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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Mar 01. 2023

"평범"이 "비범"보다 훨씬 어렵다.- 천재라는 공공재

평범은 오롯한 것

사람들의 능력은 모두 다릅니다. 하느님의 선물이자 장난이라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사람들 대다수는 천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 나름 나름의 기지를 인정받아 사회화되어 살아갑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을 "적절성"이라고 한다면 모든 범인들은 "적임자"가 될 충분한 자격을 가진 것이지요.


반면 영재ㆍ천재들의 삶은 어떨까요? "재목"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간과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좋은 재목일 뿐 완성된 개체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회와 급격하게 동떨어진 영재교육을 받고서, 사회화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는 쉽게 답을 내지 못합니다. 그 자체가 "영재 교육"의 큰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위대한 학문적 성과에 못지않게  영재, 천재 개인에게도 무척 중차대한 일이 됩니다.


김웅용 교수 (사진=MBC)


지방 개발공사자문과 토목학 교수로 여전히 공부 중인 김웅용 교수의 사연을 보면, 아직 청춘인 한 이름이 떠오릅니다. 바로 천재소년 "송유근" 씨입니다. 일찍이 천재로 알려져 모든 "조기", "최연소"의 트로피를 수집하고, 울산과기대에 진학했었지요. 중간에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현재 지도교수와 작성한 논문이 표절로 드러나 학위가 취소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8년 안에 다른 논문 실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표절에 의한 학위 최소"가 되는 법원 판결을 받아 2019년 제적처리되었습니다.


https://naver.me/IMpprZnu


논란의 이슈를 뒤로하고 인간 송유근의 삶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7년 출생

2004년 심석초등학교 졸업

2005년 고입, 고졸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

2006년 인하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자연계열 입학 (중퇴)

2009년 학점은행제도 학사 학위 취득 (컴퓨터 공학)

2009년-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천문우주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2019년 제적처리, 무효소송 패소

2020년 전역


송유근 씨의 과정과 논란을 보자면, 학습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빨리 끝내는 것'에 주력했다고 보입니다. 시작이 8세 때 정보처리기사를 딴 것으로 시작해서 최연소 합격, 최연소 학사, 최연소 박사(결론적으로 실패) 등등 말이다. 아직 젊은 20대 이기에 판단이 섣부를 수도 있지만? 평범한 또래와 그 "속도"에서도 차별이 없어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재 소년 송유근 (사진=더팩트)


시간이 흐르고 송유근 씨는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줄까 관심이 드는 지점입니다. 평범한 "사회화" 과정을 포기한 그의 인생에 다시 "속도의 전쟁"이 지속될지 아니면 잃어버린 친구들과 세상과의 소통과 적응의 시간이 될지는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그가 다시 세상에 소식을 알린다면 후자의 모습으로는 수십 년 후에나 가능하겠지요. 김움용 교수처럼 말이지요.


김웅용 교수는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지만  이제야 자신이 원하는 평범한 행복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평범한 행복"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그를 여전히 ‘실패한 천재’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두 사례를 보고 미디어는 "영재교육의 혁신"을 이야기할 뿐, 이 청춘의 박탈과 말만 쉬운 평범한 행복은 거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이자 생각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에 소년 김웅용은 없었고, 지금은 청년 송유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아이큐 얼마"의 영재ㆍ천재라는 "공공재"만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학습의 능력이 연구의 결실을 담보하지 않는 것처럼, 어릴 때 한 순간의 특이점이 그 아이의 인생을 전부 담보해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살다 보니 "평범"이."비범"보다 훨씬 어렵고 존귀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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