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연에게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들 복된 날들이 가득하시길 축복의 마음을 번제로 올립니다. 저도 그 복을 받아 보기로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올 한 해의 저의 다짐입니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치어리더가 되어야 할 의무는 없다. 타인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재능만큼 중요하다.” -류시화 <두 개의 주머니> 중에서-
작년에 온라인에서 연을 이은 사람이 저에 대해 자신의 평가를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건너 듣게 되었습니다. 경험한 모든 소중한 이력들을 아주 협소한 개인의 얇은 인사이트라고 단정하였다고 합니다. 비대면이라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싶겠지만, 세상의 말들은 돌고 돌아 주인을 찾아가기 마련이지요.
없었던 일이 있던 것이 되고, 잘 가꾸었던 시간들은 거짓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곤궁과 결핍을 고백한 반향이었습니다. 이제 쉽게 보이고 우습게 생각되겠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우주에서 "정답놀이"를 하며, 자신의 삶과 사유는 온전하게 준중받아야 할 모범답안이라 억지 믿음을 가집니다. 그들의 글은 그 우주에 있는 멀티버스의 세계일지도 모르지요.
류시화 선생의 말처럼 근거 없는 비난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 우주에 맡기기로 하고, 저는 저의 세상에서 보다 겸손하고 듬성듬성 편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로 길을 나섭니다. 류 선생이 우화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실제와 똑같이 표현하는 유명 조각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섬세하고 치밀한 표현은 모든 이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자신 스스로도 세상에서 최고의 능력과 재주를 지녔다고 자부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니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 지금 이 세상과 도저히 작별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승사자를 속일 꾀를 내게 됩니다. 자신과 똑같은 조각상 백개를 만들었습니다. 그의 표정, 인상, 몸매가 마치 복제 인간과 같이 똑 닮은 조각상을 만들었지요. 그래서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조각가이고 어떤 것이 조각상인지 신이 와도 구분할 수 없는 자신의 모상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드디어 그날이 되어 저승사자가 조각가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는 똑같은 101개의 조각상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아도 한 가지였습니다. 염라대왕에게 혼구녕이 날 판이었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각가가 그 속에 분명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승사자는 생각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조각가 선생, 당신의 재주와 능력은 의심할 필요 없이 최고 구려. 그러나 딱 하나가 아쉽게도 형편없기가 삼류 조각쟁이와 다를 것이 없소이다."
이 말이 끝맺어 지기가 무섭게 조각가가 부동자세를 풀고 저승사자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내 작품이 어디가 부족하다는 거야? 어느 조각상이 삼류라고 하는데?"
흠칫 놀라기엔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저승사자의 근거 없는 비난에 100개의 조각상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정작 그 명품을 만든 조각가의 마음은 요동을 치게 된 것이었지요. 저승사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나의 응원자나 지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타인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 말로 큰 재능이자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타인들이 나에게 무엇을 하는가는 그들의 업보로 쌓이지만,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자신의 업이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누구에게나 두 개의 주머니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튼튼하게 꿰매어져 뜯어질 걱정이 없는 주머니이고, 다른 하나는 구멍이 크게 난 주머니가 있답니다. 누군가 나에게 북돋아 주거나 힘을 주는 말을 한다면 튼튼한 주머니에 보관해야 합니다. 자기 전에 그 말들을 꺼내 보면서 하루를 감사하고 또 하루를 기대하면 됩니다.
혹여나 누군가 나에 대해 비난하고 욕을 한다면 그 말들은 구멍 난 주머니에 넣으면 됩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절망케 하는 말들은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 더 이상 나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의 벅찬 응원은 튼튼한 주머니에 잘 담아 길고 긴 겨울밤을 잘 바티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근거 없는 비난은 이제 구멍으로 흘려보내 마음에 두지 않는 힘을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그것이 나이가 주는 마음의 굳은살과 여유로운 주름살이 되어 제게 남을 것입니다. 그때서야 저는 듬성듬성 편한 어른이 되어 있겠지요.
늘 행복하기보단, 마지막에 행복하게 웃는 사람 되고 싶습니다. 그 응원 늘 감사드립니다.
계묘년 정월 초하루 박 스테파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