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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하 Aug 22. 2023

나이가 들수록 친구와 멀어지는 이유

더 이상 감정을 쏟을 힘이 없다


어렸을 땐 학교에만 가면 늘 함께한 것이 친구였고, 대학교에 가선 다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졌지만 그래도 늘 동기들과 함께였다.


하지만 스물 후반이 되자 비슷했던 친구들과의 생활 패턴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날을 한 번 잡아 만나는 것조차 꽤 큰일이 되어버렸다. 친한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다 같이 만나는 것보다 둘이서 또는 소수로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 MBTI의 성향과 관련이 있나 싶지만, 어찌 되었건 I의 성향이 상당히 강한 나는 4명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말을 잘하지 못한다. 아니,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 대학원 친구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려면 그 횟수는 꽤 많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도 나의 의지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작고 소중한 월급에서 더 작고 소중한 나의 생활비는 많은 약속들을 감당하기엔 너무 얇다. 한 번 약속이 잡히면 생활비는 한 번에 쑥 빠져나가고 만다. 나는 그래서 '한 달에 많아야 3번'이라는 나만의 규칙을 정했다.








하지만 그렇게 쪼개서 내야 하는 시간도, 한 번 약속에 많이 나가는 돈도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스물 후반이 되자 나의 ‘감정 소모’는 약속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렸다.


정말 소중한 나의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늘 즐겁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맞춰가는 건 힘들다는 걸 이제는 알아버렸다. 나의 시간과 돈을 들여 그 친구를 계속 만나는 게 나한테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니다. 조금은 잔인한 말일 수도 있다만, 온전한 나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친구를 만나는 것은 나에게 투자할 가치가 없어져버린 일인 것이다.


'아, 힘들다.'

 

나와 생각의 방향이 너무나 다른 친구와 한창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나도 모르게 진심을 중얼거렸다.


내가 힘들었던 만큼, 아마 그 친구도 그랬으리라.


내가 챙겨야 할 소중한 사람들, 나와 맞는 친구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소중한 인연들을 챙기기에도 나는 너무 벅차다. 예전에는 '친구니까'라는 말로 어떻게든 맞춰보고, 함께 노는 게 즐겁다는 이유로 조금 다퉈도 금방 풀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고, 친구와의 대화로 내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진다면, 이제는 그 인연을 놓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맞지 않는 친구와 거하게 다툴 필요도 없다. 그냥 상처를 받지 않고, 주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멀어지면 된다.


그게 내가 나를 챙기는 법이고,

내가 스트레스에서 나를 구해주는 일이다.


인생에 그렇게 많은 친구는 필요 없다.

정말 평생을 함께 할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다.

평생을 함께할 인연이 있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붙잡아야 할 인연이 있고, 그냥 스쳐 지나가도록 놔둬야 할 인연이 있다. 엇나간 인연은 그냥 흘러가도록 두고, 새로운 인연을 또 감사히 붙잡으면 된다. 누가 누구에게 잘못했고의 문제가 아니고,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아니다. 그냥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일 뿐인 것이다. 이젠 결이 다른 사람과 깊은 인연을 만드는 데 힘이 든다. 거기에 그렇게 큰 감정을 쏟을 힘이 없다.


"OO야, 잘 살고 있니?"


나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에게 멀리서나마 안부를 전한다.

늘 안녕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다시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다짐한다.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더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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