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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썰] '노동'의 역습이 온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 IRA보다 더 큰 쓰나미가 온다

by 박 스테파노

미국은 한국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


최근 대통령의 순방에 대한 공과에 대해 의견들이 교차했습니다. 실효가 없었다는 다수의 평가를 여권과 대통령실은 상당한 성과라 반론하며 정신승리의 극치를 보여 주는 과정이 도돌이표처럼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슈들 중 가장 뜨거운 것은 IRA(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시행에 따른 '한국 전기차 산업의 악영향'일 것입니다. 사실 본질은 저만치 가고 있는데 어쩌면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르는 '전기차 타령'에 모든 본질이 왜곡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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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는 언론이 크게 이야기하듯이 '전기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 신뢰의 문제입니다. 미-중의 무역 통상 전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시작부터 어느 한 진영의 볼모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규칙을 만들거나 페이스를 조정하는 변화관리자로서의 준비와 역량이 필요합니다. 어쩔 수 없는 외변적 요소 때문이라고 이 위기를 관망하다가는 역사에서 가장 큰 오점을 남기는 정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각성하고 반성하고 다시 정립하는 기민함이 필요합니다. 참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컨트롤 타워의 정점인 대통령이 윤석열 씨라는 게 문제입니다. 에휴. -본문 중-


정부와 여권의 주장대로 이야기를 잘해 놓아서 11월 8일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면 극적인 반전이 가능할까요? 안타깝지만, 그냥 해피엔딩을 바라는 공상에 가깝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미국의 정치 형국을 볼 때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미국은 한국에게 교역이나 기타 사안에서 아쉬울 것이 별로 없습니다. 100년이 넘은 미국 회사의 한국지사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나름 독립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한국지사의 사업규모는 전체 회사의 매출 구조에서 1.0~1.5%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다소 비약이 될지 모르지만, 그것이 미국이 보는 한국의 중요도 크기입니다.


경제 교역의 의미에서 한 나라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식량·에너지·기술·의료의 독립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 조건을 엄밀하게 따지면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동안 미국 정도가 느슨하게 보면 비슷한 위치에 있을 뿐입니다. 세계 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가 존립하고, 각자의 비교 우위가 있는 상품을 교역하면서 공존하는 세계 교역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미국을 패권국가라고 칭하는 것은 단지 군사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일한 실질 기축 통화를 찍어내고 유사시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 펀더먼털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국 GDP의 40%를 상회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견제하고 제어하려 합니다. 본능이자 치밀한 위기관리 경험의 산물입니다. 그 외적 위협이 없다면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정치 환경에 의해 국제 사무도 결정합니다. 좋게 말하자면 자국 중심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나게 이기적인 모습인 것이지요.



미국은 '노동자의 자부심' 있는 국가


미국에 대한 이야기 중 '아메리칸드림'은 이제 흔한 말이 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평등하게 널려 있다는 의미로 붙여진 별칭이랄까요. 그 '기회'는 부와 명예에 대한 일괄적인 평등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은 '일할 기회', 즉 '노동 기회'에서 시작합니다. 땀 흘려 일할 일자리가 많은 땅이 미국 땅이며 그 흘린 땀을 특정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그로 인한 결실을 존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와 역사가 미국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과 접근, 그리고 정책은 미국 정치의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공화당, 민주당 상관할 것 없이 공히 '노동자'의 표가 없으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


미국의 정치사를 어렵사리 살피지 않아도 지금 바이든 정부를 눈여겨 본다면 이해가 더 확실해집니다. 바이든 민주당이 대선 시에 공약한 것들 중 제일 앞단에 나온 것은 경제 산업 공약입니다. 그중 첫 번째의 슬로건이 '중산층의 재건'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부(wealth)의 가치보다 노동(labor)의 가치가 존중받게 하여 산업을 부흥하고 경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각론으로는 최저시급 인상, 트럼프 정부의 부자감세 철폐, 소득세ㆍ법인세 인상, 자본소득 과세, 미국 제조업 활성화 등이 있습니다. 특히 쌍축으로 실현화되고 있는 것은 IRA의 근간인 친환경ㆍ신재생 산업 장려와 노동 친화적 무역 구조 확립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부가 갈피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는 거증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IRA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리베이트 규제를 풀어달라는 읍소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사업을 미국 시장 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까가 중심 의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자격지심 격 북수'에 눈이 멀어 '신재생 사업'을 적폐로 규정하고 말았으니 방향을 선회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간 선거 이후에 이미 떠난 버스인 IRA에 손 흔들 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선거 이후 민주당이 선전한다면 그들의 '친노동 정책'을 급속 추진할 여력운 얻기 때문입니다. 바로 교역 공급망 기준으로 '노동 친화적' 기준을 들이댈 것이니까요. IRA라는 장마가 가고 '노동'이라는 큰 태풍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정부는 반대로 가기 바쁩니다. 뜬금없는 '노동 개혁' 타령으로 미국이 들이대는 노동 친화적 기준에서 점점 멀어지게 생겼습니다.

미국은 '노동자'의 나라


'중국을 잡자' 지속될 것, 이번에는 '노동'


미국은 민주당 정권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중국의 인권에 관해 더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권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왜 하필 지금 그 목소리를 키우는 것일까요? 이미 중국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까지 쫓아왔습니다. 자체 기준인 40%를 훨씬 뛰어넘는 경제력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일본 정도가 20세기 말미에 미국의 GDP 60%까지 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70%라는 숫자는 어마 어마한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2029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니 화들짝 놀랄 일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미중 패권 전쟁

성가심을 지나쳐 신경이 쓰이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미국인들 전반의 인식에 자리 잡습니다. 그러면 경제 주권 요건이 되는 식량ㆍ에너지ㆍ기술ㆍ의료의 측면에서 견제의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우선 식량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미국의 식량 견제에 대비해 꾸준히 식량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영토와 농업 종사자 주변국의 환경이 나쁘지 않을뿐더러, 식량을 통해 견제를 하게 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게 될 것이 뻔하기에 이 방법은 아닌 듯싶습니다.

이제 기술의 영역입니다. 이미 화웨이 제재를 비롯해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해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습니다. '칩 4'라는 독수적 협약을 동맹국에게 강요해서 관철시킵니다. 미국 내에서 반도체와 ICT 기술 산업의 생산과 시장을 유지하려면 중국 내의 투자를 동결해야만 합니다. 앞으로 상당한 효과가 기대되지만, 억지 춘향 격이 된 한국은 새우등만 터지게 생겼습니다.


의료를 논외로 하면 남은 것이 에너지입니다. IRA라는 대중국 견제 법안은 친환경 에너지를 독려하는 데에 중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실효 에너지는 석유, 화석 에너지입니다. 중국의 에너지 수입국은 중동과 아프리카, 러시아 등이고, 가장 의지하는 나라가 이란입니다. 가재는 게 편이듯 이란과 중국이 가까운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얼마 전 뜬금없이 중국과 이란은 25년간 에너지 협력 협정을 맺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이 있는 바닷길이 아닌 육로로 석유를 옮기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는 구상입니다. 미국의 해상 차단을 고려한, 바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뜨거운 감자가 된 신장위구르가 나옵니다. 이란-파키스탄-중국으로 거쳐가는 파이프라인에서 중국의 가장 서쪽에 있는 신장위구르 지역이 뜨겁게 부각됩니다. 파키스탄이야 원래 인도와 앙숙이고 그 인도와 가까워진 미국 대신 중국의 손을 잡습니다. 이 신장위구르 지역을 미국이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역사적으로 이곳은 중국 땅이 아닙니다. 민족적으로도 자치 소수 민족으로 독립성이 있고, 종교도 이슬람입니다. 그래서 분리 독립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만약 신장위구르 지역의 독립이 있다면 중국은 이란-파키스탄-중국으로 이어지는 석유 파이프라인, 일로 일대의 프로젝트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IRA(인프라 감축법) 다음에 UFLPA(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온다


중국 4개의 큰 소수민족(신장위구르족, 티베트족, 몽고족, 조선족) 중에서 가장 중국의 약한 고리가 바로 신장위구르족이라는 점을 미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티베트를 자극하기도 하였지만, 티베트족의 특성상 미국의 입김에 좌지 우지 하지 않는 종교적 강직성이 있습니다. 몽고족은 큰 마찰이 현재 진행 중인 것이 없고, 한 때 최대 위협이었던 조선족은 한국으로 취업을 다녀온 뒤 한국인의 차별을 경험하고 친 중국으로 많이 선회하여 그 위협이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4개 소수민족 중에 중국 내부의 문제로 중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세력과 지역이 바로 신장위구르족인 것입니다.


이에 미국은 신장 지역에서 자행되는 반인권적 노동 환경을 문제 삼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시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21년 12월 통과된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은 ​중국 위구르에서 유래된 부품이나 생산요소가 조금이라도 사용된 제품은 모두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것으로 전제하여 반입을 금지합니다. 어려운 말로 ‘일응 추정(rebuttable presumption·반박해 증명하지 않으면 사실로 전제)’원칙을 적용하여 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포괄적 제한에 가까운 (6월부터 본격 적용된) 이 법안을 예의 주시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영향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소재한 기업은 물론, 중국의 강제노동 관련 프로그램에 연루된 특정 업체로부터 소재를 조달받는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특히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이 집행 우선순위 품목으로 지목한 품목은 면화·토마토·폴리실리콘입니다. 다소 생뚱맞지만, 이 주요 소재로 조달하는 반도체·태양광 기업의 경우 더욱 철저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새로운 대중 통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향후 강제노동 규제를 둘러싼 미·중 간 통상 갈등이 심화로 우리 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형평성과 호혜의 원칙을 들며 저항하면 미국은 노동 관련 규제의 범위를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공정한 모습으로 후폭풍을 대비할테니까요. 현지 진출 기업을 포함해 대미 수출에 관련된 우리 기업의 공급망 실사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공급망 내에 존치할지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신장 위구르라는 생소한 지역이 아닌 '노동 친화'라는 미국의 구실을 심각하게 바라 보고, 강제노동 관련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영원한 친구란 인생에도 없는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27231?sid=110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든다. 이 시국에 노동개혁? 비록 정권 초기라고는 하지만 지지율로 보자면 역대 최약체인 정부가 외환위기 급의 경제적 불안 속에서 노동개혁에 나선다고? 게다가 노조와 소통이 어려운 보수 정권 아닌가. -기사 본문 중-


미국 민주당이 정권을 복구하여 잡을 때 내외적인 공격의 시작은 항상 인권이었습니다. 경제고 정치, 사회의 이슈에 대한 가치 판단에 '인권'이 들어가는 순간, "감정"이 개입하기 마련입니다. 인권은 도덕적 가치 기준입니다. 도덕이란 자고로 이성과 논리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가치판단이 이루어집니다. 미국의 민주당이 절대로 도덕적 우위가 있어서 국제 사회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이성보다 행동을 쉽게 유발하는 비기와 같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은 공화당 시절보다 민주당 시절에 더 많은 전쟁을 맞닥드리곤 했었습니다.


중국의 약한 고리는 '아직도 가난한 농민'입니다. 중국의 역사는 농민 반란, 혁명의 역사라 해도 무방합니다. 한나라 유방, 명나라 주원장이 떠오르고 황건적을 넘어 중국의 공산혁명도 농민들의 지주 척결이 유효했으니까요. 중국의 공산당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신장 위구르'가 신경에 쓰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잘 아는 미국은 치밀하게 아픈 곳만 찔러 대는지도 모릅니다. 세계 질서는 패권 국가인 자신들의 영향 아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바이든 정부는 대선에서의 신승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원한 지지자일 줄 알았던 노동조합과 노동계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줄타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지지가 없이는 국정 운여은 물론 차기 집권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노동자라는 대외, 대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모든 수를 간구할 것입니다. 그 한축이 IRA로 대변되는 친환경 산업 장려와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으로 나타나는 노동 친화 정책의 강화입니다. 자신의 질서 규범 안에 속하고 싶다면 줄을 맞추라는 시그널을 세계에 전달한 지 이미 오래인 것이지요.


우리 윤석열 정부는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요. 아직도 전기차 타령하면서 신재생 에너지를 배척하고 그놈의 원전 타령만 주야장천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노동 개혁'이라니요. 주 120시간이 농담이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노조의 악마화, 고용 안정성의 와해, 그리고 노동 생산성 향상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형세입니다. 한국의 건설 산업이 재무ㆍ자원 관리 시스템 투명화를 거절하다 세계 시장에서 도태된 기시감이 드는 이유입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길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한국에서는 평가절하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틈을 이용하여 위정자들과 기득권은 노조와 노동 운동이 마치 경제의 걸림돌이 된다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국제 노동 기구(ILO) 기준에 한참 모자라는 노조 결성 실태, 평균 노동 시간, 그리고 노동 구조의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옆으로 밀어 둡니다. 그저 당사자들 간의 갈등만 유발하면 쉽게 정치 세력을 고착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들이 무역과 국제 경제의 일원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노동'이라는 경제의 가장 필수 요소의 엄중함이 매섭게 닥쳐올 것입니다. 대비하기를 바라지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씨가 대통령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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