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스테파노 Sep 09. 2022

한 잔 더! 인생의 차수변경

어나더 라운드(2021, Druk, Another round)

고등학교에서 역사, 체육, 심리학,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 마르틴 (매즈 미켈슨), 톰뮈 (토마스  라센), 니콜라이 (마그누스 밀랑), 페테르 (라스 란데) 그야말로 '삶의 권태기' 접어.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가정에서의 존재도   가지.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노르웨이 심리학자의   흥미로운 가설에 혹하게 .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가설에 마르틴이 무작정 실험에 들어. 재미없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항의를 받던 수업은 웃음이 넘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 이내 마르틴의 후기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할 ! ", " 8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 최소한의 성과를 얻고서도  점차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은 계속되는데그들의 실험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포스터


취해야   있는 세상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덴마크 영화 < 헌트(2013)>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작품이 찾아왔다. 특히 덴마크 국민 배우라고 불리는 매즈 미켈슨과의 호흡이라 더욱 개인적인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일종의 '소동극' 형식으로 전개되며 전에 접했던 필모그래피에 비해 다소 가벼워진 <어나더 라운드> 보고  후에도 묵직한 무엇보다는 가벼운 기분을 던져 주는 . 아마도 영화의 내용과 원제인 덴마크어 'DRUK'에서  이유를 찾을  있을지도 른다.


영어로 직역하면 'drunken' 혹은 'hang over'라는 '취기'  제목이자 주요 주요 의식을 뒷받침. 살짝 취기가 오르면 이유 없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고 생기가 도는 듯하니까. 노래방에서의 맥주 한잔이 필수이듯 0.5% 체내의 알코올은 일상의 묵직한 엄중함에서 한결 비껴갈  있는 자기 최면의 주문이 되기도 . 각박하고 빡빡한 세상살이에 살짝 취한 상태가 버틸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인생이라는 커다란 과대망상은 어쩌면 비참하고 고루한 일상을 버티게  주는  한잔일지도 .

원제 '취기'


Another Round,   ,   


영화는 이름 기억하기 어려운 북유럽의 심리학자의 가설 수행을 담담히 그려. 분명 드라마틱한 변화와 성취가 있음에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쉬이 해피엔딩을 예상하기 어렵다. 감독의 영화적 기반인 '도그마 95 선언' 감안하더라도 그냥 쉽게 예상할  있는 소동 같은 변화와 사건들이 일어. 물론 한계치를 치닫는 과욕이 부른 결말로 보이는 톰뮈의 죽음만 충격을 잠시  .


인생과 세상살이라는 것이 이런 식이라는 듯이 말해 . 엄청나고 어마 어마하거나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 그러나  가늠의 정도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러. 당사자에게는 거대한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변화와 도전으로 느껴지는 일들이 타인들이 보기엔 밋밋한  그음에 잠시 출렁이는 일탈로 보이니까. 그래서, 당사자들은 그것이 취기에서 나오는 객기이든 도가 지나친 모험이든지  발짝  나아가고 싶기 마련이. 바로  영화의 영어 제목 <Another round> 설명해  듯이 말이.  '어나더 라운드' 뜻은 "술꾼"들은 알고 있을지도 른다. 위스키 바에서 바텐더에게 '같은 것으로   !'라는 의미로 쓰이니까. 그렇.   ,    취해서 나를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한 때가 누구나 찾아오는 것이니까.



인생의 차수 변경


'어나더 라운드' 다른 뜻으로 "차수 변경"이라는 말이 있다. 차수를 변경한다는 것은 회의나 회기, 또는 규정된 국면의 전환을 이야기. 1차에서 2차로,  3차로 변경하듯이 말이. 차수변경은 행정이나 절차의 요식일 수도 있으나, 사실 앞선 이슈를 일단락하고  걸음  한다는 의미가  크게 작용. 흔히 '터닝 포인트', '인생 2'처럼 커다란 전환 계기를 말하는 것보다, 보다 소소하고 실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마음 다짐과 계획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영화에서 권태와 매너리즘에 빠진 중년들의 활력을 잠시 넣어  것은 알코올이지만, 결국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은 각자의 '변화 의지'였을 . 누군가는 권태롭고 따분해서, 어떤 이는 죽도록 괴롭고 다급해서, 다른 이들은  다른 기회를 위해 크고 작은 '차수 변경' 도모. 각자의 고민은  나름 나르이듯  모습과 양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 머리를 자르고 세신을 하기도 하고, 잠시 휴가나 휴업을 하기도 하며, 은퇴와 귀촌을 결심하기도 한다.  차수의 전환을 위해 잠시 필요한 용기가 바로 기분 좋은 취기의   , 어나더 라운드가 아닐까. (영화 마지막 장면의 취기의 흥겨움은 잠시만)

차수 변경


Come back home


https://brunch.co.kr/@parkchulwoo/420


아직 상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없지만, 내밀어 주신 응원과 손길은 정말 감사한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좀 더 나아진 상태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인연을 가능하게 해 준 이곳에 글 한 자락이라도 더 나누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뜬금없이 컴백홈을 내 걸어 봅니다. 예전처럼 빈도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소소한 삶의 이야기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 오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 엔의 사랑 (2014, 100 Yen Lo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