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선배는 되지 말아야지
지난 수요일 회사에서 처음으로 울어버렸다.
회사에서 우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나한테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거 OO씨가 한 건데."
바로 전 날 화요일. 선임분의 한 마디에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선임분의 입에서 나온 건 내 이름.
초안을 작성한 건 나였지만, 분명 이후 다른 분들과 회의를 거치고 선임분의 컨펌까지 받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찌 되었든 내가 한 결과물로 치부되는 현실에 속이 콱 답답해졌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회사 생활이야말로 거지 같은 걸.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화요일 오후는 내내 그 건을 수정하고 처리하느라 시간이 다 갔었다.
문제는 그다음 날이었다.
어제 그렇게 이리저리 수정하고 다시 작성한 문서를 선임분께 넘겼었다. 그리고 또 오케이가 난 선임분의 컨펌. 하지만 그 건에 대해서 또 문제가 발생했나 보다.
내 자리 근처에서 이에 대해 조금은 안 좋은 말이 들려왔다. 이제 회사에 다닌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나는 또다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귀를 쫑긋 세워본다. 눈치가 자꾸만 보였다. 나에게 직접 타박을 하신 것도 아닌데, 꽤 험난하게 오고 가는 말에 결국 심장이 몇 번이고 철렁였다. 그리고 결국 그냥 넘겨버리면 되는 걸 난 그러지 못했다.
일이 많거나, 온전히 내 실수로 일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서 제일 힘든 건 일보다 인간관계라는데, 정말 그게 딱 맞았다. 이보다 더한 말도 앞으로 들을 수 있다지만, 아직 나는 한 귀로 듣고 흘리는 단단한 마음은 없나 보다.
더욱이 요즘은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수백 번씩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마음이라, 그 한 마디에 눈물이 찔끔 나왔었다. 제발 5분만이라도 아무도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참으로 무심하게도 그 순간 사수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눈물이 결국 그렁그렁 차올랐다.
팀원분들 앞에서 엉엉 울어버린 것은 아니었다만, 직속 사수분이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날 얼른 휴게실로 데리고 나와 달래주시는 사수분 앞에서 금방 어린아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죄송하다는 내 말에 오히려 사수분은 자신이 미안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어른이 되는 법을 한참 잊은 것 같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속이 너무나도 상했다.
이제 1년 하고도 한 달이 된 신입, 내가 느끼기엔 회사 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일이 아니다.
일이 많아 야근하고, 주말까지 출근하는 건 그냥 몸만 힘든 거다.
제일 힘든 건 바빠지는 일에 알게 모르게 예민해지는 선임분들의 눈치를 살피는 게 나는 제일 힘들다. 나한테 직접 짜증을 내신 적도 없고 늘 천천히 가르쳐주시는 분들이라지만, 나는 가끔씩 질문 하나 하는 것조차 몇 번이고 타이밍을 잰다.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나에게 나의 실수와 남의 실수를 모두 포용할 아량을 주시고,
괜스레 조급해져 나를 더 몰아세우지 않으며,
그럼에도 늘 멋지게 일을 성공해 내는 어른이 되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