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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Apr 21. 2022

'나의 두 번째 발' - 자동차보다 비싼 의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비용

두 번째 발

송예하 씨는 3년 전인 고등학생 때 교통사고가 나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됩니다. 처음에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사고로 생긴 골수염이 심해지면서 후유증으로 결국 허벅지 아래쪽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삶의 계획에도 없던 생소한 의족을 쓰게 된 예하 씨가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그 생경함이 아니라 가격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의족이어서 6천만 원, 7천만 원 합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우선 추천해주시는 의족들을 살펴봤어요. 눈길 끄는 제품들이 있더라고요. 이거 얼마예요? 물어봤죠. 그랬더니, 아, 그것들은 인공지능 의족이어서 6천만 원, 7천만 원 정도 합니다.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예하 씨는 바로 단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자제어 장치가 있고 모터가 달려있다고 해서 최고급 승용차 가격의 인공지능 의족을 바로 구매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의족은 잘 쓰더라도 5년마다 교체가 불가피한 '소모품'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의족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천만 원 넘게 들었어요'


장애인들이 많이 쓰는 일반적인 다른 의족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알아본 끝에 괜찮다고 고른 의족도 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이 의족 덕에 설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생활할 수 있습니다. 예하 씨는 이 의족을 사용해 주말마다 빙상장을 찾아가 전용 썰매를 타며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마트 의족

의족은 평생 열 번 이상 구입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보조금은 3백만 원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예하 씨가 의족을 구입할 때 지원받았던 보조금은 2백여만 원뿐입니다. 천만 원에 이르는 나머지 금액을 모두 다 집에서 부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의족을 평생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의족의 수명은 보통 5년 안팎. 이제 20대 초반인 예하 씨가 아흔 살까지 산다면, 적어도 평생 열 번 이상 의족을 새로 구입해야 하는데, 천만 원짜리 의족을 5년마다 한 번씩 열 번 구입한다 하면 1억 원, 만약 5천만 원짜리 인공지능 의족을 열 번 구입한다고 하면 평생에 걸쳐 5억 원이란 돈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서민 1인 가구의 주거 비용과 맞먹습니다.


의족을 구입할 때 지원받는 보조금은 지난해 올랐습니다. 16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의족 종류마다 다르지만 20%에서 30% 정도 인상되었는데, 허벅지 아래쪽으로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쓰는 대퇴 의족 실리콘형의 경우 5년마다 한 번씩 296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예하 씨처럼 성인이고, 다른 어려운 형편이 있지 않은 경우 보조금 296만 원의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잃은 많은 장애인들이 이 금액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25% 안팎 올랐다고 해도 16년 만의 인상이기에, 따지고 보면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작 의족의 첨단화와 다양화에 대한 정책 반영도 미진하기 때문입니다.


 '나도 달릴 수 있는데… 달리기 전용 의족만 있어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패럴림픽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리기 전용 의족을 쓰는 일은 더디고 귀한 일이 되곤 합니다. 달리기 전용 의족도 흔히 천만 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들이 수십 만원 대의 고가의 운동화를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상당수의 다리를 잃은 장애인들은 천만 원을 훌쩍 넘는 달리기 전용 의족을 보면서 그림의 떡이라는 한숨이 나올만합니다.


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의족이 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라고 얘기들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족을 챙기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늘 자신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의족, <시사기획 창>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 다리를 잃은 장애인들이 어떻게 의족을 구입하고 있고, 어떤 의족을 쓰고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어제 방영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챙겨 보아 주세요.

(KBD <시사기획 '창' - 나의 두 번째 발> 내용 요약)


https://youtu.be/twgdxzObdD8​



'의족. 의수, 의지' 중 "쓸만한 것"은 대부분은 외국산


국내의 절단 장애인 중 다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무와 실리콘 재질인 '비맞춤 기성품' 의수, 의지, 의족을 사용합니다. 대략 80~100만 원 수준인데, 맞춤이 아닌 한계와 조악한 구성으로 문제가 많은 제품이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다가 다른 병증을 얻기도 합니다. 대부분 비싸더라도 '쓸만한' 것들은 다 외산이라, 맞춤 제작과 물류에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

의족 같은 장애인 보장구는 '첨단 기술 집합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절과 골격을 대신하는 부품 소켓은 정밀 기계 산업의 소산이고, 접목하는 제어 장치는 기계학습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됩니다. 예전 의수, 의족을 고무팔, 다리로 인지하던 기피적 사고에 갇힌 동안, 독일, 스웨덴, 일본, 미국은 이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올리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도 미치고 있습니다. 진정한 ESG경영이라는 것은 이런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해외 사례 및 국내의 사례 몇 가지를 큐레이팅 해 봅니다.

http://naver.me/585UmBbI

지난 2010년 카네기멜론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휴모텍 CEO를 맡고 있는 ‘조쉬 카푸토(Josh Caputo)’는 “시중에는 수백 종의 의족 제품들이 나와있는데, 임상의사들은 어떤 제품이 환자에게 적합한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몸은 놀랍도록 복잡하다. 임상의사들이 환자들의 몸에 맞는 의족을 선택하는 일은 아주 힘든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모텍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 의족들은 임상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맞는 최적의 로봇 의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본문 중-


http://naver.me/Gl5U8E86

팔이 없는 장애 어린이에게 로봇 팔을 만들어 준 영국 스타트업 '오픈 바이오닉스'(Open Bionics)가 화제다. 이 회사는 팔이 절단됐거나 선천적으로 없는 사람을 위해 3D 프린팅 생체공학 의수를 개발하고 있다. 오픈 바이오닉스는 제품의 소스를 공개해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자신의 생체공학 의수를 3D 프린팅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3D 생체공학 의수는 기존의 제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기사 본문 중-


http://naver.me/Gl5U6XpD

관계자는 "보일랩스는 국내 시장의 출시를 시작으로 세계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라며 "김보일 대표는 의족 업계에 42년 간 활동한 의족 전문가로 해외 의족 선두기업의 현지 아카데미(독일, 미국, 대만, 스웨덴 등)에서 기술을 전수받았으며, 국내 의지 제작건수 최다 보유(1만여 건 제작)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의족 시장의 열악함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2020년 9월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기존 제품의 단점을 확 바꾼, 기존과 전혀 다른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냈다."라고 소개했다. -기사 본문 중-


http://naver.me/Gx6Tz02x

해당 프로그램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내 절단 장애인들을 발굴, 의족을 지원하고, 격려와 응원이 담긴 동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AIA생명은 앞으로도 가수, 댄서, 스포츠 선수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절단 장애인을 찾아, 의족 지원뿐만 아니라 이들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선수로서 체육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기사 본문 중-


이번 포스팅을 '경제'의 토픽에 넣는 이유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모든 것이 '사회 이슈'로 '복지 일편'으로 구석에 밀어 넣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되는대로 산업으로서의 장애인 보장구 산업을 탐구할 계획입니다. 그에 앞서 한국과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역시나, 활발한 '기술 벤처 스타트업'들의 활동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애견, 애묘인을 위한 반려동물 보장구 사업만 나오더군요.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얕은 생각인 듯해서 안타까웠습니다.  현 시대정신도 비즈니스 인사이트도 없는 현재 한국의 스타트업 거품의 일면이겠지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다


http://naver.me/5l6jWve9

현대차 그룹 역시 '자동차를 통한 인류의 행복 추구'라는 경영 이념과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사회공헌 슬로건 아래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이지무브) 교통안전문화 정착(세이프무브) 환경보전(그린무브) 임직원 자원봉사 활성화(해피무브) 등을 사회공헌 4대 중점사업으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자립지원형 일자리 창출(드림 무브)과 그룹 계열사 기술, 서비스, 인프라 활용(넥스트 무브)을 추가해 운영한다. -기사 본문 중-


위의 '이지무브'는 제가 잠시 관계가 있었던 재단이 지분을 보유하였던 사회적 기업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형 사회적 기업의 잘된 방향성과 기업의 사회 공헌의 협업이라 생각합니다. 이유는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기업'의 역량, 즉 이윤을 확보할 사업 모델이 확고해야 하는데, 장애인 보장구 시장은 예상보다 괜찮은 블루오션이니까요.


장애인의 문제는 다양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기본인 사회에서 모든 문제의 귀결은 '돈'이 되니까요. 그 돈의 문제와 활용, 그리고 방향이 사회적인 공론이 되고 고민과 기회가 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연민이 아니라 공생, 동반으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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