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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생각] 인생의 남은 날을 휴일 같이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두 갈래의 똑같이 험하고 가파른 길이

봉우리에 이를 수 있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중-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 위버멘쉬(超人)는 낙타도 사자도 아닌 존재라고 합니다.


낙타처럼 기존 가치들에 대해 무조건 '예'를 하며 복종하고 따르지도, 사자처럼 '아니요'를 으르렁거리며 어떤 주인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신이 있거나 말거나 의식하지 않은 채로 무한 반복의 단순한 놀이에서도 기쁨을 느끼며 삶을 즐기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니코스 카잰차스키가 풀어내는 조르바는 하루하루를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살아갑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단순한 원칙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 그 어렵던 니체의 "초인사상"이 어렴풋이 이해가 됩니다. "초인"이란 엄청난 비범성의 슈퍼맨이 아니라, 온갖 욕심과 근심을 넘어선 마음의 평화를 얻은 존재라는 것이지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나

죽음 따윈 없이 무감하게 사는 것이나

험하고 가파르긴 매 한 가지인가 봅니다.

죽을 둥 말 둥 힘겨워하는 것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갈길 걷는 자기 자신이 더 무서운 이유일지도.

어쨌든 확실한 것은 평지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언제고 저 봉우리엔 다다른다는 것.


그래서 알고 보면 인생 삶의 모든 날은 휴일일지도 모릅니다. 힘들어도 쉼표 찍으며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르막길. 2015 (내 그림)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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