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대화-2
그는 그들에게 새 희망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교회를 다녀본 적이 있어서인지 병원 씨는 그의 이야기에 그대로 몰입되었고, 그의 아버지도 노트에 뭔가 기록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어서 그는 그 모습을 보며 마치 천상의 한 장면이 땅에 내려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밤이 늦어가는 겨울날, 눈에 뒤덮인 세상은 고요한데 불 켜진 그 집에서는 더 환한 빛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과일 한 박스를 사 들고 세 번째로 그 집을 찾았다. 그날은 겨울인데도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하지만 인기척도 없었고 집안은 너무 조용했다. 분명히 한 시간 전에 서로 통화하고 시간에 맞춰 간다고 했는데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집 안의 고요함과는 달리 그치지 않는 비는 화가 난 아낙이 방망이를 힘껏 내리치며 다듬이 두드리듯 그의 집 양철 처마를 세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병원의 집에 한번 다녀온 후로 가능하면 그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체크했다. 전화를 주고받는 것도 힘겨울 것 같았다. 두 번째 그 집에 찾아가 처음으로 말씀을 주고받은 날, 그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는 날이었다. 비록 몸은 암이라는 불청객에 의해 묶여 있었지만 마음은 자유를 얻어 훨훨 창공을 나는 것 같다고 그랬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는 그들에게 마음의 세계를 이야기했다. 육신이 진정한 내가 아니라 ‘마음이 진정한 나’라고 말해 주었다. 따라서 육신이 병이 들었다고 마음까지도 병이 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럭과 트럭 운전자에, 집과 사람에 비유하여 육신과 마음의 이야기를 해줬다.
트럭은 운전자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운전자가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듯이 우리 몸과 마음도 그렇다고 했다. 집도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어서 제대로 집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사람이 살지 않으면 폐가가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마음을 영혼이라고도 말하면서 영혼 없는 육신이 죽은 것 같이 집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폐가라고 했다. 그래서 육신에 매이지 말고 마음 관리를 잘하라고 말해 주었다. 특히 큰 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형편을 보고 금방 좌절하기 때문에 더욱 마음 관리가 중요하다고 알려주었다.
그는 과일 한 박스를 사 들고 세 번째로 그 집을 찾았다. 그날은 겨울인데도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하지만 인기척도 없었고 집안은 너무 조용했다. 분명히 한 시간 전에 서로 통화하고 시간에 맞춰 간다고 했는데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집 안의 고요함과는 달리 그치지 않는 비는 화가 난 아낙이 방망이를 힘껏 내리치며 다듬이 두드리듯 그의 집 양철 처마를 세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그는 혹시나 그 친구가 과일이나 먹을 것 사러 밖에 나가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며 처마 밑에서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그는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그는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꼭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병원의 집에 도착한 후에도 전화를 안 받은 지가 여러 번이어서 그사이에 필시 어떻게 된 것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한참 후에 전화를 받는데 그때 방문을 열고 초췌한 모습의 병원이 나타났다. 비몽사몽간에 잠이 들었고 빗소리 때문에 인기척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죄송해요. 오신 줄도 몰랐어요. 비가 많이 오면 전쟁 나듯 요란해서 방 안에 있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어서 들어오세요.”
“아니, 집안이 조용하길래 어디 밖에 나간 줄 알았어요. 자, 들어갑시다.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일이 있어서 익산에 가셨어요.”
“그렇게 멀리 가서 일을 해요?”
“먼 친척이 일을 며칠만 도와달라 했나 봐요. 아마 내일쯤 오실 거예요.”
“아, 그래요. 몸은 좀 어때요?”
“오늘은 항암치료받고 열흘 째 되는 날이에요. 조금 정신이 돌아오긴 했는데 갈수록 안 좋아지는지 처음 항암 받을 때보다 자꾸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팀장님 가신 이후로 혼자 집에 있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자꾸 아픈 몸만 쳐다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힘이 빠지네요.”
“자, 음식은 아직도 못 먹죠? 어떻게라도 먹어야 하는데... 암에 걸린 사람들이 암보다도 먹지 못해서 더 면역력이 떨어지고 굶어서 포기한대요.”
“음식은 쳐다보기가 싫을 정도로 먹을 수가 없어요. 바로 구토가 나와서...”
“그래도 억지로라도 집어넣어야 해요. 그래야 살아요.”
둘은 다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일단 병원이 들을 수 있는 마음이 되는지, 몸은 불편하지 않은지를 물었다. 병원은 개의치 말고 이야기를 해주기를 기다렸다. 마음은 열려 있어서 참 감사했다. 보통 이런 경우 특별히 몸이 호전되지 않으면 원망만 하는데, 그는 마음의 밭갈이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마음의 밭에는 어떤 씨앗을 심어도 쉽게 싹이 올라오고 좋은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좀 더 체계적으로 예수님이 왜 세상에 오셨고 왜 십자가에 돌아가셨는지 그리고 부활의 의미는 무엇인지 또 그것이 지금 그와 어떤 관계가 되는지, 신후(사후)의 세계에 대해서 성경은 무엇이라고 기록하고 있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을 해줬다. 그가 한 땀 한 땀 바느질의 수를 놓듯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병원은 그것을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아버지도 밖에 나가시고 혼자 있으니 생각이 많아져요. 세상이 원망스럽고 왜 내가 태어났는지, 왜, 우리 가족은 이렇게 힘이 들게 살아왔는지, 이제 막살아 보려고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병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저는 세상이 나오지 말았어야 할 존재였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팀장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들을수록 힘이 나요. 하나님의 마음도 조금씩 이해가 되구요. 이렇게 제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그걸 알 수 있겠어요. 아마도 평소에 팀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절 만나자고 했으면 다른 핑계 대고 외면했을걸요. 아프니까 간절하다고 정말 그 생각을 하니 참 오히려 병이 든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팀장님께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살아요. 마치 아침 햇살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던 들풀이 저녁 아궁이에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지듯, 어제 보이던 사람들이 오늘 저세상으로 가고 가까운 친구들이 소리 없이 사라져요. 아무 준비도 없이 말이죠.”
“죽음이라는 것을 평소에는 감각도 하지 못했어요. 저와는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니 그런 생각마저 들지 않았어요. 아주 가끔... 친구들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문상 가서 거기서 잠깐 죽음을 만나죠. 하지만 그것은 내 죽음이 아니었기에 그저 의무감으로 갔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모두가 그래요. 남의 이야기로 생각한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이 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싫어하고 외면하고 있어요. 시골 친구가 있었어요. 초등학교 친구인데 농사일로 돈을 많이 벌었죠. 건강하기도 했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밭에서 나무를 심다 심장마비로 죽었어요. 사랑하는 가족들 누구도 그와 함께 있지 않았고, 그는 혼자서 갑작스럽게 외로이 죽어갔어요. 바로 이게 우리 인생인 거예요.”
“팀장님이 말씀하신 영적인 세계의 일을 생각한다면 저는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너무 늦었긴 하지만 이제라도 정확히 하나님을 만났으니 말이에요. 이미 다 이루어 놓으신 그 구원의 은혜를 제가 어찌 알았겠어요. 죽음이라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병원 씨가 마음에 그런 은혜를 입었다니 정말 놀랍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사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도 끝까지 믿지 못해서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을 여러 번 봐 왔어요. 사람들이 너무 단순해요. 즉 자기 생각을 너무 믿는다는 거죠. 자기 생각을 버리지를 못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생각보다 못하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맞아요. 정말 자기 생각이 맞다고 평생 주장하다가 잘못되는 줄도 모르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인 것 같아요. “
“저는 가끔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 봐요. 왜냐하면, 가족 친척들의 마지막 임종 시 모습을 많이 보았거든요.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세상을 호령하듯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요. 제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도... 그때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할까 상상하면 그냥 숙연해져요. 잠시 원망이 찾아오지만 머물 자리가 없어 그게 그냥 떠나더라구요. 모든 것이 마음에서 용서가 돼요. 차분해지고. 성인군자도 아닌데 꼭 상대의 한참 미래의 일일지도 모르는 마지막 모습이 눈에 그려지면서 용서가 되는 거 있죠. 사람은 너무 연약한 존재예요.”
그들은 무엇인가 진리를 발견한 듯 마음이 하나가 되어 맞장구를 쳐가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비록 허름한 그 집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천상의 대화처럼 아름다웠고 그들의 이야기가 밖으로 함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천사가 그들 곁에서 수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는 이제까지 제가 하나님의 요구조건에 잘 따라야 된다고만 생각했어요. 조건 있는 구원 같은 거? 제게 일어난 일들도 제가 잘 못해서 하나님이 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고. 그러면서도 우리 가족이 뭘 잘못했을까, 다른 잘 사는 집들은 우리보다 더 청렴하고 하나님을 잘 섬겨서 그런 것일까. 사실 가만 보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교회 안 다녀도 얼마나 잘 살아요? 그렇죠? 오히려 열심히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목사님들은 잘 갔다 붙였거든요. 잘 되면 하나님 은혜 입은 거니까 감사헌금도 많이 내라, 어려움을 겪으면 그 어려움만큼 복을 주시려고 그런다, 그래서 미리 감사헌금 내라. 사실 그런 모습이 좀 역겨웠는데, 하나님은 조건을 붙이는 하나님이 아닌 것을 알고 난 후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들의 대화는 끝이 없는 듯 밤늦게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어느새 그렇게 시끄럽던 빗소리는 그쳤고 세상이 고요해졌는데,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취해 언제 비가 오고 언제 비가 그쳤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래까지 앉아 있어도 괜찮아요? 괜히 너무 부담 주는 것 같아서 그래요.”
“아니에요. 팀장님만 괜찮으시다면 밤새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 죽었던 영혼이 살아나 제 마음이 치유되고 힘을 얻는데 시간이 무슨 문제예요? 낼 또 출근하셔야 하니까 아쉽지만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 가셔야죠.”
“그런 마음이라니 너무 고마워요, 정말 그 마음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마치 진주조개가 오랜 세월 고통을 밀어내 진주를 만들듯이 만들어진 마음인 거예요. 그래서 아름답고 영롱한 거고. 겉은 너무 빛나고 아름답지만 그 자체가 고통인 것을 정확히 알고 마음에 심어진 사람은 복을 받은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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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이 연재소설은 일부 픽션이 가미된 논픽션 소설입니다. *타이틀 이미지 : F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