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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Apr 20. 2023

노동 문제 해법이 그저 '매운탕'이 되어선 안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바라보는 같은 듯 다른 시각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노동시간의 이중구조'라는 이야기가 넘쳐 난다. 그러나 자신이 노동자라 생각하지 않거나, 아직 노동자이고자 하지 않거나, 노동자인지 오래된 사람들은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알까? 미진한 이해력인지 몰라도 25년 노동자였던 사람의 머리에도 정리가 쉽지 않다. 이런 개념의 명확한 정의가 선결되지 않으면 후속되는 문제점, 대책이 들어 올리 만무할 것이다. 친절한 미디어와 언론은 늘 부족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쉽게 이 노동시장, 즉 일하는 일자리가 두 종류로 나누어지고, 계급으로 고착화된다는 데에 있다. 1차 시장, 2차 시장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장이 1차 시장이고, 고용 안정성과 임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못 미치는 2차 시장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대략 10:90의 비율로 평가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진=동아)

'양질의 일자리'는 무엇일까? 아주 쉽다. 고용 보장되고 돈 많이 주고, 상대적으로 편해 보이는 일이다. 환상 속의 일자리 같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일자리는 있다. 이 일자리를 기준으로 '시장'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취업하고자 하는 자와 사람을 구하는 자의 거래가 고용관계로 성립된다. 누가 수요자이고 공급자일까. 구직자가 수요자 같지만, 사실 2차 시장은 그 역할이 전도되어도 보인다.


당연한 이야기 같다. 능력의 시대에서 자유롭게 경쟁해서 급여조건과 고용안정성이 차등이 존재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대의 당연 현상이니까.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노동계의 주장은 두 시장 간의 계급과 계층 간격이 벌어지고 진입장벽이 높아져 서로 이동이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노동 계급이 곧 사회 계층이 되는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반대의 논리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에 몰린 구직자들 때문에 상대적 열악해 보이는 자리는 구인난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시장의 경직성은 노동 고용환경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한다. 쉽게 못 자르니 이동이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노동자들의 카르텔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바라보는 같은  다른 시각


양쪽의 주장을 보더라도 '노동시장의 이중화'는 문제가 있는 것에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인식의 표제가 같다고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 해법이 다르게 표출된다.


이들이 스스로 매울 이유가 있을까 (사진=안전저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안한 노동시간 제도 변경과 여타의 제안들에 대해서 필자는 의견이 매우 다르지만 적어도 한국의 노동시장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부분에서는 공감 가는 부분들이 아예 없지는 않다. 특히 현재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들은 진보나 보수의 입장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이다. -조성주 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 진짜 ‘매운맛’이 없다> 중-


원인과 해법에서 기업별 격차와 기업별 노사관계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방향은 노동계와 진보의 어젠다이다. 하지만 보수나 기업의 의제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노동 고용구조가 경직되어 유연한 이동이 저해되고, 성장이 더디니 고용이 정체된 것으로 본다. 그러니 임금체계와 근로시간이라는 생산성 지표를 꺼낸 것이다. 서로 무한 반복의 삿대질, 바람 불지 않는 장풍질일 수 있다. 과목이 다른데 답이 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상자 밖으로 나오길, 해법은 교육과 회계 개혁


노동시장의 이중성은 구조적이고 시간 경과적인 문제라 '단칼'의 해법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의 삼차원의 무한 평행은 무의미하다. 기업은 기업의 틀과 성을 열고 나와야 하고, 노동계는 완고한 스크럼을 풀고 나와서 봐야 한다. 정부와 진보, 보수 정치 진영, 시민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유연하지 못한 고집들이 지금의 이중구조의 고착화를 만든 주범일지도 모른다.


시장주의자 입장에서 제언을 해 본다. 원인과 문제의 해결을 '노동권'과 '경제'라는 거대 담론에서 다투지 말고 시장을 보자. 노동시장의 당면한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구직과 구인, 즉 수요와 공급의 다각적인 불합치이다. 단순하게 1차 시장은 구직난이고, 2차 시장은 구인난이라는 것이다.

https://m.yna.co.kr/view/AKR20190511032900002

 "이로 인해 청년들은 대기업, 정규직에 취업하려고 대학 졸업을 늦추고 어학연수를 가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려 하고, 졸업 후에도 장기간 일자리를 탐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에 걸리는 기간은 2017년 현재 평균 61개월, 대졸자가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개월에 이른다. 또 대학 졸업 후 미취업자 비중은 2018년 13.5%로, 전년도 8.5%에 비해 크게 늘었다. 졸업 후 3개월 이내에 취업하는 비중은 48.4%에서 42.0%로 줄었다. -기사 본문 중-


위의 기사는 2019년 것이지만 지금도 다르지 않다. 바로 '양질의 일자리'가 문제이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들이 원하는 양질은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학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한국은 중급 인력 배출 기관인 초급대학의 비율이 작다. 이것이 공급과 수요의 그래프의 난독을 부른다. 대졸자가 취업인구의 70~80%인데 정규직만 하더라도 전체의 62% 수준이다. 구직난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는 2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시 거쳐가는 일자리'로 여기기에 노동자의 권리는 물론 평생 소득 계산에서도 누락된다. 심정적으로 이러니 낮은 급여나 불안정한 고용 담보에도 덜컥 고용에 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노동, 경제의 어젠다가 아닌 '교육의 이니셔티브'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곧 국력이 되는 것일지도.


두 번째로는 노동 생산 재화의 불합리한 분배 구조이다. 그 주된 원인은 누구나 아는 원ㆍ하청구조의 심화와 최저임금과 최고 임금의 엄청난 격차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이야기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과도 조금 다른 이야기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불로소득자'의 비중과 그 철옹성이 문제가 된다. 바로 '바이패스'형태의 중간 계약자들의 근거 미약한 숟가락 얹기가 문제의 직접 원인이다.

조선업 경우 (사진=노컷뉴스)

원ㆍ하청구조는 고용관계, 불공정 계약관계라는 노동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하소연의 단골이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아우성이다. 기업이나 보수 정권은 이를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의제로 누른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직접 고용보다 외주나 하청, 도급의 계약은 필수 비용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 기업은 착하지 않다. 주주와 스테이크 홀더에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문제는 그 사슬구조에서 밑으로 갈수록 노동 급여는 줄어든다. 마치 방사선 반감기처럼 말이다. 가장 극명한 산업이 건설과 IT서비스 산업이다. 100억짜리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쳐 보자. 계약한 대기업 SI들이 10개 회사에 하청을 준다. 보통 이때 Signing margin은 통상 15%이다. 계약만 하고 앉은자리에서 15억을 챙긴다.


각 중간 벤더 회사애 8억 5천 씩 보낸다 치자. 그 회사는 작은 개발업체나 프리랜서를 고용ㆍ하청 한다. 그간 영업 비용, 기타 이익 고려하여 6억을 쓴다. 결국 100억 중 40억이 중간에 아무런 기여(있다 하더라도 미미한)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 급여를 왜곡하는 원ㆍ하청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관행이나 어쩔 수 없는 산업 구조로 봐야 하나? 아니다. 이미 선진국이나 일부 기업들은 이에 대한 개혁과 부조리를 걷어 내고 모두가 만족할 방법을 찾고 있다. 노동 ㆍ정치ㆍ거시경제에서? 아니다. 바로 미시 중의 미시 경영, 그것도 '회계 기준'에서 찾는다.


http://www.klsi.org/bbs/board.php?bo_table=B08&wr_id=52


사실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노동시장의 상황 즉,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재편되면서, 대기업의 하청기지 역할로 전락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의 관점은 ‘왜’라는 질문에서, ‘무엇에 대한’ 임금 격차인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의 본질은 산업 독과점 현상에서 발생한 구조적 측면이 있다. 지난 20여 년간 경제성장의 과실을 대기업 오너와 자본 소유주들이 독식하고, 중소기업과 종사자들에게는 분배되지 못한 소득 불평등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칼럼 본문 중-


원하청의 불합리 구조와 임금 격차에도 계약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불능력의 괴리'에 있다. 원청의 업체는 생산 가치 창출을 하지 않아도 최소 마진을 챙긴다. 가장 큰 이유는 나머지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회계상 총 계약고가 장부 가치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융대출이나 내부 자본 투입이 용이해진다. 그러나 하청 업체들의 회계는 대부분 직불입식이다. 수금돼야 수익이 되는 구조이다.


이의 격차와 왜곡을 줄이기 위해 IFRS라는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IFRS의 가장 큰 특징은 장부가치의 evaluation의 정밀화에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공사 시 예전에는 선분양을 하면 장부에 매출로 전체 분양금을 잡는다. 아직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미국의 모기지나 한국의 건설사 부도 위기가 왔다. 건설부터 돈이 실제 들어와야 장부 기입이 가능해진다. 즉 장부에는 내일이 없고 오늘만 있는 것이다. 많이 양보해서 인도기준이 아닌 '공사 진행률'로 인식해도 마찬가지다.

그림=ASP auditing

그러나, 기업들의 로비로 K-IFRS라는 다소 변종의 회계 기준이 현재 통용 중이다. 건설을 제외한 업종은 선매출 기입이 여전히 통용된다. 파이낸스를 이용한 자동차 매출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각종 턴키 계약이 그러하다. 이중에는 최근 이슈인 대형 운수사의 건설 운행, BTC운수 계약이 포함된다. 이 회계 기준의 나비효과가 지금의 사태를 촉진한 요인이 분명 있다.



Think Big, act small


일종의 비즈니스 모토이다. 계획은 크게 넓게 깊게 하되, 그 실행은 차곡차곡 티끌 같은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 시장의 이중화가 문제라는 동감은 있지만, 그 해법이 다른 이유는 애초에 바라보는 면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 보다 상대의 입장도 고려하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양보한다느니 패배니 이런 양극단의 가치 싸움이 아니다.


노동과 경제라는 큰 틀에서의 고민은 유효하다. 전체적인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공론을 형성하기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해법과 대책이라는 실제의 영역으로 내려오면, 그 큰 의제들은 그저 슬로건과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린다. 보다 미시적이고 실제 하는 구체적 실천 방법, 즉 Actiin plan이 나와야 한다. 이 계획이 유효한지는 by when, by whom이 규정되는지에 달려 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기업별 격차를 줄이고, 노사관계 정립이라는 것이 두리뭉실한 이유이다. 반대로 임금체계와 노동시간 개혁이라는 것도 그저 통론적인 평균일 뿐이다. 그 큰 의제에서 한 발 내려와 진짜 계획을 설계하는 '일하는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사진=Dreamtimea.com

매운탕은 그저 '매운탕'이다. 삼계탕, 갈비탕, 동태탕 같은 주재료가 보이지도 않고, 설렁탕, 곰탕 같은 조리의 인고가 스며 있지도 않다. 보양탕, 보신탕 같이 그 효능을 소구 하지도 못한다. 매운탕은 그저 매운맛이다. 이제는 그 매운맛에 재료를 부각해 살리면 어떨까. 메기 매운탕, 우럭 매운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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