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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Feb 08. 2023

일본은 왜 사할린 가스에 재투자 했을까?

가스비 폭등

가스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가스비나 교통비 등 필수 생활 요금들이 약 30% 정도 꽤 오른다. 유럽은 러시아에서 가스-석유 수입을 줄이고, 중동과 미국에서 구매를 늘렸다. 전쟁이 가스비를 올린 갓이다. 러시아가 가스관이라도 막아 오른 것으로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유럽은 스스로 "가스비 인상"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가스비가 오른 것이다. 또한 전쟁을 명분으로 엑슨 모빌이나 셀 등 서방 에너지 기업들이 고전하던 러시아 시장에서 쭈욱 빠져나갔다. 전쟁의 종결이나 매듭이 해결해 줄 뿐이다.


https://m.yna.co.kr/view/AKR20220820032300073

러시아가 극동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 운영자를 교체한 가운데 일본 일부 기업이 이 새로운 운영회사와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도쿄전력홀딩스와 주부전력이 출자한 JERA와 도쿄가스가 사할린-2 새 운영회사와 LNG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기사 본문 중-


한편, 일본의 미쓰이, 미츠비시 등은 "러시아와 마치 국교 단절이라도 할 것처럼 반러의 선봉에 서는 제스처를 취하였지만, 일본 정부는 사할린 가스만큼은 투자와 지분을 유지하겠다"라는 강한 입장을 취했다. 사할린-2는 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 영국·네덜란드 합작사 셸, 일본 미쓰이물산, 미쓰비시상사가 출자한 기업이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은 LNG 수입의 8.8%를 러시아에 의존했으며 대부분이 사할린-2 프로젝트 생산분이었다. 사할린-2에서 생산되는 LNG의 약 60%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은 친미국 국가 중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는 유일한 국가로 남았지만,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새로운 가스 운영사 "사할린-1" 사업에는 일본의 사할린석유가스개발이 지분 30%를 출자했다. 사할린석유가스개발에는 경제산업성과 이토추(伊藤忠) 상사, 석유자원개발 등 일본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사할린-1 사업의 모든 자산과 권리를 인수할 새 운영법인을 설립한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존 외국인 투자자들이 새 운영사의 지분 인수를 요청하면 러시아 정부가 가능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다. 서방 제재에 맞서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https://m.yna.co.kr/view/AKR20221104148200073

일본 정부는 러시아 석유·가스개발사업인 '사할린-1'의 새 운영회사에 일본 회사가 지분 참여를 한다고 발표했다고 일본 방송 NHK가 보도했다. 사할린-1에 참여해 온 일본의 사할린석유가스개발(SODECO)은 새 운영회사에도 지분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기사 본문 중-


한국은 어떠한가? 가스비가 어느 날 갑자기 급상승한 것처럼 난리이다. 고지서가 나와서야 실감하기 마련이니 이해는 된다. 그럼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는 미처 대비할 수 없는 것일까? 가까운 11월에 이미 경고등이 심하게 울렸다. 바로 "열요금"인상이다.


출처=연합뉴스


"열요금"이란 또 다른 난방비이다. 열요금은 "지역난방"이라는 열급수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조정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가 가스에 대한 공기업이라면 "난방공사"가 열요금을 관리한다. 이 열요금이 2022년에 37.8%나 올랐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인상이다.


이미 지난해 4월, 7월, 10월 세 차례 인상되었다. 가스비는 사실 겨울이 되기 전에 소비 체감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열요금은 사철 온수 급수에 대한 고지라 살림을 알뜰히 하는 국민들은 눈치챌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국민들이 예측하기 힘들지라도 정부에서 적극적인 "경고"를 울렸어야 한다.



https://m.yna.co.kr/view/AKR20221107000300003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온수비와 연관되는 열요금이 올해 4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7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올해 1 Mcal(메가칼로리) 당 주택용 열 사용요금(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금액·이하 열요금)은 지난 4월 66.98원에서 7월 74.49원, 지난달 89.88원으로 잇달아 올랐다. -기사 본문 중-


가스 공사의 누적 적자는 코로나를 핑계로, 서민 경제의 안정을 위하여 정부에서 단가를 제 때 제 때 반영하지 않아서이다. 지금의 한국의 가스비, 열요금 폭등은 단지 전쟁으로 인한 "수입 가스비 인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 인상이 적자구조의 심화를 가져온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제 때 제 때 반영했으면, 차라리 국민들이 에너지를 아껴 쓰는 일상의 노력이 더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환율이 10~20% 정도 오른 부분도 결국 석유-가스비를 올린 결과를 가져왔다.



"실리" "명분" 되야


세상은 모든 것이 갈라 치기가 되었다.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었다. 예전의 기준은 무조건 "경제적 실익"이 되었으나 이제는 "편"에 따르게 되었다. 일전만 하더라도 저렴한 곳에서 저렴한 운송 길을 통해서 물류를 해 왔다고 한다. 이제는 친한 곳에서 친한 운송길을 통해서 물류를 해야 한다. 갈라 친 세상에서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나라는 유럽, 일본, 한국, 러시아이고, 이익을 보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중앙아시아, 이란,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등이다. (러시아-중앙아시아(유라시아) 물류 전문가 정성희 대표의 코멘트 참조)


한국의 경제는 세계화, 자유무역의 세상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한국의 경제 비약은 "장사꾼의 발품"이 기반이 된 것이다. 가장 싸고 좋은 것을 찾아 싼 방법으로 실어 나르는 노하우와 노력이 무역 대국을 만든 것이다. 자원도, 원천 기술도 없는 나라가 경제적 도약이 가능했던 이유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을 갈라치고 그룹화, 동맹화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게는 무척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일본 기시다는 물밑에서 바이든과 사할린 가스에 대한 지분을 양해받았다고 한다. 일본은 러시아 사할린 섬에 대한 가스를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국과의 원만한 외교적 협의를 통해서 계속해서 러시아 사할린 가스를 수입하여 에너지 안보만큼은 지키고 있다. 일본이 밉지만 외교의 수완은 인정할 부분이다.

바이든, 기시다 (출처=더 중앙)

한국 가스공사는 사할린 가스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사할린-2에서 가스공사는 전체 수입량의 약 6%에 해당하는 연간 200만 t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할린 가스는 새로운 "사할린-1"에서 유럽 국가들이 대거 빠져나가 수입량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운송거리 등 물류비용이 유리하다. 일본과 같이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국의 입에만 의지하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의적으로 작성한 "적성 우호 블랙리스트"에 한국 가스공사가 올라 있는 것도 부담일 것이다. "사장 윤석열"이라며 이명박 씨의 "세일즈 외교"를 트레이싱하고 있는 정부의 의지가 진짜라면, 겉으로는 미국의 "인-태 동맹"에 찬동하는 척을 해도 가스 같은 민생 직결의 분야는 "국내정치"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외교적 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거스비가 오른 것은 네 탓, 내 탓할 수 있지만, 앞으로 오를 것은 오롯이 지금을 사는 우리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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