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hind you May 17. 2019

YOU

토이 6집 발매 비하인드 스토리.

아직 볕이 뜨겁지는 않던 날.


여의도 방송국 안을 지나는 두 남자가 있었다.


한 사내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는 6층에서 1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이었고, 다른 한 남자는 5층 보도국에서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둘은 수년 만에 승강기 안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은 동갑이고, 고교시절부터 몇 년간 함께 음악 활동을 했다.

40 가까운 나이가 된 지금. 한 사내는 계속 음악을 하고 있는 반면, 친구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음악을 포기한 남자도 지금까지 기타 굳은살이 손에서 떠날 날이 없었다. 즐기는 옷차림과, 취향의 범주에서 콩나물 음표가 뚝뚝 떨어졌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양손은 언제나 코드를 훑었다.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두 친구는 5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30초가 안 되는 시간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눴다. 두툼한 입술을 가진 마른 사내가 친구에게 묻는다. “세훈아 나는 네가 음악을 계속할 줄 알았어. 왜 그만뒀니?, 아쉽다.”


헐렁한 티셔츠에 긴 머리가 친구는 웃으며 대답했다. “엇, 난 너 때문에 그만뒀어, 널 보면서 음악은 천재나 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짧은 침묵이 흐르고, 엘리베이터는 멈췄다. 두 사내는 ‘언제, 소주나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하고 각자의 방향으로 지났다.


승강기 속 두 사람 표정은 흥미로웠다. 세훈 선배는 누구나와 얘기하는 방식으로 웃음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했다. 반면, 유희열 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얼굴을 반갑게 바라보다가 눈이 살짝 커졌다. 놀란 표정이 순간 스쳤고, 다시 밝게 웃었지만 몇 초 전과 같지는 않았다.


같은 곳을 꿈꾸던 친구의 포기 이유가 자신임을 알게 되었을 때.

이 남자 머리와 가슴엔 무엇이 지나갔을까?. 어떤 말보다 지지와 응원, 그리고 잠시 주춤했던 음악활동에 큰 동인이 되지 않았을까?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감정의 깊은 울림은 아마도 큰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동력이 생겼을 때 추진되는 일의 속도는 그 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것이다.


토이(TOY)는 2001년 5집 앨범 발표했다. 6년이 지난 어느 날. 유희열씨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30초'를 겪었다.  6개월 뒤인 2007년 11월 29일 ‘thank you'라는 정규 6집 앨범을 냈다. 그리고 앨범 쟈켓 맨 마지막 장 special thank to 첫 번째 줄에 친구의 이름을 올렸다.


이 앨범 마지막 노래 제목은 'You'이다.

 




작가의 이전글 머릿속 폭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