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 할 것 없다.

그저 집중할 뿐이다. 그것이 회복이었다.

by 박하우주

나의 글이 다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어릴 적부터 내 안에 키워진 감정들이라, 나조차도 풀어낼 수 없으니까.

나처럼 예민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을 해도 좋고,

아니면 그저 이상한 말의 나열이라며 고개를 저어도 상관없다.

말로 풀기엔 난해한 감정선들이 많아, 내 전율은 나만이 알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깊은 감정을 말로 내뿜었을 때 흩어져 버리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낯간지럽다고 하는 표현들이 그런 일종의 감정들이라고 생각한다.

눈으로 글을 읽었을 때 가슴에 울리는 그 오묘한 감정들이, 나를 표현하기에 알맞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꽤나 오래전, 아마 20년도 넘었지 싶다.

어느 카페의 자유게시판에 풋풋했던 나의 첫사랑과의 만남에 대해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숨 가빴던 설렘의 짜릿함을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생소한 감정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짧았던 순간, 1분 1초만큼 세세하게 밀려오는 그 순수했던 감정들을 말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름다운 그림처럼 글로 남겨두고자 올린 것이다.

엄청난 댓글과 다음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생겨났다.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다고?'

주목받는 일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성향이라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었지만, 내가 던진 작은 이야기는 오히려 내게 커다란 부끄러움이었다.

그로부터 1-2년 후, 그 카페는 꽤 유명해졌고, 나는 그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는 생각에 그곳을 탈퇴하며 그 글도 지웠다.

그땐, 불안함과 걱정들이 뒤섞인 낙오자라는 마음이 가득했던 스무 살의 일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세상은 활기로 가득했지만, 가슴을 뛰게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첫사랑이란 그런건가 보다.

그땐 눈앞에 보이는 모든 순간들이 그렇게 자세하고 느릿하게 보일 수가 없었는데.

그 후로는 그런 글을 쓸 소재가 없어 어떤 곳에도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앞으로 내 글에서 하나씩 힌트를 남기고 싶다.

퍼즐을 맞추듯.

그래서 나도 찾아가고 싶다.

미래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과거로 되돌아가면, 아마도 그때 그랬던 것들이 다 이유가 있는 일들이었던 거라고 깨닫게 되기를.

삭막했던, 그리고 언제 끝이 날까라고 생각만 해왔던 어린 시절이 있어봤기에.

혼자 사색하고 상상하는 일도 많았다.

그 모든 걸 표현하기에 말보다 글을 쓰는 게 너무 편안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진부한 물음에 '말을 조심하는 사람'이 단번에 튀어나온다.

말이란 그렇더라. 사소한 말도 상대방에게 씨앗이 되어 자라는.

아니면 내가 그런 뿌리가 돼버릴 수 있다는 상상을 많이 했었다.

그 말 씨앗에서 내가 자라나는 상상을.


지금 나는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상상을 한다.

그리고 용기가 생겼다.

나아갈 용기.

게다가 확실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나를 끌어내 보일 용기까지도.

결국 이렇게 되려고 이 많은 일들을 겪었나 싶을 만큼 신기할 뿐이다.


요즘은 뭔가 한 가지를 보게 되면 이상하게 딱 그 장면이 뇌리에 갑자기 박힌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글쓰기 작업은 나에게 어떤 신호일지 나도 궁금하다.

뒷걸음질하듯 거꾸로 기록해 가는 것도 어쩌면 재미있을 것도 같다.


집중할 것이 없다고, 지금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가게끔 프로그래밍 돼있다 보니, 아주 짤막하게라도 스쳐 지나가는 재미난 무엇인가는 있을 것이다.

그냥 그것에 집중해 보면 그래도 살만한 시간이 하루 중에 조금은 생기더라.

이런 글쓰기에 점점 재미를 붙여 가는 것도 작은 일상 중에 하나가 돼가는 중이다.

가끔은 헬스장 철봉에 매달리다 발을 헛디뎌 혼자 나자빠지는 몸 개그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뭐, 며칠 엉덩이에 멍이 드는 걸로 하루의 고단함이 가벼워질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어느 꿈같은 날에. by 박하우주'