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를 알아야 선거를 이긴다
민주주의의 최대의 축제, 선거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으면서, 온통 비아냥, 조롱, 욕만 빠진 욕설, 그리고 폄하뿐입니다. 우리의 정치의 민낯이고, 그 프레임을 그대로 미디어 위에 올려놓는 언론의 후진성이기에 어쩌면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선거, 그중에서 대통령 선거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희망'의 정치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잔치가 되어야 하는 우리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기득권의 속셈에 말려 들고 있지 않는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말랑하고 다소 가뿐하게 선거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진영이나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점들을 가볍게 정리 해 볼까 합니다.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라 '적임자'의 선출이라는 생각에, '대선이 수능이라면'이라는 가벼운 비유로 20대 대선의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공포의 '수학'입니다.
수포자의 발생 시기 - '분수'의 등장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3146
지난 1월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수포자가 되는 첫 시기는 초등 3학년의 나눗셈과 분수라는 설문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중고 교사들은 수포자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누적된 학습 결손'을 우선으로 뽑았으며, 초등 3학년부터 초등 5~6학년으로 이어지는 분수와 나눗셈, 분수의 사칙연산을 최대의 위험 구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사 본문 중-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초·중·고 학생 3707명과 초·중·고등학교 교사 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결과를 1월에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스스로 수포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서 초등학교 6학년의 11.6%, 중학교 3학년의 22.6%, 고등학교 2학년의 32.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응답했답니다.
KBS 퀴즈 형식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 문제아들>에서도 나온 문제입니다. '수포자'들은 언제 결정이 되는가에 대한 답은 '분수'를 만나면서 라는 것이었지요. 숫자가 작대기 하나로 나뉘다니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나름 인간은 이성과 논리의 동물인데, 진리의 계측의 수단인 숫자가 나누어지다니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2학기의 '분수의 개념'을 접하면서 1차 수포자가 나오는 순간이 됩니다.
억지로 버팁니다. 답답한 엄마들이 새알 초콜릿을 이리저리 나누고 합치거나, 연필 자락을 이리저리 손에 쥐어 보며 외우듯이 개념의 문턱을 넘습니다. 그러다가 큰 산을 만나게 됩니다. 초등 5~6학년으로 이어지는 분수의 사칙연산이 버티고 있습니다. 더하기는 분모를 통분하고 분자만 더하고, 곱하기는 다 곱하고, 나누기는 뒤집고, 미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자연수'라는 실체에서 '분수'와 '소수'라는 개념으로의 이전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연수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꼽아 댈 수 있으니, 계량과 계측의 실체로 확인이 가능하니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소수와 분수는 어찌 확인이 될까요. 머릿속에서의 개념으로 가능합니다. 1을 10등분 한 것의 한 토막이 0.1이고 1/10이라는 개념적 정의로 '그려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려낸 개념을 다른 이들과 맞추어 보아야 합니다. 일종의 '약속'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어쩌면 '분수'는 사회적 약속의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분수를 알아야 선거를 이긴다
'분수(分數)'라는 사전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어떤 정수 a를 0이 아닌 정수 b로 나눈 몫을 a/b의 형식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수학ㆍ산수의 개념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기의 신분이나 처지에 알맞은 한도'나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일정한 한계'를 나타내는 유교적 성찰의 의미도 있습니다.
유학에서는 사물이 각각의 기(氣)의 차이 때문에 위계가 생기는데 이것을 '분수'라고 이릅니다. 유학에서는 자연의 질서가 그대로 인간에게도 적용된다고 보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도 기의 차이 때문에 위계가 생긴다고 여깁니다. 이것이 확장되어 '사물을 잘 분별하고 헤아리는 슬기'라는 뜻으로 이어집니다.
이렇듯 유학에서 정의한 '분별력'은 한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에게는 필수적인 덕목으로 보입니다. 소위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이로운 결정인지 분별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한쪽에서 정치인은 '학생'이 아니라며, 상식과 지식을 측정하는 검증은 불필요하다고 하지만, 무엇을 알아야 결정하고 거부할 능력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대세와 대부분'이라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오는 확증 편향도 '분간'의 힘이 필수가 됩니다.
그럼 우리는 그런 능력이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오류와 오인, 실수의 교정'의 태도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상대의 지적과 타당한 반론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유심히 보아야 합니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 잘못 알고 있어'로 반박부터 하는 사람은 상황과 판단의 분별이 안 되는 경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크던 적던 실수와 직적을 인정하고 교정 약속을 하는지를 살펴 보았으면 합니다.
투표는 덧셈이 아니라 나눗셈
그럼 '분수'라는 의미는 유학적 도덕 검증에만 유효할까요. 과목이 수학인데, 수학적 의미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선거 투표에 대한 산정 개념에 '득표'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얻을 '득(得)'으로 유추해서 선거는 더하기의 산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투표를 덧셈으로만 판단하여 예측하거나 판단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한표, 한표 모아 그 수를 더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습니다. 그런데 선거 국면에 들리는 이야기, 단어들에 주목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득표율, 응답률, 투표율, 대비율, 증가율, 감소율 등, 비율을 이야기하는 율(率)이 뒤덮고 있습니다. '비율'은 '분수'의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그 만큼 선거의 각 진영은 '분수'를 잘 알고, 잘 이용해야 합니다. 나의 +1%는 상대의 -2%의 효과가 있음을 잘 알아야 합니다.
20대 대선에서 언론과 정치인들이 주목하는 이번 선거의 특징과 승부처를 '이대남'으로 일찍이 프레이밍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략과 방향은 유효한 것일까요? 분수와 수학의 측면에서 적확한 설정일까요? 저는 캠프나 언론이 프레임에 걸려 아주 중요한 '분수'를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주목받지 않고 대접받지 않는 거다 수는 분수로 작용하면 어마 어마한 변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https://news.v.daum.net/v/20220227133132420?x_trkm=t
이번 대선 유권자 수는 21대 총선(4399만 4247명)보다 20만 3445명 증가했다. 19대 대선(4243만 2413명)과 비교하면 171만 7982명 늘었다. 국내 선거인명부 기준 연령별 유권자를 보면 Δ18~19세 98만 명(2.2%) Δ20대 659만 명(14.9%) Δ30대 667만 명(15.1%) Δ40대 815만 명(18.5%) Δ50대 862만 명(19.5%) Δ60대 722만 명(16.4%) Δ70대 이상 590만 명(13.4%)이다. -기사 본문 중-
이번 대선의 유권자가 설정되었습니다. 주목하던 세대 2030보다 4050은 350만 명 넘게 많습니다. '백분율'로 26.5%나 많습니다. '증감률'은 어떨까요? 가장 최근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인 21대 총선과 비교하면 18~19세 유권자는 17만 명, 20대와 30대 역시 각각 21만 명, 32만 명 줄었습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21만 명, 3만 명 감소했다. 물론 6070의 인구는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60대 초반의 정치 지형에 변화가 있음을 고려하면, '변수'작용이 미미해 보입니다.
이번 대선은 '56, 수도, 녀'가 관건
저는 기업에서 BDE(Business Development Executive)라는 '직무'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신규사업을 시장에 진입시키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 유지하는 잔반의 업무를 관장했습니다. 온통 숫자에 쌓여 살게 되는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서는 '숫자'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 '큰 숫자를 잡기 (Big feature handling)이 관건이 됩니다.
http://naver.me/IIZlniDE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변동성이 큰 선거다. 프레임 전쟁 속에서 중간 지대 유권자층인 ‘엠여중’(MZ세대, 여성, 중도층)의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된 성격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선거지만 선거 승부처는 분명해졌다. 50대·서울·가정주부층이다. 이른바 ‘오·서·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후보라면 당선 가능성은 더 선명해진다. 치명적 승부처인 이유다. -기사 본문 중-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언론도 '역대급 안갯속'이라는 표현으로 쉬이 점치기 힘든 판세를 애써 표현하곤 합니다. 선거 초중반에는 2030에 대한 중요성과 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을 많이 들였지만, 이제 그 전략만이 유효한 것인지 회의적인 판단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40,,50대가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많기에 4050의 유동적인 2%는 플러스, 마이너스 4%의 효과가 있고, 투표율을 감안해도 10여 만 표가 좌우됩니다. 그리고, 4050이 보수ㆍ진보 정치 진영의 '분기점'이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은 '분수'를 잘한다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60대에 버금가는 투표율을 가진 50대의 경우 모수의 크기가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에서 인구별 보정을 한다고 하지만, 분모가 큰 집단일수록 착시와 왜곡의 오차는 커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승부를 가리는 승부처라고 하면 또 하나의 주목할 대상은 수도권, 그중에서 '서울'이라 생각합니다. 서울은 메가시티로 팽창되면서 인구의 유입으로 정치 지형이 요동쳤습니다. 수도권의 확장으로 인구는 분산된 경향이 있어서, 서울에서의 승부는 늘 전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복잡한 정치분석을 제쳐 두더라도, 서울과 수도권은 '모수가 가장 큰' 집단입니다.
그리고 경기, 인천은 '지역'특성이 고려되지만, 서울은 가늠이 어렵습니다. 매 선거마다 서프라이즈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과도하게 정책이 편중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도권 유권자는 서울 833만 6646명(재외선거인 포함 834만 6647명), 경기도 1142만 8857명(1143만 3288명), 인천 251만 8329명(251만 9225명)으로 조사)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결정적인 유권자층은 ‘여성, 그중에 가정주부, 어머니들 층입니다. 일단 남성보다 여성 유권자 수가 많습니다 (남성 유권자가 2189만 명(49.6%), 여성 유권자가 2227만 명(50.4%)으로 집계). 최근 2030 여성들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계층으로 잡히기도 했지만, 30~50대의 주부ㆍ학부모 층도 만만치 않습니다. 집계가 안 되는 진정한 '부동층'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은 평균 이하입니다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 다음이고 블루칼라보다 높은 비율).
역대 선거의 경우를 비추어볼 때 투표율이 높습니다. 보통 미디어나 언론, 심지어 가정의 식탁에서도 표심이 잘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밀투표가 원칙인 민주주의 선거에서 그들의 표심의 영향은 늘 지대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정치판보다 현명합니다. 부동산 등 경제 현안, 코로나 국면 대처, 자녀인 청년 세대의 취업에도 관심을 둡니다. 낡은 정치공학이 작용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념보다 이득과 정치적 편익을 주는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분수'를 알자
이런저런 생각들로 '분수'를 알아야 선거도 이기고 이 나라를 책임 있게 잘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유학에서 이야기하는 자신을 잘 판단해, 사리를 구별하는 슬기와 판세를 잘 분석해서 나눗셈을 잘하는 진영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직 별 생각이 없었다면 이제라도 고민과 이해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분수의 대명사인 '비율'의 율(率)은 '거느릴 솔', '우두머리 수'로 이의 이음을 가진 한자입니다. '분수를 알아야 잘 이끄는(거느리는)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는 선현의 깊은 뜻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학에서 '분수'에 막히면 '수포자'가 되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정치에서, 대선에서 '분수'를 모르면 '정포자', (진정한) 정치를 포기한 자, 즉 '낙선자'가 되는 근본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분수'를 아는 자를 뽑읍시다.
잘 못 뽑으면 5년 내내 '분수(噴水)'를 뿜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