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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Mar 27. 2017

“니가 제일 중요해.”



   “니가 제일 중요해, 다빈아.”

   10분 전에 이 말을 들었다. 핸드폰 수화기 너머에서.

   귀를 타고 들어온 이 말은 금세 혈액으로 녹아들었다. 어떤 문장이 내 몸 깊은 곳으로 유입되는 건, 아니, 어떤 문장을 내 몸 깊은 곳으로 내가 유입시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을 시간의 흐름에 흘려보내지 않고, 꼭 붙잡는 일.





   누군가의 말이 내 영혼에 스며들도록 하는 이런 과정은, 매번 내 체온을 상승시킨다(이때, 명치 부위 체온은 다른 곳보다 훨씬 높아진다). 말에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렬한 에너지가 고여 있나 보다. 해변에서 따뜻하게 달궈진 예쁘장한 자갈 한 줌이 가슴 가운데로 흘러든 느낌이랄까. 빛과 온기 가득 담은 어떤 물체가 내 중심을 넉넉하게 채운 느낌이다. 따스하고 환하고 기분 좋은 그 묵직함은, 모든 감각을 나른하게 이완시킨다.

   네가 제일 중요해.

   네가 제일 중요해.    





   전화 끊긴 핸드폰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니가 제일 중요해.”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중요성의 다양성’을 아는 사람이구나. ‘내가 지닌 중요성’과 ‘네가 지닌 중요성’을 분리할 줄 알면서, 그 두 가지 중요성 모두 최고의 가치로 볼 줄 아는 사람이구나. 중요성에는 ‘종류’만 있고 ‘우열’은 없다는 걸, 진짜 아는 사람이구나.

   세상 모두에게 저마다의 중요성이 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중요성은 조건 없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앎이 아니라 삶 속에 간직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제일 중요해.”와 “니가 제일 중요해.”가 부드럽고 너그럽게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실천으로 입증하는 사람이구나.    





   바람 잦은 초봄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오늘은, 여름 햇살을 미리 당겨 쬐는 마음으로 오후를 보낸다.

   네가 제일 중요해.

   네가 제일 중요해.

   나 스스로를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게, 누군가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가, 이 말 한 마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왔다.     

   다정한 말에는 언제나 말 이상의 메시지가 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설득력을 담은.




사람과 삶을 공부합니다. 배운 것들을 책 속에 담아내며 살아갑니다. 모두의 마음과 삶이 한 뼘씩 더 환해지고 행복해지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느리고 서툴지만, 더 나은 책을 위해 부단히 고민합니다. 카쿠코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을 통해 소설집과 산문집을 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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