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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하 Jul 10. 2023

엄마,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멋지게 살았어?

난 어른이 아닌데, 모두가 어른이라고 한다.



스물여덟. 이제는 만 스물여섯.


초등학생 때 나는 내가 스물 후반이 되면 그 누구보다 멋진 사회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티비에서 나오는 멋진 사회인처럼 멋드러진 옷을 입고, 멋드러진 차를 끌고, 멋드러진 집에서, 사원증을 착 걸고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2023년. 정말 스물 후반이 되어 버린 나는 스스로가 아직도 한참 어린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대학을 입학한 지 벌써 8년, 취업을 한 지도 벌써 1년. 20대로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젠 나의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직장인이지만, 난 그저 침대에 누워 빠르게 넘어가는 쇼츠를 보며 웃는 게 좋다. 당장이라도 내일 출근하지 않으면 전세 대출금을 낼 수 없는 근로자 신세이지만, 난 아직도 친구들과 유치하기 짝이 없는 농담을 하며 웃는 게 좋다. 요즘 유행하는 밈을 하고, 인기 있는 아이돌 무대를 찾아보고, 그저 아무런 소득 없는 장난이나 치는 게 좋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전까지는 꽤나 비슷하게 달려오던 친구들이 스물 후반이 되자 모두 제각기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 취준생인 친구, 이미 한참 전에 회사 생활을 시작한 친구, 그리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친구까지.

이미 결혼한 친구, 연인과 결혼을 고민하는 친구, 결혼 준비를 하는 친구, 이미 비혼을 선언한 친구. 그리고 이미 아이도 있는 친구까지. 


인생에 답에 어디 있겠냐만, 요즘 들어 인생을 살아가는 선택지가 굉장히 많아진 기분이다. 

그래서 이렇게 더 고민이 많아지는 걸까? 





스물 후반.


난 참으로 애매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지점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재수생 시절보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취준생 때보다 지금 제일 고민이 많다. 늘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인생의 방향과 뚜렷한 목표는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의 지금 목표는 뭐야?'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침묵이다. 


집과 회사만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묻고 싶다. 나 혼자선 대답을 찾을 수 없어 수없이 고민을 내뱉는다. 스물 후반이 된 나는 이젠 정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이제 취업을 했으니 열심히 회사를 다는 것?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 회사와 내 인생이 주객전도가 되는 기분을 느끼고야 만다. 아니면 돈을 모으는 것? 돈이 없는 것보다야 있으면 당연히 행복을 느낄 확률은 올라가겠지만, 정말 돈이란 수단이 행복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국 끝은 또다시 물음의 반복이다.


회사를 다니느라 몸은 바쁘고 지치는데, 그렇게 눈을 반짝이며 목표를 향해 달리던 나는 없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고민이 고민을 반복하고 반복하다가, 결국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돈다.

누구는 꼰대 같은 소리라고 할 수도, 누구는 아직 어린데 뭘 그러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풍파를 만나야지만 고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냥 무난하게 회사를 다니고, 무난하게 돈을 벌며, 무난하게 연애를 하고, 그저 평범하게 사는 이 일상에서 이렇게 인생에 대한 고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사실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사회가 바라는 틀에 맞춰서 중, 고등학교 때 공부만 하며 달려왔고, 대학에 입학해서도 취업을 바라보며 살았다. 취업을 하니 이제 결혼이라는 다음 단계가 있는 기분이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진짜 내가 원하는 행복은 뭐지? 제대로 된 고민, 진짜 나를 마주하는 고민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무서워서 일부러 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진짜 나를 고민해도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내가 내일 당장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내 정신 연령은 고등학생 때랑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달라졌다.

자유를 얻은 만큼 책임은 배가 되었고, 나를 감추며 사회인 ‘나’를 만드는 게 익숙해져만 간다. 고민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 왔다 갔다 움직인다. 직장, 연애, 결혼. 이런 고민들이 자꾸만 나를 짓눌러 점점 더 어린이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항상 궁금하다.


엄마,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멋지게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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