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란에 붙여
화재라는 외변적 돌발 변수로 주요 서비스가 중지되었다고 하네요. 백업-테이크 오버라는 물리적 이중화만 제대로 치밀하게 정책 수립해 놓아도 이런 일은 없을 텐데. DR(재해복구)의 ABC가 안된 경우라고 밖에 설명이 안되지요.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의 이름들이 내리 오르는데, 화재에 대한 1차 책임은 그들에게 있지만, 서비스의 중단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흔히 IDC라고 하는 데이터 센터의 운영 모델은 '위탁'이라는 범위에 의거해요. 정책 수립-애플리케이션 포함 자산의 운영-재해복구, 백업-유지보수를 일괄하여 '전문 기업'에 맡기는 것을 SO(Strategic Outsourcing)이라고 합니다. 그 단계에서 직접 수행과 위탁의 범위를 조정하여 아웃소싱과 아웃태스킹을 넘나드는 모델이 글로벌 회사에 주류를 이루지요. 특히 재해복구를 위한 원격 데이터 센터의 경우 위탁이 일반적이지요. 그런데 업무의 기밀성과 돈이 문제입니다. 보험성 비용에 기업 자산을 남의 손에 맡기기 힘든 성향이 한국 기업에 강하게 나타납니다.
국내 기업들의 폐쇄적 본성으로 데이터 센터 운영을 가장 소극적인 상면 임대(서버와 기기들이 들어갈 공간만 임대-relocation)를 주로 합니다. 요즘 '공유 오피스'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네요. 데이터 센터라는 공통 인프라는 이용하되 운영 책임은 임차한 서비스 운영 기업에게 있는 것이지요. 카카오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재로 서비스가 안된다는 이야기는 스탠바이하고 있는 재해복구 시스템에 hot backup 이 안되었다는 반증이 됩니다. 어이없게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금융, 기간산업은 의무. 외국계 제조업은 본국 치침으로 모두 의무) 규제 철폐라는 미명 하에 벌어진 일이지요. 미국의 디지털 기업들은 물론 기간 기업들은 원격지 (콜로라도 볼더 지역 같은-우리의 강원도 평창 즈음)에 재해 복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핫백업이든 스탠바이든, 아웃소싱이든 아웃태스킹이든 말이지요.
아는 사람들은 놀랍지 않지요. 이 거죽만 좋은 유니콘들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허접한지. '이중화', '백업'이야기를 하면 괜한 비용이라고 거부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땅덩어리도 좁고 통신 인프라도 좋다고, 재해라는 것은 어쩌다 일어나는 사고이고 그 비용은 보험비라고. 기업 이익의 근간이 되는 본질인데도 말이지요. 삼성전자의 와이퍼 그리딩 기계가 멈추고, 현대차의 생산 레일이 꺼지고, 포항제철의 고로가 식어버린 일이 일어난 것인데도 말입니다.
'기술 스타트업'이라는 포장으로 '비즈니스 모델'만 팔아먹는 현대의 봉이 김선달이랄까. 제발 매출 근본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것만이라도 '기본'을 다해 주었으면... 금융업 수준의 대비를 주문하면, 규제라고 볼멘소리 하던 얼굴들... 규제 타파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의 시간과 비용만 볼모로 잡는 한국 ICT 생태계의 민낯이 또 살짝 나왔네요.
운영 서버는 소모품이라며 실시간 백업이나 테이크 오버는 투자하지 않고, 장애 복구를 위해 서버 유닛을 통째로 갈아 끼우면 된다는 인식. 어느 소규모 제조업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나라 최고의 게임 운영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전사자원관리 시스템에 반대하여 상고 실습생 수십 명이면 장부기입이 가능하다던 90년대 어느 방직회사의 임원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재해와 사고라는 현장감이 있는 제조업들의 DR 시스템과 방법론이 훨씬 고도화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국내 제조기업들은 주요 데이터를 백업을 마그네틱 테이프에 별도로 받아 원격지의 내화금고에 일간 보관을 합니다. 디스크라는 것이 파손이나 망실 위험이 많기에 보관에 유용한 테이프 장비(LTO장비 등)를 이용하여 민방위 훈련하듯 이행합니다. 국내 포털 기업들은 폼이 안 난다며 거부한 서비스였습니다. 재해는 폼과 상관없이 찾아옵니다.
"4차 혁명"이라더니...
개인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특히 한국의 유니콘 기업들에게 더욱 반감이 있습니다. 이유는 수백 가지이지만, 딱 하나를 들라고 하면 '무책임'을 이야기합니다. 해외 기업의 장악을 막아 달라며, 국민들의 소중한 데이터를 보호해 달라며 사실상 독과점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무료'와 '적자'를 이유로 독점 규제는 물론 법인세도 내지 않는 방계, 직계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드러나지 않는 큰 로비를 합니다. 기득권들에게 유리한 뉴스 서비스를 내 거는 것이지요.
https://brunch.co.kr/@parkchulwoo/225
현재 플랫폼 기업의 대명사인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은 이런 선행 서대의 "길들이기"를 한껏 이용합니다. 기술적 실체가 없어도 "마케팅 구호"만으로 충분히 소비자들을 가둘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바로 "공짜 인식"이 그런 것입니다. 무료로 사용하거나, 헐값, 반값에 기존 서비스를 대체해 줍니다. 한동안 유저들은 즐기며 맘껏 사용합니다. 차츰 과금과 그에 상응하는 광고 시청 등의 시간 소비를 증가해도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가두리 고기들이 된 것이지요. 이것이 가능한 것은 "천박한 기업가 정신"과 "더 천박한 금융자본"의 결합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적자가 나도 꿋꿋이 운영되고 확장하는 "쿠팡"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본문 중-
장애는 날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 웹 스케일링이 대세가 되면서 서비스와 장애는 '공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전 엔터프라이즈 IT 영역은 '제로 톨러런스', 즉 완결, 무결을 지향하던 것이 주류였기에, 이 새로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물과 공기처럼 장애라는 요소의 현재 진행을 인정하더라도 서비스 지속에 대한 책임마저 없어지면 안 될 일입니다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직후, 카카오는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이원화 조치 적용을 시작했다. “
-카카오의 사과문-
사과문을 보고 이 기업 집단은 '책임' 따위는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를 분할 백업'하다니요. 서비스 운영 서버가 죽었는데 데이터가 무슨 소용일까요. 이는 '운영 시스템 이중화'가 없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카카오는 서울 목동 경기도 판교와 안양 IDC에 입주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번 사고로 삼각 구조 중 하나가 완전히 허물어질 때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방편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데이터 센터 내의 일부 자산이 장애가 나면 대응이 되지만, 원격 이중화가 안되어서 센터 한 곳이 전체적으로 무력화되면 방편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재해복구"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재해의 상황은 늘 '최악'을 염두에 두는 용기 있는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카카오 서비스는 무료라서 괜찮을까요? 아니지요. 이미 수많은 국내 기업 서비스가 카카오의 부수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통지, 통보, 인증, 송금, 마일리지 등 말이지요. 분명 손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 경영 주체들의 머릿속엔 이런 기본적인 도의적 책임감도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기간산업의 영향도가 작은 넷플릭스를 예를 들어 봅니다. Disaster Recovery가 기존 산업계의 화두라면, 웹서비스 기업들은 Chaos Management라는 개념을 진화시킵니다. 넷플릭스도 카오스 몽키, 카오스 고릴라 테스트라는 것을 합니다. 카오스 몽키는 구간, 섹션의 서비스가 장애가 났을 때 즉각 대응해 서비스 지속하는 방법론입니다. 카오스 고릴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AWS 팀과 데이터센터 전체가 이상이 생겼을 때 넷플릭스 서비스가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빠르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모의 훈련입니다. 이전 DR 모의 훈련과 다르지 않고, 주기적으로 민방위 훈련하듯 수시로 진행합니다. 전쟁 위협이 있다고 판단받는 한반도의 기업들은 왜 하지 않을까요? 데이터 센터들은 수도권에 집중되었는데 괜찮을까요?
카카오는 '기술 혁신'을 내걸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지원으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습니다. 그 혁신은 이제 거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창업주체들은 서비스를 잘게 나누어 지배구조 확립에 몰두하고, 저마다의 지분을 실현하는 동안 기업 평가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산업들보다 더 '비용 관리'에 치우치는 회사가 되었고, 요행으로 20년 동안 큰 사고가 없었기에 그 벌거벗은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지요.
혁신에 동참했던 소비주체들은 허망할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이번 사고로 많은 부분이 복합적으로 점검되길 바랍니다. 국민 생활의 거점이 되는 인프라 플랫폼 기업의 시스템 이중화 삼중화를 점검하고 미비 시에 규제해야 합니다. 또한 많은 기간산업들이 대고객 대응 채널을 카카오로 수렴된 편중 구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카카오, 네이버를 거론하며 국가 데이터 레이크에 반대하던 민영화 주창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마구마구 내준 유사 금융서비스 제공자들은 어떨까요. 토스, 핀크, 샐러드 뱅크. 케이 뱅크, 그리고 쿠팡 같은 공룡들.
'플랫폼'이라고 하는 비즈니스 주체들의 '책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진단해야 할 때입니다. 모두의 불편, 불안을 담보로 돈 잔치를 하는 그들은 정녕 '혁신가'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MS-Window나 기타 운영체계(Operation System)는 플랫폼의 기준을 "표준화의 시도"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지적 재산권도 빈틈을 주어 누구나 활용하여 새로운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어플들을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판매하게 했습니다. 자립의 여력이 없는 경우 "제값"을 쳐 주고 사들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출발이 되고 종착역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요즘의 플랫폼은 그저 잠시 내려 "소비"하라고 부추깁니다. 국수도 사 먹고, 신문도 사 읽고, 구두도 닦으라고 부추깁니다. 그리고 정작 신문 가판대, 국수 장수, 구두닦이는 과도한 자릿세로 남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의 플랫폼이 이렇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고유 기술 기반"이 없으면, 가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첨부 글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