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도하 Aug 09. 2023

두 번째 스물일곱 생일

고작 한 살 차이인데



내 생일은 여름의 한가운데 있다.


나는 늘 폭염 속에서 생일을 맞이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나를 낳으시느라 고생하셨을 엄마께 늘 감사드린다. 이렇게 더운 날 태어나서 더위를 안 타는 건가. 나 역시 여름이 덥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여름 나기가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다.  폭염 시기만 오면, 늘 내 생일이 되면, 나는 매년 우스운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된다. 







2023년 6월 28일 자로 만 나이가 시행되었다.

만 나이 도입에 있어서 여러 말들이 오고 갔지만 6월 28일은 지났고, 우리는 이제 만 나이로 살아간다. 현실에서 누가 나에게 나이를 묻는다면 답은 예전보다 꽤 길어졌다. 예전에는 '몇 살이요',라고 끝나던 말이 '몇 년 생이요',라고 조금 더 길어지거나 '만'이라는 단어를 붙여 나이를 말하게 되었다. 물론 그냥 만 나이 혹은 세는 나이를 말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대한 대화가 조금은 더 늘어났을 뿐이다.


만 나이는 소원 같다. 


아 한 살만 어려졌으면. 이 때로 돌아갔으면.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텐데. 누구나 한 번쯤은 빌어본 소원일 것이다. 그리고 만 나이가 시행된 순간 나는 그 소원을 누군가 들어준 기분이었다. 달라진 것은 없는 기분내기라 할지라도.


후회는 스물일곱 해를 살아오는 동안 늘 내 친구였다.

아마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의 친구일 게 분명하다. 나는 웹소설 쓰는 것을 참 좋아했고, 또 예전엔 꾸준히 했기에 항상 웹소설 집필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이 열망은 대학원 다닐 때부터 있었으니 꽤 오랜 시간 가진 것이다. (대학교를 다닐 땐 정말 웹소설을 써 수익을 냈었다.) 정확히 말하면 갖고만 있던 것이다. 퇴근하고서 30분씩이라도 썼으면 나는 올해 완결을 하나 더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평일엔 퇴근하고 나서 피곤하니까, 주말엔 쉬어야 하니까, 약속이 있으니까, 침대에 30분만 누웠다가... 별의별 말들만이 덧붙여진다.


'후회할 시간에 썼으면 됐겠다.'


그리고 또 후회까지.

2023년도 반이나 훌쩍 지나갔다. 올해도 역시나 여럿 후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우스운 게 갑자기 두 살, 한 살 어려졌다고 생각하니 '뭐든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삶이 달라지는 건 없는데, 삶에 대한 태도는 꽤 단단해졌다.  8에서 7로 바뀐 숫자가 꽤 내 마음을 뛰게 한다. 스물일곱 때 했던 후회를 다시 하기 싫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모두가 함께 줄어든 나이라지만, 스물일곱이 된 나는 용기가 조금 생겼다.


사실 나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폭염의 한가운데에 있는 내 생일도 달라진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시작이 반이다. 너무나도 흔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보다 맞는 말은 없다. 성공을 위해선 시작해야 한다. 몸이 움직여야 한다. 후회를 다시 하긴 싫다. 나는 그래서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자 마음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써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한 발을 내딛자는 목표가 생겼다.


작년 생일에는 스물여덟 개의 초를 꽂았다. 

올해 생일에는 스물일곱 개의 초를 꽂았다.


줄어든 초의 개수처럼, 내년의 내가 느낀 후회는 조금 더 줄어들길 바란다. 


 




이전 10화 회사에서 처음으로 울어버린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