를 40~50% 정도만 발행한다."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후보들도 수치 정확성에 이의가 있을 뿐 기본적인 "기축통화국-비기축통화국"의 정의는 인정하는 듯합니다. 맞는 이야기일까요? 엄격히 말하자면 "땡"입니다.


5.

"기축통화국"이라는 정의는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그럼 후보들과 언론들은 바보 씨름 중이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아마, IMF의 SDR(Special Drawing Rights), 즉 "특별 인출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1969년 파운드화 위기와 달러화 불안으로 야기된 문제와 국제교역의 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MF에서 SDR을 만들었습니다. 1980년에 16개국 통화에서 5개국(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통화로 축소되었습니다. 1999년에는 유로화의 도입으로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의 4대 통화 체제가 되었고, 이후 2016년 10월 중국 위안화가 편입되어 5대 통화 체제로 변경된 바가 있습니다. 아마 여섯 번째 기축통화국 운운으로 보아 이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SDR 통화 바스켓

6.

그럼 이재명 후보의 주장대로 SDR 편입 가능성은 있을까요? ​SDR은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그리고 엔과 위안의 5가지 주요 통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이라고 합니다  '통화 바스켓'은 5개의 통화를 적당 단위 수로 넣고, 매일 외국환 가치를 계산해 달러로 치환했다가, 다시 해당 통화의 환율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그래서 달러가 "기축통화"). 이 통화 바스켓의 구성은 5년마다 검토되는데 통화의 가중치는 변경될 수도 있고, 국제통화기금의 특별 인출권(SDR)에 대한 회의가 올 6월~7월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최근 "정경련 보도자료"에 기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편입 가능성은 '글쎄'입니다.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즉 지정학적 위험 등을 들어 기득 국가의 거센 반대가 예상됩니다.(한국은 "외교", "통상"은 후진국)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003816


전경련은 이 자료에서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 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했다. SDR은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을 말하며 필요할 때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의 5개 통화와 교환할 수 있다. SDR 바스켓은 달러, 유로, 위안, 엔, 파운드로 구성돼 있다. 전경련이 제시한 근거는  | 한국 경제의 위상  | IMF 설립목적과 부합 | 세계 5대 수출 강국 | 국제 통화로 발전하는 원화 | 정부의 원화 국제화를 위한 노력| 등이다. -기사 본문 중-

6.

그럼 기축통화국이든, SDR 편입 등이 좋기만 할까요? 기축통화가 되려면, 엄청난 "무역적자"는 필수입니다. 통화량이 전 세계에 유통되려면, 해외로 나가는 돈이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많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 위기"의 빌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SDR은 통화량도 적은 데다가 단순히 유가증권, 직설적으로 말해서 단순한 권리증서입니다. 실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은 가능하나 "통화"로서의 역할은 유동적입니다. 유로화만 보더라도 유로권을 넘어가면 통화량 조정을 위한 목적의 외환보유로는 비율이 매우 낮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에서 자국 통화가치를 담보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재 놓는 국제 통화 화폐는 전 세계 공통으로 봤을 때는 미국 달러 단 한 종류가 됩니다.


https://www.vop.co.kr/A00001515497.html


그런데 1960년대 후반부터 이상한 조짐이 감지됐다. 서구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은 온 나라에 군대를 파견했고, 원조를 퍼부었다. 당연히 미국은 이 돈을 달러를 찍어내면서 감당했다. 그런데 얼핏 봐도 미국이 새로 찍어내는 달러의 양은 미국이 보유한 금의 양을 훨씬 초과했다. 불안해진 선진국들이 미국 연방정부로 달려가 달러를 내밀면서 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너무도 태연히 “우리는 그만한 양의 금이 없어서 내줄 수 없다”라고 선언해버렸다. ‘보유한 금의 양만큼만 달러를 찍겠다’는 약속을 미국이 헌신짝처럼 내던졌던 것이다. -기사 본문 중-


7.

사실 "기축통화=달러"는 미국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극에서 시작합니다(위의 기사 참조). 그런 사기극으로 미국은 "경제 대국"의 입지를 다집니다. '돈을 찍어낼 권리'가 있으니, 자국의 경제 위기를 전 세계에 전가하는 효과로 버티어 온 것입니다. 그런데, "딜레마"에 빠지지요. 특히 트럼프의 무모한 "America First"가 불을 지핍니다. "무역 흑자"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언뜻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무역 흑자라는 것은 전 세계에 퍼져 있던 달러의 미국 유입을 말합니다. "월스트리트"부터 난리가 나지요. "기축통화"의 위용이 사라지면, 미국 경제와 산업의 민낯이 나오고, 만성 재정 적자와 몇몇 플랫폼 공룡 기업들로 겨우 버티던 산업은 균열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면, 기축통화 지위를 호시탐탐 노리는 유로와 중국에게 "패권국가"의 왕관을 넘겨 줄지도 모릅니다.

희망과 폭망 사이

8.

결론을 억지 짓자면, 어제 토론은 "바보들의 대행진" 같았습니다. 기축통화의 개념을 아예 모르고 말을 꺼낸 후보나, 개념 정립이 안되고 득실을 깊게 보지 못한 후보나, 그것을 지적 못하고 되뇐 후보나, 끼어들거나 문제제기도 없는 후보나. 모두 "공부 좀 합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기축통화-SDR"의 편입, 부채비율 같은 어설픈 학자, 기자들의 이야기들 말고 현실을 보았으면 합니다.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유로ㆍ중국이 가세한 다각화되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통화 패권의 이전이 타당한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국가의 리더"가 아닐까요? 그 바탕에서, 국내 재정 방향을 수립하고, 무역 전략을 보충하며, 외교의 목표가 나오는 것이겠지요. 제발 이 아주 평범한 시민보다 공부 좀 더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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