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굶주린 자는 달게 먹고 목마른 자는 달게 마신다. 이때는 먹고 마시는 것의 본래 맛을 알 수 없다. 굶주림과 목마름이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어찌 입과 배만이 이처럼 굶주리고 목마름의 해를 입겠는가?
사람의 마음에도 같은 해가 있다.
사람이 굶주림과 목마름의 해로 인해 마음을 해치지 않는다면,
남에게 미치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는다.
-<심경(心經)>, 맹자-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럴듯한 말이고 공감하기 쉽습니다. 허기가 입맛을 지배합니다. 곤궁이 체면과 품위를 밀어내기 십상이지요.
물에 빠진 사람은 그저 누군가 꺼내 주기만을 학수고대하기 마련이고,
곤궁에 처한 사람은 어떤 이의 작은 적선이라도 바라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갈급한 상태에서의 음복은 독이 되기 마련인가 봅니다. 잦은 호소는 그저 일상의 소음이 되었나 봅니다. 가장 어렵고 시급할 때일수록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그것이 아마 상식이고 양심이겠죠.
길고 긴 겨울밤 늘어나는 한숨을 애써 가려 봅니다.
아직 첫눈도 날리지 않았는데 봄날을 기다리는 조급함을 돌아봅니다. 첫눈은 날이 차야 찾아오듯이 차가운 날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봄날이 온다는 진리를 다시 새겨 봅니다.
나를 돌아봄으로써 돌아 올 날을 기다립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