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순방
국가 원수로서 국민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행보가 있다면 "외교의 무대"일 것이다. 사실 지난 5~6년 동안 나 자신조차도 잠시 속아 넘어갈 뻔했다. G7에 귀빈으로 초대되고 대한민국 보이그룹이 메이저 음악시장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업던 "국뽕"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제 천천히 올라가던 대한민국이라는 롤러코스터는 정점에서 하강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다시 반등하는 오름길을 설계하고 준비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이 "하강세"라는 것에 어떤 거증으로 반론할 수 있을까?
윤석열이라는 개인을 비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가 독재적 수단으로 권력을 잡은 것도 아니고, 혼자서 국정을 운영할 만큼 잘 준비된 것도 아니라는 것은 양해의 지점이다. 그러나 이를 "양지"해 달라고, "사실이 이러니 헤아려 알아들으라"는 식의 불통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경험의 평가이지만 조직에서 나와 명찰을 바꾸어 다는 순간 그 "쓸모"가 묘연해지는 부류들로 검사들을 꼽는다. 일반화는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학습이 결여된 조직의 특성상 자기 계발은 정치적 네트워크 형성에 전력을 다하는 것뿐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적인 평이다.
UAE 순방길의 대통령 부부를 보고 조마조마함이 끼어든다. 정치 진영의 상대로 무언가 실수와 미숙에 "꼬시다"라는 생각은 유효기간이 다하였다. 이제 그들의 행보는 대한민국의 채점과 심사평을 뒤 따르게 한다. 무엇이 되었든 지난 MB,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서는 적어도 주변의 "능력자"들이 있어서, 감점보다는 가산점이 많았던 행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잘해야 원점이 되는 형세에 몰려 있다. 물론 이것은 "외변 요소"이다. 그래서 더욱 촘촘하고 치밀해야 한다. 사시 수험생 9년 동안 버틴 "학습의 능력"이라도 보여 주길 바라는 맘에서, 유감스러운 세 장면을 펼쳐 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379372?sid=100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의 발언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와, 신속하고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기사 본문 중-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장 인류 역사가 오래된 지점인데도, 학교에서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다. 그 결과 전공자, 연구자가 아니면 그곳의 국가들의 식별도 어렵다. 이란과 이라크가 민족, 종교, 풍토, 문화, 사회적으로 얼마나 다른 나라인가는 90년 대 이라크 전쟁으로 겨우 눈치를 채었다. 아라비아 반도에 모여든 나라들이 각양각색임에도 우리는 사막, 낙타, 아라비안 베일만 상상하며 한 덩어리로 여기기가 십상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말해서 무엇인가 싶다.
UAE는 중동 내 대표적 수니파 국가이고 이란은 시아파 국가이다. 같은 이슬람을 국교로 두고 있는 나라들은 수니파와 시아파노 나뉘어 서로 파벌이 다르다. 이는 "종교적 논쟁"에 기인하지만, 역사상의 정-교가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종파는 대립하게 되었다. 수니파의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이고 시아파는 이란이다. 이 두나라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이 두나라가 유일하게 "이슬람 법률"로 통치되는 "이슬람 국가"이기에 그러하다. 종교의 대립이 바로 정치, 외교의 갈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UAE는 대표적인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르게 이란과 많은 교류를 이어갔고 사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역사적, 지형학적인 이유였다. 지금의 UAE가 있기 전에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존재가 미미한 "사우디 옆에 붙은 나라"였다. 그러다 7 토후들이 연합국을 만들고, "경제"를 모토로 두바이와 아부다비 두 부족이 약진했다. 이들에게 "종교"는 후차적인 것이었다. 그들에게 "실리"가 있으면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을 하고 이란의 사우디 대사관이 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수니파 사우디가 시아파인 이란과 단교까지 선언하고, 주변 수니파 국가들을 압박했다. 그 결과 수니파 국가인 UAE는 이란 주재 대사를 소환하여도 국가 사이의 균열이 생긴 바가 있다. 최근까지 단절상태가 이루어지다가 2021년 12월 6일, UAE 왕가의 고위급 인사가 이란을 전격 방문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2022년 UAE가 이란에 대사를 다시 파견하여 두 국가 사이의 관계의 회복이 진행 중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사우디의 주적은 이란"이라고 했다면 큰 문제가 일지는 않는다. 하지만 "UAE의 주적이 이란"이라는 발언은 실책에 가깝다. 아라비아 반도를 한 덩어리로 인지하는 20세기의 인식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 살아온 생애에 <아라비안 로렌스>나 <사막의 라이온> 같은 영화 정도만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을 잘 써야 하는 것이다. 주변의 홍보 메시지 데스크인 기자 출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심스럽다.
"북한이 주적"이라는 국내 정치 구호를 강조하기 위한 댓구였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때 문제가 있었던 "군사협정"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언제까지 "전정권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을 것인가. 기분이 태도로 이어지는 순간 방향을 잃기 쉬운 법이다. 좀 더 똑똑한 제너럴리스트들을 주변에 두기를 제언해 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704198?sid=100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임석 하에 체결된 MOU가 13건, 개별적으로 체결된 MOU 11건, 한-UAE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체결된 MOU와 계약 24건 등이다. -기사 본문 중-
"300억 달라 한국 투자 '명시'"라는 대통령실의 이야기가 어제오늘 대서특필 되었다. 48건의 MOU를 "투자 약속"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수"이다. 지난번 빈 살만 방한 시에도 이미 진행 중인 에쓰-오일 2차 프로젝트 외에는 "양해 각서"만 있었다.
우선, MOU라는 것은 사회생활 중 영문 계약서 접해보신 분들은 많겠지만, '양해각서'로 번역되는 구속력 없는 약속이다.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이라는 문서는 그야말로 '잘해보자'는 의미 이상이 없다. 외교문서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혹자들은 사전을 들이대는데, '정식 계약 체결 이전에 당사자 간 합의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의미하니까, 계약의 전초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말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도의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형식적으로만 조항을 열거하지만, 이를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중에 변경되거나 파기된다고 하여 실질적인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높은 분들끼리 환담해서 노력했다는 체면 치례로 만든다. 일종의 "회의록"이다. 실제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 "완전 무용"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신의ㆍ호감의 증표가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2019년에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에 왔을 때 8건의 MOU를 맺은 바가 있다. 이 중 실제 사업으로 성과를 낸 것은 4건으로 절반인 50%였다. 국감 자료에서 나와서 찾아보니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해외순방으로 체결한 MOU 중에 추진 실적이 나타난 협약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개인적인 평가는 "절반이나~!"이다. 그러나 그 자세한 수치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UAE가 한국의 경제, 외교 파트너로 한국인들이 인지한 것은 2009년 MB의 "자원 외교" 시절부터이다. 그전에는 "침대 축구"로 유명한 나라였지만, MB가 전력적 파트너로 UAE를 지목했다. 그리고 성과를 나타 낸 것이 "바라카 원전" 등의 원전 수출이었다. 사실 MB는 도로, 항만 등 기간 사업을 탐냈지만, 이미 다른 국가가 선점한 뒤였다. 이명박 씨는 이 분야 전문가였다. 정치보다 잘하는 일이 해외 플랜트 사업일지도 모른다. 그 수혜가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번 MOU의 리스트는 공개를 꺼려하는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대다수는 "후속 사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게 국가 간의 세일즈 외교가 결실을 맺으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제법 된다. 정부뿐 아니라 여야, 그러니까 초당적인 협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 바라카 원전도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당장 1~2년 안에 끝나는 게 아니다. 대규모 장기적인 투자이기에 현 정부 이어 다음 정부까지 이런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갈 전문적 로드맵부터 설정해야 한다.
UAE 후자이라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하고 SK건설이 수주한 지하원유 저장시설 건설 건이다. 저장규모가 약 4,200만 배럴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정부 2017년 12월 체결됐으며, 이날 MOU체결은 민간기업 간 계약을 정부차원에서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실질적인 MOU는 이런 식의 방향이 바람직하다. "~협력"이라는 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 민간의 전문적인 계약, 수주에 국가가 뒷배가 되어주는 일 말이다. 지난 정권의 것이라고 무조건 밀어 낼 필요가 없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379373?sid=100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환영행사 때 UAE 국가가 흘러나오자 가슴에 손을 얹었고, 이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의전 실수' 등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기사 본문 중-
지난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에 윤 대통령이 미국 국기 예절에 가슴에 손을 올려 "실수, 결례" 공방이 있었다. 임기 초기였으니 복잡한 의전과 긴장에 그럴 수 있는 작은 "실수"로 보였다. 그러나 용산 대통령실은 "상대국에 대한 정중한 예의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공식 입장을 내 세웠다. 이 말까지 진심이라고 받아 본다.
UAE라는 국가는 "정-교"의 분리와 토후 부족 연합이라는 이유에서 군인들을 제외하고 손을 올리거나 경례하지 않는다. 국기 예절에서도 그저 정자세 차렷으로 일관하는 것이 이 나라의 예절이다. 대통령실의 말대로 "상대국을 존중하는 행동"으로 가슴에 손을 올리는 것은 결례가 된다. 무지에 의한 실수이다. 대통령실 의전의 실수일 수도 있고 윤 대통령의 무의식적인 습관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이 습관은 "선택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쑥언 푹 국가주석과의 행사에서는 베트남 국가에 아무런 액션도 없었다. 상대국에 대한 존중이 그때그때 다라지면 오해가 깊어질 수 있다. 해외 국가들에 대한 층위적 편견을 가진 지도자라는 말이 외교가에서는 벌써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보다 못한 상대"에 대한 차별의 신호라는 것이다. 몸에 밴 세계관의 문제까지 거론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을 보면 "어색함"이 넘쳐 난다. 해 보지 않은 것들이 불편하고 힘들게 할 것이다. 그래서 주변의 조력이 절실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 "조력"을 구하지 않거나, 줄만한 사람을 쓰지 않음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