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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Nov 29. 2022

[뉴-썰] 왜? 엄마는 늘 자녀들 걱정일까?

마이크로키메리즘

키메라 증후군으로 보는 각기 다른 모성애


의학계에서 논의되던 '키메라 증후군'이 국내에서는 어떤 사건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가 있습니다. 바로 '구미 3세 여사 살인사건'에서 범인을 밝히기 위한 친모 논란에서 피고인 측이 검사가 증거로 내세운 DNA가 '키메라 증후군'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577795?sid=102

재판부는 석씨 측이 출산 사실을 계속 부인하며 한 사람이 두 가지 유전자를 갖는 '키메라증'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석씨와 석씨 딸들에 대한 추가 유전자 검사를 대검에 의뢰했다. -기사 본문 중-


키메라 증후군은 무엇?


그리스 신화를 보면 키메라(Chimera)라는 괴생명체입니다. 사자, 염소, 용의 신체적 특성을 모두 가진 모습으로 불을 뿜어 대었다지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녀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나온 자식으로 결국, 페가수스의 주인으로 유명한 그리스 최초 세대의 영웅 벨레로폰에 의해 죽임 당합니다. 그리고 라떼 이야기인데,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팝페라 가수 키메라(한국 이름: 김홍희)가 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들이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의 유명 스캇을 따라 부르곤 했다지요.

키메라, 사진=나무위키

이렇게 고대 신화에선 한 영웅의 탄생을 위한 희생제물이었고, 중년 이상 한국인들의 추억의 이름 키메라는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엔 다른 이유로 유명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을 죽인 영웅 벨레로폰보다, 당시 국통령(초통령) 팝페라 가수보다 더 알려진 셈입니다. 의과학과 유전자 연구 분야의 성과로 알려진 '키메라'라는 단어는 이형의 성질을 가진 두 개의 물질이나 생물이 합쳐진 것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으니까요. 사람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2015년, 미국 워싱턴의 한 남성은 당시 유행하던 친자 확인 검사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자신의 아들이 친자가 아니고 조카뻘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시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 남성은 침과 정자에 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유전학자들은 그가 키메라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보다 이른 2002년 뉴질랜드의 한 여성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 여성의 경우 혈중 DNA가 난소의 DNA와 다른 키메라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유전 전문가들은 키메라 증후군을 가진 사람 모두 엄마의 태속에 있을 때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 배아에게서 DNA를 일부 흡수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의학잡지 'Scientific American'에서는 엄마가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배아 중 하나가 임신 초기에 사망할 수도 있고, 산모나 의료진이 미처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경우, 결국 살아남은 배아가 죽은 배아의 일부 세포를 흡수하고 결국 두 개의 DNA를 갖게 된다는 것이지요.


쌍둥이 중 배아의 손실은 다태아 임신의 경우 약 21~30% 확률로 흔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키메라 증후군일 확률이 있지만 당사자들은 부러 추적 검사하지 않는 한 그 사실을 영원히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키메라 증후군은 쌍둥이 '소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골수 이식의 경우입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골수 이식을 받으면 후천적으로 두 개의 DNA를 가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골수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혈액 공장으로, 우리 뼈 안에 있는 조직이지요. 골수 이식 수술을 받으면 기존 병든 골수를 파괴시키고 새 골수를 이식하게 됩니다. 이때 기증받은 골수가 기증자의 DNA를 가진 혈액 세포를 계속 만들게 되고 그렇게 기증받은 환자가 두 개의 DNA를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네이처지에 기재된 논문에 따르면, 골수를 기증받은 사람의 혈액 DNA가 기증자의 혈액 DNA와 100%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간혹 기증자와 수령자 모두의 DNA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럴 땐 “혼합-키메라증”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키메라 고양이, 사진=일요신문

구미 3세 여아 사건은 이런 의학적 궁금증을 증폭시킨 것이지요. 방 한편에서 발견된 여아의 시체가 누구의 아이인지 밝히기 위해 여아의 법적 엄마와 외할머니 간의 진실게임 중 아이의 DNA가 주요 증거로 채택되었기 때문입니다. 친모라 지목된 외할머니가 동기, 수단, 시간에서 더 범인일 확률이 높아지자 '키메라 증후군'을 변호 방아 논리로 내 세운 것이지요.



키메라 현상, 엄마와 자녀의 신비


키메라 증후군이 비정한 모정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최대 신비 탄생과 모성애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와 자녀는 ‘마이크로 키메리즘(Microchimerism)’이라고 불리는 신비한 메커니즘을 통해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를 쉽게 증후군보다는 작은 영향과 의미의 '키메라 현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포유동물은 임신을 하면 태아와 모체가 상호 유전자와 세포를 교환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 개체 내에 서로 다른 유전적 성질을 가지는 동종의 조직이 공존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 키메리즘, 키메라 현상입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속에 엄마의 몸에서 얻은 엄마의 세포를 갖고 있습니다. 약 60년 전 과학자들이 이미 밝힌 '모체 키메라 현상'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태아의 세포가 엄마의 몸에 유입되어 뿌리를 내릴 거나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요? 답은 당연히 '예스'입니다. 엄마와 태아는 임신 기간 중 쌍방향 세포 교류를 한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와 태아 간의 키메라 현상은 심장, 간, 폐, 신장, 골수, 피부, 혈액, 갑상샘 등 다양한 인간 조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임신한 여자 중 80~90%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엄마의 자궁에서 태아의 세포가 태반을 지나 엄마의 몸 안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합니다. (성별 검사)

신비로운 탄생, 사진=Lopez Allyn[221118]


엄마가 평생 자녀를 머리에 품는 이유


출산 후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키메라 현상은 엄마나 태아의 면역에 관여합니다. 이 경우 때로는 질병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체로 모체에 유입된 태아의 세포는 엄마 몸의 상처 부위에 들어가 조직을 재생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의 평균 수명 연령이 높은 이유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임신 중 41주 동안, 세포들이 순환하고, 아기가 태어난 후에, 이 세포들 중 많은 수가 엄마의 몸에 머무르며, 엄마의 조직, 뼈, 뇌, 피부에 영구적인 각인을 남기고, 종종 수십 년 동안 그곳에 머문다고 합니다. 엄마가 가진 모든 아이들이 비슷한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임신이 완전히 끝나지 않거나 낙태를 하더라도, 이 세포들은 여전히 당신의 혈류로 이동합니다.


실제 태아의 세포는 엄마의 유방암과 류머티즘 관절염을 개선하거나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엄마가 태아를 통해 신선한 세포를 제공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란 연장선에서 모체에 유입된 태아의 세포는 어머니의 심장 손상을 복원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까지 키메라 현상은 '뇌를 제외한 전신'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 허치슨대, 워싱턴대 그리고, 시애틀대 공동 연구팀이 여성의 뇌에서 키메라 현상(마이크로 키메리즘)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여성 뇌에 다른 사람의 세포 흔적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 다른 사람의 세포는 그 여성이 임신했던 태아에서 유래했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뇌를 보호하기 위한 사람의 '혈뇌 장벽'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여기어졌던 것입니다.


사진=ASU News

태아 세포가 엄마의 질병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 것처럼, 엄마의 뇌 곳곳에 유입된 태아의 세포 또한 알츠하이머 곧 치매의 발병을 완화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고 연구 결과를 내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여성이 치매에 걸리지 않은 여성보다 태아의 유전자를 적게 가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태아의 세포가 질병으로부터 엄마의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였음을 이야기합니다.


엄마의 혈뇌장벽을 뚫고 들어가서 뿌리를 내린 태아의 세포가 소멸하지 않고 상당히 오랜 기간 엄마의 뇌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태아의 세포가 발견된 가장 나이 많은 여성은 94세였습니다.

임신이 끝나거나 낙태, 유산 등으로 중단된 경우에도 아이는 엄마의 뇌 속에 존재를 남긴다고 합니다. 엄마는 평생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자식들을 품고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엄마; 오직 자식들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유일한 존재


여성이 엄마가 되면 다른 존재로 거듭납니다. 몸의 변화도 있지만, 그 의지와 모성애는 형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그저 '느낌'의 영역이 아닙니다. 다수의 과학자들은 여성이 엄마라는 존재가 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데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수호신처럼 원더우먼처럼 없던 능력이 샘솟는 이유는 엄마의 몸에 유입된 자녀의 세포들의 흔적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한문으로 모성은 ‘어미 모(母)’에 ‘성질 성(性)’입니다. 즉 엄마로서의 본래의 성질, 특성을 이야기합니다. 엄마는 자녀를 갖는 순간부터 오로지 자녀를 위해 준비된 존재 같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어도 모자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녀들은 어떨까요.


'배속에 있을 때가 효자'라는 이야기가 있듯, 태아일 때는 엄마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엄마의 심장이 다치면 태아 세포가 그 부위로 달려가 암적 세포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다양한 형태의 세포로 바뀝니다. 엄마가 아기를 인간의 형체로 만드는 동안 아기는 엄마의 아픈 곳을 고치는 것을 돕는 것이지요. 종종 임신 중에 특정 질병이 사라지고, 나쁜 체질이 개선되는 이유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엄마와 아이들의 유대관계는 이런 것들이 작용하는 것이지요.


이 모두가 신비로운 섭리가 아닐까 합니다. 신이 있다면, 그리고 신이 주는 은총이 있다면 '엄마'를 세상에 내려 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엄마들은 신의 은총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아이엠 마더>, 사진=Netflix


•참고: 의학전문지 하이닥

(https://mobile.hidoc.co.kr/healthstory/news/C000061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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