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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하 Aug 03. 2023

이별의 필요성

이별과 성장의 상관관계



연인은 기간제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한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나를 제일 많이 알고 있고,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

하지만 이별이 다가왔을 땐 순식간에 남보다도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사람.

나는 연애의 끝이 이별 아니면 결혼이라는 게 늘 슬프다고 생각했다. 헤어짐이거나 평생을 함께 하거나.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연애는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내가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조바심이 많은 사람이었나?

나도 모르는 나,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자꾸만 마주한다. 연애는 단순히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기만 하는 행위는 아닌 게 분명하다. 그 사랑을 하나 주기 위해 수백 번 몰랐던 나를 마주하고, 그 사랑 하나를 받기 위해 수천 번 감정에 휘둘린다. 


이별은 포기도 용기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다시 혼자가 되어버렸을 때는 꽤 후련함과 해방감을 맞이한다. 하지만 결국 허전함이 제일 커져버리게 된다. 이별을 자꾸만 곱씹는 과정이 힘들다. 같이 찍은 사진을 지울 때도, 서로 주고받은 선물을 버릴 때도. 어디든지 묻어있는 추억에 '이젠 정말 혼자야'를 절실히 깨닫는 시간을 겪는다. 다시 붙잡을까, 고민하다가도 질척대지 말자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다가 결국엔 혼자서 엉엉 우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최악의 잘못을 한 연인이 아니라면, 나에게 이별을 택하는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이별은 더 힘들다. 그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 또 같은 이유로 부딪히게 될 테니까. 마구마구 만들어내는 이별의 이유가 한없이 안쓰럽고, 방어적이다. 그래서 결국엔 다시금 슬픔에 잠긴다.


사랑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별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모든 과정이 어려움에도 나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나의 세계에 살게 하는 건, 그럼에도 사랑스럽다. 

내 세계가 알록달록 색을 자꾸만 덧칠한다.


지금까지 이십몇 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느낀 바로는 사랑만큼이나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은 없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부터 이별을 겪는 모든 순간이 전부 나를 성장시킨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이십 년을 넘게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 고작 몇 백일 안에 맞춰지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은 너무나도 많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법.

나에게 맞춰 바꾸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법.

그럼에도 함께 하기 위해 맞춰서 걷는 법.

옆에 있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법.


나는 아직 연습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지독한 성장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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