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권력의 시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부분에 여러 번 생각을 견주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들을 이해도 하고 지지도 하지만, 자꾸 맘에 걸리게 되니까요. 기술에 의한 산업 지형의 변동은 노동시장과 시장 경제의 변혁을 가져오곤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산업혁명'이라는 역사적 정의가 그러한 것들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었고, 결국 기술이라는 것이 '자본'의 집약이 요구되기에 삶의 격차도 벌어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 변혁에는 반대급부와 반동이 뒤따르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러다이트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네요. 기계가 일자리를 대신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기술의 발달이 삶의 균형을 흔들었다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기술'자체의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의 발달'을 이루어 낸 '자본'의 의도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기술을, 그 기술의 전파가 혁명이 된 것일 테니까요. 결국 사회 구조의 문제는 늘 '자본'의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의 발전'이 자본이나 산업의 의도와 상관없이 '도약의 관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자본'은 의도와 의지가 있지만 '기술'은 무념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하면 자본은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적 인지가 가능하지만 기술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본능에 가까운 도약에 가까운 발전을 관성작으로 하는 단계에 이르면, 의도와 관계없이 기술의 발전은 급수로 우상향 합니다. 잘 알려진 '무어의 법칙'과 같이 말이지요.
http://m.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112002109958029003
KDI는 전체 스마트화 수준은 소폭 증가했지만 실제 수준이 향상된 공장은 전체의 60% 수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준이 감소한 공장도 있어 일부 공장들의 스마트 기술 빈부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기술 수준 상위 10% 공장과 하위 10% 공장의 기술 표준편차는 2015년 0.118에서 2017년 0.123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사 본문 중-
최적화 프로젝트를 하며 프로보노 활동으로 정부 시책의 '스마트 팩토리'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로 전산화가 전혀 안된 소규모 제조업체에도 ERP(전사적 자원 관리) 같은 기본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해 준 성과가 있었지요. 반면, 매출 구조나 투자 의지에 따라, 도입하는 기술(소프트웨어/하드웨어)에 수준차가 있었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격차를 벌리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컴퓨팅ㆍ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공장 자동화에 적용되는 영역이 심도가 깊어지고 고도화됩니다. 자본이 일부러 투입되지 않아도, 업그레이드ㆍ패치ㆍ머신러닝ㆍ기계 최적화 등이 자가발전하게 됩니다. 초기 인프라의 기술 차이가 격차를 초격차로 만든 것이지요.
기술이라는 것이 시작과 시동, 즉 초기 자본만 투입이 되면 자생적인 고도화와 진화는 "기술적"으로 따라옵니다. 의도되지 않아도 반도체의 용량은 두배씩 늘어나고, 처리 능력은 그 승수로 진행되고, 그것을 수용하는 인프라와 주변 기술은 덩달아 발달됩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기술은 격차를 벌리기 마련인 것이지요.
이를 독점한 자본은 '기술 자본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위협을 받고 인간성에 대한 도전의 국면에 있어도, 일상에서 기술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수용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사회 구조 연구"같은 1,2,3차 산업혁명 시대의 센님 노릇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위협은 '지피지기'의 방법, 즉 기술을 잘 이해하고 선점하는 방법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순수한 산업 기술 수준은 기술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 등의 70% 수준입니다. 삼성 메모리 반도체와 온갖 통신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만 가득한 포털 공룡, 플랫폼 귀신들에게 눈이 가리어지고, 귀가 막혀 있는지도 모르지요.
'기술의 격차'는 '빈부의 격차'를 늘입니다. 이 "격차"의 계산에 "비율-퍼센티지"를 대입하는 순간 왜곡의 개미지옥에 빠집니다. 예를 들어 90:10의 격차가 있는 집단이 85:15로 좁혔다고 칩시다. 개선인가요? 격차가 줄었을까요? 만약 그 전체 분모가 100에서 1,000으로 늘었다면 어떤가요? 80이라는 격차가 750이라는 격차로 되었다면, 격차는 해소된 것일까요?
"기술 격차"가 무서운 것은 이런 현상이 그저 과장이 아닌 실제 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0년이면 1,000배의 능력치가 향상되는 세상이기 때문이지요. 2010년 '스마트폰' 보급률 1위의 국가는 대한민국이었고, '모바일 뱅킹' 보급률 1위는 "케냐"였습니다. B2C 서비스가 "기술 격차"를 대변해 주지 않는 것이지요. '풍요로운 삶' 뒤안길에는 잠점 멀어지는 격차의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0110492151
"케냐는 은행 영업망이 넓게 분포돼 있지 않고 교통여건도 열악하지만 바로 이런 악조건들이 오히려 모바일뱅킹을 활성화시킨 조건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은행 이용이 불편하다 보니 휴대폰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기사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