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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an 06. 2023

스포츠의 공정은 "배타성"에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메냐 "이라고 아십니까? - 남성 호르몬과 공정


현재의 엘리트 스포츠 경기 룰 상으로는 "성전환자"의 출전은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큽니다. 이는 스포츠계가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수적으로 바라본다거나, 차별과 괴롭힘으로 그들의 출전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이 최우선인 스포츠의 절대가치 기준의 고민이 됩니다.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도핑"에서 금하는 낭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입니다.


https://m.yna.co.kr/view/AKR20220721078800007

세계육상연맹은 2018년 11월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 이하로 정했다. -기사 본문 중-


육상계와 많은 언론은 위와 같은 규정을 '세메냐 룰'이라고 부릅니다. 공식 명칭은 'DSD 규정'(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르몬입니다. 남성에게선 주로 고환에서 분비되고 여성에게선 부신, 난소 등에서 만들어집니다. 스포츠 선수가 체외의 테스토스테론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면 단기간에 경기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장기적으로 부작용 탓에 선수 생명을 단축시킬 위험이 있어서 엄격히 규저하고 있습니다. "도핑" 의혹의 선수들이 애용하던 성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에겐 세계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제제의 처방이 급증하고 있으며 제약사마다 다양한 제형을 선보이며 전혀 다른 세상을 창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선수에겐 독약이지만 일반인에게는 회춘의 명약이 되는 존재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인위적인 투입"이 아닌 성염색체 특이로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선천적으로 지닌 경우입니다. 염색체 이상뿐 아니라 여성으로의 성전환자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캐스터 세메냐 (사진=중앙일보)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은 7.7-29.4n㏖/L이라고 합니다. 공개한 적은 없지만, 많은 전문가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7~10n㏖/qqqL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세메냐는 "나를 겨냥한 규정"이라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CAS와 스위스 연방법원이 세계육상연맹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세메냐는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굴복하지 않고 세메냐는 유럽인권재판소로 무대를 옮겨 재판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 DSD 규정에서 자유로운 5,000m 경기에 출전해 유진 세계선수권 예선에 나섰던 것이 화제가 된 것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당장의 경기력을 향상하는 것보다는, 훈련과정에서의 훈련 강도를 상향시키게 됩니다. 20kg을 들던 선수가 40kg을 들고 근육 운동을 하면 당연 그 근력은 증가하게 됩니다. 이 근육은 테스토스테론이 다 빠져나가도 잘 관리하면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근력뿐 아니라, 지구력ㆍ순발력에도 관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은 한 번의 "도핑"으로 영원한 낙인이 찍히는 것이 됩니다.



판을 바꾸면 모두가 공정할 수도


이를 위해서는 당장 출전 가능, 불허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규정은 "동일한 조건"이라는 공정 원칙이 강하게 작동되고, 하나의 예외는 모든 공정을 무너 뜨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무조건 성전환자는 배제해야 할까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https://www.bbc.com/korean/news-61861550

국제수영연맹(FINA)이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낸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경기 출전을 사실상 금지한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기사 본문 중-


성전환자 리아 토마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대표선수로 "미국 대학체육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디비전 원"타이틀 여자 수영 500야드 자유형종목에 출전하여 우승한 첫 공개된 성전환자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수영 종목 우승 후 열띤 반대의견들이 개진되면서 FINA는 임시총회에서 성전환자선수 출전제한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를 럭비, 축구 등 국제기구가 "여성으로의 성전환자에 대한 엄격한 출전 금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리아 토마스 (사진=인사이트)

일부 LGBT 운동가들은 "사춘기시 테스토스테론"으로만 출전 금지를 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도 합니다. 성전환을 하면서 그 남성 호르몬은 벗겨 내고 싶은 낙인이 되어 고통스러운 "호르몬 조절"을 해야 하는데, 두 번의 괴로운 조처는 반인권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생활과 과거의 행적까지 증명하는 것도 인격의 모독이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스포츠 생리학에서는 사춘기를 남성으로 보낸 것이 운동 능력 차별성, 우월성을 기여한다고 증명하고 있습니다. 엄격 제한 옹호자들은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배타적"이라면서 "12세 이하 부문 경기에 출전하는 15세 소년은 없으며, 밴텀급 선수와 맞붙는 헤비급 권투 선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스포츠 경기를 부문으로 나눈 이유이며, (이런 제한이 없으면) 분리해지는 건 오직 여성 선수들입니다. 공정하게 스포츠 경기에 임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러면서 힌트가 될 이야기를 던집니다. "패럴림픽 경기에 (장애 종류에 따라) 다양한 클래스를 나누는 것도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다양하게 분화된 장애 유형과 운동 능력, 그리고 보장구 종류에 따라 클래스를 나누어 진행합니다. 하지 장애도 절단인지 척추 밑인지 단지 무릎 아래인지에 따라 세분됩니다. 성소수자의 문제도 이를 참고하면 됩니다.

패럴럼픽 (사진=스포츠경향)

반대의 묘안도 가능합니다. 모든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바로 엘리트 수영의 "오픈부" 제안이 그것입니다. 수영 연맹 (FINA)도 오픈부 신설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엘리트 레벨에서 경쟁할 권리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시행된 적 없는 방식이기에, FINA가 이 길을 앞장서서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또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길이 없으면 막거나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새길을 열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찬반을 넘어선 포용의 마음부터


트랜스젠더 선수의 스포츠 경기 참여와 관련해 현재 스포츠계 안팎에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지닐 수 있는 생리학적 장점이 있기에 여성 부문에 참가해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선수에 관한 규정을 섣부르게 잘못 적용한다면 여성 스포츠의 "온전성"과 "미래"는 "매우 불안할 것"이라고 걱정이 됩니다. 논쟁의 핵심은 포용성과 공정성 간의 균형이 됩니다. 부당한 이득없이 안전하게 여성 부문에서 경쟁할 수 있는가의 걱정입니다.

공정과 포용의 균형이 필요히다. 안정성도 위험한 무조건적인 포용도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사진=시사주간)

현재 몇몇 종목에선 제한적으로 출전이 가능합니다. 경기 전 정해진 기간에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는 등 규칙을 지킨다는 조건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남성으로서 사춘기를 보낸 운동선수는 이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억제한다고 해도 계속 신체적 이점을 지니게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여성'이라는 젠더에 사로 잡히지 말고, 인류라는 큰 개념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분해서 성전환자나 염색체 이상자들의 부문을 만들거나, 후천적 젠더만 인정하고 모든 조건을 느슨하게 열어주는 "오픈 클래스"의 창설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됩니다. 찬반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관심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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