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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Aug 18. 2024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카로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추락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말은 올드보이들에게는 이문열의 장편 연애소설의 제목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유명한 이카루스의 무모한 비행에 다다른다. 베르누이 효과와 지면 효과를 이야기하며 복기하는 이카루스의 비행 신화는 제법 과학적이다. 고전 신화를 꼼꼼히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이 과학 담론의 주인공은 이카루스가 아니다. 이카루스에 가려진 고대 신화 속의 발명왕 이카루스의 부친 다이달로스가 있다.


다이달로스는 엄청나게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진짜 소마저 속일 수 있었던 나무 암소, 반인반수의 괴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라비린토스, 하늘을 나는 일명 이카로스의 날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네 일상에서도 쉽게 마주하는 저수지, 사우나, 아프로디테 신전의 회랑, 황금 벌집, 아교, 도끼, 톱, 접는 의자 등등, 신화는 모두 그의 발명이라 전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뛰어난 건축물이나 신기한 물건이 있으면 지레짐작으로 다이달로스의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였다.


다이달로스는 처음에는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재주가 있었다. 유명한 날개도 자연에서 비행하는 새들을 보고 원리를 체득한 결과였다. 이런 당부의 말까지 아들 이카로스에게 남겼다.


"얘야, 하늘을 나는 일은 쉽게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란다. 무엇보다도 적당한 높이를 유지해야 해. 왜냐하면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져서 날 수가 없고, 또 너무 높이 날면 해의 열기에 밀랍이 녹을 거야. 그러니 내 꽁무니만 쫓아오도록 하여라."


그러나 누구나 오만과 교만이 발목을 잡는 법이다.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재주에 도취되어 기술을 사용하고 전개하는 데에 시비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의 기준은 '자랑거리'가 되는가에만 꽂혀있었다.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 사고로 이슈가 되어 유명세가 더욱 올라가는 것을 즐겼다. 그 결과는 당연지사였다. 사람과 사회는 그의 기술로 인해 많은 위기와 피해를 받았고, 사랑하는 아들마저 잃었으며 여생을 생명 위협을 받으며 숨어 살아야만 했다.


이카로스와 다이달로스(찰스 폴 랜던 1799)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은 역설이다. 날개가 있는 것들은 추락한다는 의미 이전에 추락하는 것들은 모두 높이 날아올라 비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상승 비상에 영속이란 없다. 올라간 것은 언제고 내려온다. 그것이 추락이냐 착륙이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최근 세상이 시쳇말처럼 거지 같다. 거리에는 흉기를 들고 휘두르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늘어나고 권력자의 정치, 통치 행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작년 이맘때 세계 잼버리라는 행사를 말아먹고도 남 탓이고 거꾸로 자화자찬이다. 지구 저편은 전쟁 직전이지만 최고 통수권자는 무력 우위를 외치며 어퍼컷 세리머니 여전이다. 대한민국의 GDP는 계속 줄어들었고, 폭염에 죽어 나가는 위기의 최저 생계 계층은 속수무책이다. 이 와중에 PC니 패미니 떠드는 입진보들만 보이고, 여든 야든 입지의 지속성 때문에 납작 엎드려 있는 빈대 같은 위정자들만 넘친다. 대한민국은 추락 중이다.


대한민국 국격의 추락 단면. 2023 여름 세계 잼버리


중력을 거스르고 상승 진보하는 일은 힘겹고 느리다. 그러나 그 상승동력을 상실하는 순간, 항력과 양력이 상쇄하는 성층권에 다다라 날개가 불에 타버리면 추락은 불가항력의 영역이 된다. 올라가는 것은 늘 겨우 겨우지만 추락하는 일은 항상 찰나이지 않는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세상 훈수도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이 모두가 지금 젊은 세대들이 감당할 일들이 되었다. 지금의 엉터리 권력자처럼 '이전 세대 탓'만 하다가는 추락의 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살 날이 많이 남아 투표 가중을 더 달라는 젊은이들이 아직도 50% 이상 지지하는 이 권력은 이미 상승 동력을 상실했다.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추락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추락의 끝은 죽음이라는 것.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었지만 다이달로스도 그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종국의 추락은 죽음이다. 신이 아닌 이상 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이다. 권력자도 부자도 영웅도 결국 죽는다.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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