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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생각] 경칩(驚蟄)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경칩입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으로 숨어 자다 봄기운에 놀라 깬다는 경칩. 오늘 마주한 복음 말씀은 참 아이러니 합니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오복음 6.6-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제법 많이 알려진 말씀입니다. 개구리도 놀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칩에 오히려 숨어 기도하라니요.


아니러니도 잠시였습니다.

드러내고자 하는, 누가 봐주기를 바라는, 그래서 아무런 의미 없는 세상의 인정을 찾아 헤매는 속 마음을 들켜 버렸습니다.


유태인들의 3대 덕목은 기도, 자선, 단식이라 합니다. 이는 세상이 아닌, 세상의 탐욕 때문에 숨어 버린 신과 마주하는 일입니다. 신의 오묘한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신의 뜻에 따라 자선을 베풀며, 스스로 죄인임을 통감하고 그 죄를 속죄하며 단식을 하는데, 이를 행할 때 남들에게 보이려고, 남들에게 보상받으려고 자랑하듯이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합니다.


위선자와 의인의 경계는 종이 한장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개구리도 놀랄 신의 섭리를 외면하며 소용없는 ‘인정’ 타령이었던 나를 돌아보며 ‘전진’하는 사순절을 보냅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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