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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Oct 29. 2023

글쓰기는 새똥으로 섬을 만드는 일

'만물상(萬物相)'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글쓰기에 대한 글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이 걸렸다.글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되기에 한편으로는 보다 넓게 확장되는 글쓰기와 나눔에 대해 꾸준히 요청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릴  아침마다 대문을 열어 조간신문을 집안으로 들여 놓는 일이 당번으로 주어졌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구독하는 경상도 보수적인 어르신들의 아침 일과는 '신문읽기' 시작되었다. 특히 조부님의 신문읽기 습관은 그대로 전수되기도 했는데, 아침 식전에 1 사회면의 사건 사고를 훑어 보시고, 경제ㆍ정치ㆍ문화의 헤드라인을 주욱 살펴 보셨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한자 한자 정독을 하는 방법, 일종의 일상 루틴이셨다.


글자를 깨우치고 제법 문해력이 쌓여 가던 시절 나만의 최애 코너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조선일보의 칼럼 <만물상>이었다.  '만물상' 한자가 萬物相이다. 세상의 만가지 모습을 다룬다는 뜻으로, 우리가  아는 '다이소' 원조 만물백화점 萬物商의 음차로 만든 제목이었다.

 

조선일보 "만물상"


코너는 초딩 고학년이 읽어도 될만큼 쉬운 문장으로 생활 속의 이모저모를 담아, 세상을 보는 뷰파인더가 되어 주었다. 때로는 요지경 처럼 희한한 일들을, 어떤 때는 망원경 같이 저 먼 세상의 이야기를, 또 세상사의 작은 이면에 돋보기 확대경이 되기도 하고, 보다 심층있는 이야기들은 현미경 처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나중에 컬럼들을 모야 양장본으로 '애독자' 가정에 배달해 주기도 하였던 <만물상>칼럼은 매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최애 코너였다. 물론 최근에는 요즘 신문이 그렇듯 주제와 방향이 퇴색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나의 글쓰기는 은연 중에 이 <만물상>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만사가 결국 가장 가치있는 뉴스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배설이라 할까. 신문 1면의 뒷면 구석에 있지만 찾아 읽게 되고, 식견과 정보, 그리고 깨우침을 주었던 작은 이야기는 늘 소중했었다.


최근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들이 기성 언론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기도 하다. 가장 관심도 높은 이슈들을 외면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온갖 플랫폼 대문에 널리는 콘텐츠와 암묵적으로 밀고 있는 몇몇의 글들이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 언론의 정제된 것들보다 거칠고, 틈새나 일반인의 관점의 다양성은 점차 자취를 잃어 가는 듯 하니까.


 곳에 "새똥을 싸는, 쌓는" 결심으로 나름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 언젠가 그 새똥이 작은 섬이 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서 시작된 일이다. 똑 같은 뉴스와 잘난 체에 지친 글과 생각들이 머물러 깃도 고르고 잠도 자는 그런 새똥 섬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는 말을 저는 철썩같이 믿는다. 함께 새똥 섬을 만들어 보는 날을 꿈꾼다.


기적의 증거는 아래 <만물상>으로 대신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1/08/10/KWDBVMKZ2VHZBAM7H46BPFDNVQ/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만 새똥이 쌓이면 섬도 만들어진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이 그렇게 탄생했다
-칼럼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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