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자, 눈을 크게 뜨고 또 귀를 열고 세상을 넣어봐.
푸른 나무들, 간지럽게 부는 바람,
저 많은 소리들,
나뭇가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밝은 햇살,
이슬에 젖은 꽃잎들,
저 뛰어다니는 네 친구들,
그리고 네가 살았던 아파트,
저 자동차와 사람들…
잊어버리면 안 돼, 꼭 간직하고 있어야 돼!’
그랬지. 그래 두려움 때문이었어.
네가 조금 후엔 말없이 내 곁을 떠나리라는 두려움.
너는 이미 알고 있었지.
오래전부터 몸이 자꾸 말을 걸어왔으니까.
이제는 모든 행동이 둔감해졌어.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을 나가도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유모차 앞에서 아빠를 멍하니 쳐다보던 눈망울.
아빠도 진작 알아차렸지.
그래서 널 안고 자주 말을 걸었던 거야.
너와의 10년 남짓 인연.
그것은 운명이었어.
두 살밖에 안된 너는 어떤 사고인지 모르지만
뒷다리가 모두 골절되었고
너는 약 한 달여 집을 가지도 못한 채 유기견이 되어
길거리를 방황하다 날 만났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도랑 끝에서 죽음과 마주한 채.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몰랐던 거야.
네 고통스러운 눈이 나를 선택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구조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살아남은 네가 나를 붙잡아준 것이었어.
너는 소프라노 가수였지.
아니 닭이라고 해야 하나.
고음의 목소리는 강아지들에게서 들을 수 없는
아주 희한한 소리였어.
집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캐논‘의 음률에
정확히 반응했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학원 수료한 건 아니었지?ㅎ
난 자주 너와 고음 테스트를 했지.
내가 선창 하면 네가 뒤를 잇고.
꼬끼오도 아니고 꼭꼬꼬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쓰자.
‘워~ 우우우우, 워~ 우우우우‘
네가 없는 빈 방,
난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어.
아빠의 욕심이었지만.
그 작은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난 조금 느꼈지.
네 눈동자가 흔들리며 내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중학교 때 어린 동생이 있었지.
일곱 살.
감기 걸린 지 3일 만에 머나먼 여행을 가버렸어.
병원, 마지막 단말마의 외침.
‘엄마, 나 좀 살려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
동생은 그렇게 엄마가 병원비를 구하러 간 사이에
인사도 없이 떠났다고 해.
그 외침을 말없이 몸으로 말하는 너한테서 보았어.
내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은 휴대용 산소통을 네게 흡입하게 하고 그것이 다 떨어졌을 때
내 입으로 인공호흡을 하는 그 정도였을 뿐.
네 번의 수술을 했던 네가 참음을 배웠는지
매일 엄마가 놓는 피하수액 주사를 맞으면서도 얼굴하나 꿈쩍 안 했고,
그것은 약을 복용하는 것과 함께 일상의 일이었지.
하루하루를 살아낸 네가 너무나 대단했어.
잘 가라, 잘 가라, 사랑하는 우리 랑아!
불러도 불러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름
또랑아!
너 있는 그곳에서 이젠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거라.
세상에서 있었던 모든 슬픔들 다 잊어버리고
구름 위로 올라가
하늘 아름다운 그곳에서
향기로운 꽃 냄새 맡으며 아빠와 함께 부르던
네 노래를 다시 부르렴.
‘워 우우우우~ 워 우우우우~’
2025.10.22 새벽 04:11
사랑하는 말티즈 또랑이가 제 품 안에 있다가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직도 녀석의 온기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화장을 하고 사망신고를 했지만 함께한 흔적들이 많아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브런치를 떠나 있던 제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글이 준비되는 대로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