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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May 10. 2019

재주가 무르익으면 그것을 적절히 쓰는 법을 알게 된다

 

   “그때 니가 재치 있게 위기를 잘 빠져 나가서…….”

   “분위기 이상해지기 전에 그 사람이 재치 있게…….”


   오늘은 재치(才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재치는 ‘재주 재才’와 ‘이를 치致’가 만난 단어다. 여기서 ‘치’라는 단어는 ‘다하다. 이루다. 빽빽하다.’라는 의미도 지녔다. 그러니 재치란 ‘재주가 어느 수준에 이르러 있는 상태, 재주를 이루어 낸 상태, 재주를 가득 보유한 상태, 재주가 무르익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봐도 좋겠다. 


   사전에서는 재치를 ‘눈치 빠른 솜씨와 말씨’라고 정의한다. 눈치가 무엇인가. 상황이 돌아가는 모양새나 타인의 심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눈치다. 그래서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주변 환경을 얼른 파악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재치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보고 ‘재주가 무르익으면 그것을 가장 적절한 순간에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재능이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를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여 재치의 유사어로 슬기, 기지가 제시되는 걸까. 슬기는 ‘이치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을 의미하고, 기지는 ‘경우에 알맞게 대응하는 지혜’를 의미한다.      





   인생을 좀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도구들을 습득하고 그것들을 사용한다. 재주라는 것도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볕이 뜨거운 날에는 모자를 쓰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듯, 재주라는 것도 경우와 때에 알맞게 사용되어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재주와 재치는 결국 한 몸인 것 같다.


   나에게 재주가 있어도 내가 그것을 경우에 맞게 사용하지 못하면 그 재주의 쓸모가 없어진다. 내 눈치가 아무리 빨라도 당장 필요한 재주를 내가 발휘하지 못하면 그 눈치의 쓸모 또한 미미해진다. 그러니 재주를 익힐 때는 그것이 가장 적절하게 사용되어질 수 있는 경우를 항상 고려해야겠다. 눈치를 키울 때는 내가 눈치로 파악한 상황에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연습도 함께 해야겠다.      


   그러고 보면 ‘앞뒤를 재고 움직이는 것’이 인생 처세술의 가장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앞뒤만 재거나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함께하는 것.




산문집 『새로운 숨이 들어올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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