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일상이다
김석관 선생님의 "독일처럼 대학 입시를 없애야 한다면(https://alook.so/posts/OEt8vwd)"을 읽다 보니, 정책 입안에 두루 적용되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맹목적인 '선진 사례의 도입'에 대한 경계가 그것이다. 제도와 정책의 연구를 위해 레퍼런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 단면의 현상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로 이어지는 통시적 관점의 경로의존성과 지금 시대에서 요구되는 공시적 관점의 상호보완성이 깊게 고려되어야 한다. 정치도 한 가지이다.
2000년대가 되면서 지식 정보가 급속히 아래로 유통되었다. 그때 정치 사회에서도 수많은 꿈틀거림이 있었다.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부터, 산거구제, 권력구조의 개혁을 위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민의가 직접 반영되는 정치, 이상적이지만 듣기 좋았다. 문제는 듣기만 좋았다는 것이다. 자칭 '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부류들이 유럽과 미국의 제도적 장치들을 이야기했다. 그때 대두된 것이 "국민참여"였고 국정과 당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자며 꺼내 든 것이 "오픈 프라이머리"였다.
프라이머리는 상자를 뒤집어쓴 뮤지션이 아니다. Primary는 미국의 고유한 '예비 선거'의 방식이다. 우리로 치면 각종 '내부 경선'이 해당된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오픈 프라이머리, 클로즈드 프라이머리, 두 가지의 절충 비율에 따른 방식, 코커스 등 내가 주어 들은 것만 7가지는 된다. 이중 "오픈" 프라이머리는 등록된 당원뿐 아니라 외부의 모든 주체의 의견을 구하는 방식이다. 국민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반대의 경우를 크로즈드 프라이머리라고 하며 100% 당내 투표, 조사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금 국힘의 논쟁 의제가 이것이다.
이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전수과목이 있다. 미국의 정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50여 개의 별개 구카(주)가 연합한 합중국(United)이다. 물론 외교 안보는 한 국가처럼 행동하지만, 사회ㆍ국가의 운영 통치는 각 주의 자주성을 보장한다. 프라이머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양당별 프라이머리를 살피면 "크로즈드" 형태가 다소 우위에 있다. 거기에 코커스(caucus)라는 대의원이 선출하는, 우리로 치면 전국회의 같은, 주가 민주 12, 공화 13개로 폐쇄형, 클로즈드가 우위에 있다. "미국을 보자"라며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한 것은 시작부터가 NG가 된다.
우리에게 이것을 적용하려면 지역, 선거구 단위의 자치와 독립성이 요구되어야 한다. 서울은 100% 국민 여론으로, 대구는 당원 대의원 투표로, 광주는 권리 당원 투표로 각각의 선출 방식으로 의사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함의를 존중 이해해야 하는데, 한국은 중앙정치만 존재하는 기득의 정치구조가 개혁되지 않았고, 서로를 범죄인 보듯이 혐오하는 극단의 대립 구조라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민심이 아닌 의도만 가득해질 테니.
이 개방형, 오픈 프라이머리는 위헌 가능성도 있다. 위헌의 이유로 "정당정치 권리"라는 이유도 있지만, 더 단순한 이유도 있다. 1인 1표의 원칙이 깨진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박철웅이, 개방형을 선택한 국민의 힘에 가서 또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당대표는 역선택의 분탕질이 된 것으로 그치지만, 대선 후보라면 결국 대통령 당선에 내 2표가 기여한 꼴이 되어 버린다. 위헌이다.
https://v.daum.net/v/20150829070309255
정의당과 같이 유럽식 진성당원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는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 누구나 투표하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는 절대 받아 들 일 수 없는 '기성 정당의 이벤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국민경선하면 동원력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동원선거, 돈선거 이런 게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공식비용, 비공식비용 합쳐서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그게 과연 정치개혁, 정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맞는 건지 모르겠다. 정 하고 싶으면 새누리당만 하면 된다." -기사 본문 중-
이쯤에서 잘 따라오다가 "어~?" 하는 분들이 있다. 당신이나 박원섭 의원은 "진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경선 제도에 오픈 프라이머리가 마치 진보의 어젠다로 인식되는 것은 인지 부조리에 가깝다. 이는 보다 민의를 잘 담아낼 '방법론'의 영역일 뿐이다. 정치 신념에 따라 결정되는 이념 의제가 아닌 것이다. 더 효율과 적의를 찾는 것이 현대의 민주주의이니까.
마무리하며 정리해 본다.
1.
권리 당원이 100만을 넘는 시대이다. 100%로 당심으로 "당대표"는 뽑아야 한다.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는 투표가 될 수 없다. 단 당은 보다 대중 정당을 위한 포석으로 권리 당원을 늘여야 한다. 그 모수가 커질수록 민심, 적어도 진영의 민심은 수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기득의 정치인들은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머릿수가 늘어나면 컨트롤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구태를 타파하는 것이 어느 진영이든 정치 개혁의 1번 의제가 되어야 한다.
2."
대선 후보"는 고민이 필요하다. 바로 1/3씩 나누어 있는 보슨, 진보, 중도의 진영 고착화 때문이다. 결국 1/3의 중도에게 소구 되어 지지받는 사람이 대권을 잡았다. 고민의 지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초적으로 각 지역별 자치권을 주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라이머리를 연합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의 그것을 제대로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 정치권력의 분산이 필요하다. 즉 국회의원들의 승자독식의 모든 권력을 지방 의회와 기타 공직에 내려야 한다. 이 또한 정치 개혁의 과제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제도, 정책의 레퍼런싱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시대를 경과했다. 구시대적이고 고집스러운 기득권은 제자리 걸음이고, 새로운 세대가 거듭나고 정보기술의 획득으로 유권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이 균형을 바로 잡는 것 또한 정치의 영역이다. 풀뿌리이든 프라이머리든, 우선 집중화된 권력을 아래로 분산시키는 세력이 한 발 더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제자리걸음들이지만.
* 참조 의견: https://naver.me/5t470y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