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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Sep 10. 2020

온갖 정보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라디오, TV, 컴퓨터, 스마트폰


라디오와 TV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정보들에 노출될 수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오프라인 수업, 입소문 등을 통해서만 정보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라디오나 TV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수동적인 일입니다. 우리는 라디오가 들려주는 것들, TV가 보여주는 것들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라디오나 TV에게 무언가를 보여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라디오를 듣거나 TV를 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일은, 주파수나 채널을 돌리는 것 정도입니다.


책들을 뒤져 가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수집하는 일은 능동적인 일이지만,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일 또한 능동적인 일이지만,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윈도우즈(windows)라는 컴퓨터 운영 체제 출시가 컴퓨터의 대중적인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통해 능동적이고 신속하며 보다 정확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 수준, 지식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에 검색해, 우리의 궁금증을 즉시 풀었습니다. 인터넷 안에는 거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백과사전부터 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들까지…. 바야흐로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진입하였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뭐든 다 할 수 있는 세상


컴퓨터의 성능은 무서운 속도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2000년대의 컴퓨터는 1990년대의 컴퓨터와 차원이 달랐습니다. 노트북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컴퓨터가 핸드폰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된 것입니다. 모두가 주머니에 컴퓨터를 넣고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우리가 원하는 정보들을 보다 손쉽게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보의 우주가 개척된 것입니다.


스마트폰 안에는 컴퓨터도 들어 있고, 라디오도 들어 있고, 책도 들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온 세상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들도 담겨 있습니다. 심지어 그 안에는 은행도 있습니다. 기업들, 종교 시설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관공서 업무도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게 없다시피 합니다.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스마트폰에 들어 있습니다.





정보의 우주에 떠다니는 쓰레기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들을 완벽에 가깝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그 이상의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알 필요 없는 것들, 모르고 싶은 것들을…. 대표적인 것이 스팸 뉴스와 스팸 광고입니다.


지금 인터넷은 스팸 뉴스들과 스팸 광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살아가는 언론사들과 기업들이 우리를 따라 인터넷 세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온갖 뉴스들과 광고들을 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디오, TV, 신문으로 특종을 보도하는 것보다, 인터넷 기사로 특종을 보도하는 것이 더 큰 파급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언론사들은 자사의 기사들을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 싣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 광고, TV 광고, 신문 광고보다 인터넷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기업들은, 각종 포털 사이트나 메신저, 유튜브 등을 통해 자사 광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포털 사이트들 메인 화면에 무엇이 있나요. 광고와 뉴스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광고와 뉴스도 물론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시간 낭비하기 딱 좋은 환경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뭘 검색하려고 했다가, 하려던 일은 안 하고 딴 짓을 하고 만 경험들이 나에게는 굉장히 많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주르르 떠 있는 뉴스들, 광고들에 정신이 팔려서요. 정말로, 산만해지기 좋은 환경입니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들과 상품들을 추천합니다. 우리의 신상 정보나 검색 기록을 파악한 다음에요. 맞춤형 광고들은 상당히 유혹적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잘 붙들고 있지 않으면, 몇 시간씩 인터넷 공간을 헤매게 됩니다. ‘어, 이런 것도 있네.’, ‘어, 저런 것도 있네.’ 하면서요. 그러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충동 구매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잡식과 정보 폭식


인터넷에 온갖 정보들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정확한 정보들과 부정확한 정보들을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뉴스들도 인터넷 공간 곳곳에서 시청자들을 현혹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몸에 좋지도 않은 음식들을 잔뜩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체한 것처럼 머릿속이 더부룩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무분별한 정보 잡식과 정보 폭식을 그만두지 못했습니다.


나는 인터넷을 하는 것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습관인 줄 알았는데, 중독이었습니다.



내가 낚싯대를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내가 정보의 우주를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현명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보의 우주를 메우고 있는 쓰레기들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닐 뿐이었습니다. 언론사들과 기업들이 드리워 놓은 낚싯바늘을 번번이 물 뿐이었습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 갔습니다. 남들의 생각이 내 생각을 대신하게 두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으로 나를 채우는 법을 잊어 갔습니다. 나는 인터넷에서 나오는 것들이 나를 채우게 두었습니다. 나는 나를 잃어 갔습니다.




이 글은 자기 계발서 《비워 내기 ― 과잉의 시대와 미니멀리즘》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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