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힘든데, 제일 한가하게 느껴져요
취업한 지 이제 1년이다.
나는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7시 42분에 집을 나선다.
나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 한 가지 일만을 한 적이 없었다.
대학생 때는 학교 수업을 들으며, 근로 장학생으로 일을 했다. 대학교 각종 행사 참여, 학회 준비로도 바쁜 날들은 이어졌다. 물론 다음 날 1교시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마셨던 술들도 꽤 나를 바쁘게 하긴 했었다.
방학 때도 역시나 근로 장학생으로 일을 하며, 웹소설을 집필했다.
생각보다 꽤 좋은 수익이 나서(대학생 용돈 기준으로는 나름 많은 돈이었다.) 취미보다는 일에 더 가까웠다.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수업을 들으며 웹소설을 함께 집필했다.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을 할 때부턴 웹소설을 함께 병행하진 못했다. 학교 수업과 조교 일, 그리고 여러 시험 준비를 동시에 준비했다.
대학원 4학기는 학교 수업과 인턴을 함께 하던 시기였다. 일과 공부를 같이 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포기라는 건 더더욱 없었다.
대학원 막학기는 정말 제일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인턴은 끝났지만 석사 논문을 마무리해야 했으며, 이와 동시에 취업 준비를 함께 해내야 했다. 다들 논문 먼저 마무리하라고 했지만, 대학원 졸업 후 아무 소속이 없는 상황은 더 견딜 수 없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이때 내 나이가 너무나도 많은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되었을 나이지만, 저 당시에는 그렇게 말해주는 그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이를 고민하는 취준생들에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조급함도 느껴봐야 성장한다. 원래 그때는 그럴 시기며, 그것을 스스로 경험하고 배움을 얻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논문은 논문 대로 끝이 안 보이는데, 취업 역시 합격의 단어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쓸모없는 인간이었던가? 잠을 자기 위해 누우면 끝도 없는 생각에 잠겨, 결국 끝은 눈물로 보내는 날들이 꽤 많았다.
(나는 MBTI에서 S와 T 성향이 상당히 강해서,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계속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땐 정말 불합격과 우울만이 가득한 소설을 혼자 머릿속에서 주구장창 써 내려가던 시기였다.)
대학원 졸업 후 나는 소원대로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나는 아침 7시 42분에 집을 나가 저녁 6시 10분쯤 다시 집에 돌아온다.
별다른 약속이 없고, 퇴근 후 운동을 하고 오지 않는 날을 기준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이러한 집 - 회사 - 집만 오고 가는 날로 본다면, 직장인치곤 꽤 이른 시간에 집에 돌아오는 셈이다.
와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아니면 예전에 그렇게나 오래 하던 웹소설을 집필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집에 돌아오면 멍하니 앉아 있거나, 유튜브를 본다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꽤 많다.
아니, 상당히 많다.
회사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어 굳어진 허리와 목, 팽팽 굴리며 일한 머리. 집에 돌아와 나는 가만히 앉아 있지만, 이건 내 의지가 아니다. 더 이상 무엇을 할 수가 없다. 내일의 나를 위해 나는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
그럼 정말 푹 쉬기라도 하면 참 좋을 텐데. 나는 예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나를 또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 그런데 힘이 들어 뭘 더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봐도 스스로가 너무 웃기다. 죄책감을 느끼며 쉬고 있는 직장인이란 이런 것일까.
취업한 지 이제 정말 1년이다.
나는 취업 후 직업이 하나가 되었다.
몸은 제일 힘든데, 내 시간은 제일 한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